거창창포원
황강변 축국장 66배 크기
지방정원 넘어 국가정원 목표

함안 괴항습지
산성 안 습지 발굴 후 복원 예정
마을입구 무진정 주변 명소로

2021년 7월 경남도는 함안 괴항습지와 거창군 거창창포원을 '도 대표 관광지'로 지정했다. 이는 두 곳이 생태적으로 훌륭한 곳이고, 자치단체와 주민 등 지역에서 보전 의지가 높다는 뜻이다. 여기에 주변에 둘러볼만한 문화관광 자원이 풍부한 것도 중요하다.

 

도민 정원에서 세계 정원으로 

거창창포원은 합천댐 상류 거창군 남상면 황강 변에 42만 4823㎡(약 13만 평), 축구장 66배 규모로 만들어진 수변 생태공원이다. 총사업비 239억 원을 들여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공간 조성을 했고, 활성화 계획까지 마련해 야심 차게 문을 열려 했지만, 코로나19로 2021년 5월 15일에야 정식으로 개장했다.

처음 방문한 이라면 생각보다 넓은 규모와 다양한 꽃들에 놀라게 된다. 꽃창포로 시작해 수련과 수국, 국화와 코스모스, 갈대 등 사계절 내내 볼거리가 많다. 여기에 열대 식물관을 포함해 자연 보전시설, 관찰시설,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거창 창포원 연꽃 습지. /거창군

강변에 조성한 넓은 생태 정원인 데다, 수질정화식물인 꽃창포가 많이 심어져 있다 보니 생물 보금자리 노릇도 하고 있다. 현재 창포원에는 수달, 새매,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생물을 포함해 250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다.

지금 창포원은 산책과 자전거 타기를 즐길 훌륭한 공원이자 음악회나 결혼식 등 다양한 행사가 벌어지는 광장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거창군은 창포원을 국내 최대 수변생태공원으로 확장해 국가정원 등록을 계획하고 있다. 2021년 1월 24일에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체 면적 중 21만 7475㎡가 경상남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등록됐다. 지방정원 등록 후 3년이 지나면 국가정원으로 등록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거창군은 더 멀리 내다보며 국제 꽃창포 박람회를 여는 등 세계적인 정원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현재 내년 완공을 목표로 46만 7170㎡(14만 평) 규모의 제2창포원을 만들고 있다. 

 

다양한 활동 중인 람사르재단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대표이사 정판용)은 도 지정 생태관광지인 거창창포원 홍보를 위해 '경남생태누리바우처', '시민환경과학자 역량 강화 세미나'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단 대표사업 중 하나인 경남생태누리바우처는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도내 생태 우수지역 체험 기회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올해 거창창포원에서만 총 3회 진행되었으며 10월 중 3회를 추가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8월에는 전문 습지 생태계 모니터링 교육을 통한 도민 참여형 습지모니터링 프로그램 '시민환경과학자 역량강화 세미나 및 찾아가는 사업설명회'를 거창창포원에서 열었다. 이날 김일수 경상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과 강한희 자연보호연맹 거창군협의회 회장 등 거창군민 47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거창창포원 습지 탐방 및 생태 분야별 모니터링 전문가 강연과 해설사와 함께하는 우두산 야외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지난 8월 진행한 2023년 시민환경과학자 역량강화 세미나 및 찾아가는 사업설명회.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2021년 10월 재단은 '경상남도 습지방문자센터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봉암갯벌 생태학습장·주남저수지 람사르문화관·화포천 습지생태박물관·지리산 생태과학관·우포늪 생태관·정양늪 생태학습관·거창창포원 등 7곳이 참여하고 있다. 

재단은 도내 방문자센터가 습지 인식 증진과 현장 관리 거점센터가 되도록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거창창포원 습지방문자센터를 포함해 도내 습지방문자센터 9개소 중 4개 이상을 방문하고 인증사진을 제출하면 기념품을 증정한다. 람사르환경재단은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사계절 관람이 가능한 거창창포원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700년 연꽃 씨앗 품었던 산 속 습지 

함안 괴항습지는 함안 성산산성에 있는 작은 습지로 아라홍련의 씨앗이 출토된 곳이다. 함안군 함안면 괴항마을 무진정 주차장에서 10분만 오르막을 오르면 된다. 가운데 움푹 꺼진 곳에 습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발굴이 진행 중이라 물이 없다. 발굴을 끝내면 최대한 원형을 살려 복원할 예정이다.

