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폐자재 위탁 처리 도맡아
창원 진북면·주남저수지 인근
함안 가야농공단지 등에 매립

건설 현장에 필요한 중량이 큰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하는 김 씨는 "27년 전 죄를 몸과 마음의 고통으로 받고 있다"며 뒤늦은 자백을 했습니다. 1993∼1994년 한일합섬 건설사업에 참여했고, 건설 폐기물을 함안·창원 일대에 불법 매립했다는 고백입니다. 김 씨가 밝힌 업체명과 관계자 이름 등은 당시 사건 보도 내용과 일치하며, 불법 매립 장소와 일자도 일관성이 있고 구체적입니다. 김 씨의 고백을 정리해봅니다.

1993년 큰 죄를 지었다.

창원공단의 차룡단지 매립공사에 참여하고 있을 때다. 한일합섬 기숙사 철거 공사 폐기물을 마산의 한 대학 운동장에 불법 매립하다 걸린 신 씨가 차룡단지를 찾아왔다. '매립 허가를 받았느냐'는 물음에 신 씨는 허가를 받았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이후 신 씨는 폐기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 같은 사실은 실명과 함께 언론에도 보도됐다.

▲ 창원시 마산회원구 옛 한일합섬 일대 전경.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은 철거 과정에서 불법 매립 폐기물이 발생한 곳이다. /경남도민일보 DB
▲ 창원시 마산회원구 옛 한일합섬 일대 전경.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은 철거 과정에서 불법 매립 폐기물이 발생한 곳이다. /경남도민일보 DB

'경남경찰청 수사과는 건축물 폐자재를 무허가 처리업자에게 위탁처리한 업체 총무과장과 무허가 처리업자에 대해 폐기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또 신 씨가 처분한 건축물 폐자재를 공장부지조성 공사장에 불법 매립한 지 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1993년 12월 7일 연합뉴스 일부)

이 사건으로 한일합섬 폐기물 처리를 맡은 이 소장이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고, 하필 차룡단지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 차룡단지 지 소장과 다투는 모습을 여러 차례 지켜봤다. 그렇게 얼굴을 익히고 있었던 이 소장이 신 씨가 구속되고 얼마 되지 않아 '달콤한' 제안을 했다. 신 씨가 하던 불법 매립을 맡아서 처리해주면,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아파트 건설 공사의 철거-토목-폐기물 처리 일을 다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불법이었기 때문에 계약서는 따로 없었다.

1993년 11월 창원 팔룡 차룡단지에 불법 매립한 폐기물을 모두 원상복구해야 했지만, 이를 그대로 묻어버리는 것이 첫 번째 일이었다.

이후 한일타운 1차 아파트가 들어설 건설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은 함안 대산면 평림리 일대에 묻었다. 15t 덤프트럭 700대 양(약 1만 t)이다.

불법 매립 제보로 방송 기자들이 찾아왔다. 건설사에서 기사를 막기는 했지만, 매립할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나는 건설사와 폐기물 처리 소장이 장소를 지정해주면 그곳에 묻기만 하면 됐다.

함안 관동교를 지나 가야농공단지 터에 건설 폐기물을 가장 많이 묻었다. 덤프트럭 2000대 양(3만 t)의 폐기물을 묻었는데, 이후 아파트 부실공사로 나온 폐기물도 이곳에 묻었다.

한일타운 1·2차 아파트 공사 기간이 겹치다 보니, 공사 기간에 맞추느라 많게는 하루에 80대 덤프트럭을 이용했다. 이때는 가야농공단지와 창원 주남저수지 석산마을 인근에 동시에 매립 작업을 했다.

처음 제안을 받은 건설 폐기물은 4만 5000t(3000대 양)이었지만, 그 두 배인 약 10만 t(6500대 양)을 매립했다.

다음해인 1994년 2월까지 한일합섬 공장 철거 폐기물이 쏟아졌고, 함안 칠원 축사와 법수면 논밭에 1700대 양(2만 5500t)의 폐기물을 허락도, 별다른 처리도 없이 그냥 갖다 부었다. 움푹 파여 있는 곳에도 묻었고, 점토는 비싼 값에 팔고 그곳을 폐기물로 메우기도 했다.

1994년 3·4월쯤으로 기억한다. 한일타운 1차 아파트 건설 현장 소장에게서 부실 공사에 따른 폐기물을 급히 치워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파트 입주를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있었다. 알려지면 안 되는 일이었기에, 이때는 주로 야간작업을 했다. 보일러 기계, 플라스틱 파이프, 장판 등 폐기물을 함안 함마대로 인근, 가야농공단지, 법수면 논 등에 매립했다. 덤프트럭 1500대 분량이었으니, 2만 2500t 폐기물이다. 이때는 덤프트럭 차량 일지를 매일 적었지만, 지금은 없다.

이후 한일합섬 건설사는 소소한 작업 물량은 줬지만, 불법 매립 제안과 함께한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이어 1997년 외환 위기가 왔고, 한일합섬 마산 본사 터에는 폐건물이 2000년대 중반까지 방치돼 이해하고 기다렸다. 건설사와 구조물 해체업체는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후 제안 당시 약속까지 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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