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중기업자 양심선언
"한일합섬·해체업체 제안
큰 공사물량 주겠다 약속
1993∼1994년 불법매립"

"제가 직접 한일합섬 건설 폐기물을 함안과 창원에 묻었습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일타운 1·2차 아파트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온갖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건설 중기업을 하는 김 모 씨는 1993년부터 1994년까지 10만t(15t 덤프트럭 6600대 분량) 건설 폐기물을 자신이 직접 불법적으로 함안·창원지역 논밭·공터에 매립했다고 양심선언 했다.

김 씨는 1993년 11월 당시 한일합섬 건설사업본부와 구조물 해체전문업체로부터 건설 폐기물 처리를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폐자재 무허가 처리업자 신모 씨가 한일합섬 기숙사 15동을 허물고 발생한 폐자재를 불법 매립하다 적발돼 구속된 직후였다.

김 씨는 "건설사와 해체업체는 이번 일을 잘 처리해주면 이후 큰 공사 물량을 적법한 가격으로 주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15t 덤프트럭 대당 3만 원을 받고 6600대 분량의 폐기물을 이곳저곳 그야말로 아무 곳에나 묻었다. 당시 건설 폐기물을 적법하게 처리하면 덤프트럭 대당 30만 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한일합섬 공장 터에서 나온 폐기물은 철제 파이프와 플라스틱 파이프, 각목, 벽돌 잔해, 철근, 콘크리트 잔해, 비닐류 등이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의 한 공터. 김 씨가 1994년 1월 한일합섬 공장 철거 과정에서 나온 건설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했다고 밝힌 곳이다.  /제보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의 한 공터. 김 씨가 1994년 1월 한일합섬 공장 철거 과정에서 나온 건설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했다고 밝힌 곳이다. /제보자

김 씨는 이러한 건설 폐기물을 건설사와 해체업체가 정해주는 장소에 옮겨 묻는 것이 일이었다. 한일타운 1·2차 아파트 건설사업은 각각 1992년·1993년에 사업 승인이 나 공사 시기가 겹친다.

김 씨는 "공사 일정에 맞춰 폐자재를 빨리빨리 치워줘야 했다"며 함안 대산면 공장, 가야농공단지, 법수면 논, 칠원읍 축사와 창원 의창구 차룡단지, 의창구 주남저수지 인근 논, 마산합포구 진동면 공터에 묻었다. 많게는 한 곳에 3만 t, 적게는 3000t 양이다.

1994년 한일타운 1차 아파트 입주를 몇 달 앞두고 보일러 고장 등으로 내부 재공사가 진행됐는데, 이때 발생한 폐자재 2만 2000t도 김 씨가 함안에 불법 매립했다고 밝혔다. 김 씨가 보일러 기계, PVC파이프, 장판, 벽지 등을 묻었다고 밝힌 곳에는 현재 골프연습장이 들어섰다.

한일합섬 건설사업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이 경남 일대에 불법 매립돼 있다는 제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 한일합섬 기숙사 12개 동을 철거하면서 나온 건축 폐기물이 경남 일대에 불법 매립돼 있다는 제보에 따라, 2006년 경남도청과 함안군이 함안군 대산면 부목리 부촌마을 일대 농지를 굴착기로 파헤쳐 수천 t의 건설 폐기물이 묻혀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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