발굴지 주변 능선을 따라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멀리는 함안천 주변으로 펼쳐진 들판을, 가까이는 느티나무·뽕나무·소나무 늠름한 모습이나 성곽 너머 바깥 풍경, 수북하게 자란 억새·갈대를 보면서 천천히 걷기 좋다. 무진정 주차장이 아닌 괴항마을 뒤편에서 성산산성으로 가는 길은 숲이 깊어 좋다. 현재 옛 괴산재와 함께 주변의 묵은 논을 활용해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성산산성 발굴 터. 가운데 있던 괴항습지에서 700년 전 연꽃 씨가 나왔다. /이서후 기자 

괴항습지와 그 주변은 생태 여행지로도 좋지만, 둘러볼 만한 역사·문화유적이 많다. 괴항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무진정은 소박한 정자와 연못, 그 위를 가르는 퇴색한 돌다리 그리고 연못 둘레를 둘러싼 아름드리 왕버들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무진정은 정확하게 연못 가 바위 언덕에 있는 정자를 말한다. 조선 전기 학자 조삼이 1542년에 지었다. 

조삼은 생육신 중 한 사람인 어계 조려의 손자로 무진(無盡)은 그의 호다. 요즘에는 무진정으로 불리는데, 함안 지역민들은 옛날부터 이곳을 이수정이라고 했다. 19세기 조선 말에 오횡묵이란 이가 함안군수로 재직하며 남긴 업무기록 <함안총쇄록>을 보면 옛 함안읍, 지금 무진정 주변으로 관에서 세운 정자가 5리마다 하나씩 있었다. 이를 일수정, 이수정, 삼수정 식으로 불렀고, 이수정은 그중 하나다. 다시 말해 이수정은 관에서 만든 정자를 이르니, 정확하게는 무진정이라 하는 게 맞겠다. 연못은 조삼의 후손들이 나중에 만든 것이다. 무진정 풍경의 핵심은 사실 이 연못이다. 큰 연못은 아니지만 가운데, 작은 섬이 세 개 있고 그 섬들을 돌다리가 연결하고 있다. 그중 가운데 가장 큰 섬에 영송루라는 누각이 있다. 

 

명소가 된 문화 유산들 

무진정이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함안군이 무진정을 정비하고, 주변으로 카페가 생기면서부터다. 유명한 함안 낙화놀이는 무진정에서 매년 열리는 전통 불꽃놀이다. 조선 선조 때 함안군수로 온 한강 정구가 백성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매년 사월 초파일(지금 부처님오신날)마다 했다고 전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중단됐다가 1960년 괴항마을 청년회가 재연하며 명맥을 이어왔고, 2000년대 들어서 함안면민을 중심으로 함안낙화놀이보존위원회가 만들어지며 지금까지 열리고 있다. 

함안 낙화놀이가 처음 전국적으로 알려진 건 2021년 4월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을 통해서다. 전통 불꽃놀이라고 해서 폭죽을 쏘거나 터트리거나 하는 게 아니다. 연못 위로 3000개 가까운 낙화봉을 설치해 진행한다. 낙화봉은 참나무 숯가루를 발라 만든 광목 심지에 한지를 싸서 만든다. 이걸 수면 위로 늘어뜨리고 불을 붙이면 불꽃이 이슬비처럼 세세하고 느릿하게 물 위로 떨어진다. 이 장면을 실제로 보면 정말 감동적이다.

함안군 함안면 괴항마을 무진정 앞 연못. /이서후 기자 
함안 괴항마을에 펼쳐진 마을 미술 프로젝트 작품들. /이서후 기자
함안 괴항마을에 펼쳐진 마을 미술 프로젝트 작품들. /이서후 기자

무진정이 있는 괴항마을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2020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벽화, 조형물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었다. 마을 안 마을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살롱 드 괴항이란 공간에서 근대(개화기) 의상을 빌려 입고 시간여행을 떠나듯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재미도 있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은 함안 괴항습지에서도 '경남생태누리 바우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재단은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관광지 창녕 우포늪, 남해 앵강만, 김해 화포천, 밀양 사자평습지·재약산, 창원 주남저수지 5곳과 경남도가 지정한 하동 탄소없는마을, 합천 정양늪, 거창창포원, 함안 괴항습지 4곳 등 9곳 중 올해 합천·함안·거창·창원 에서 총 14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 습지 보전 인식 증진 및 생태관광지 추가 발굴을 위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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