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암소가 있었다. 2주 전에 팔려 나갔다.

그 소는 내가 3학년 때 우리집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하루도 안 되어서 팔팔하게 뛰어다녔다. 친해지고 싶어서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송아지가 코로 나의 손을 두 번쯤 툭툭 쳤다. 나는 "아! 귀여워"라고 말하고 발을 뗀 순간 송아지는 움찔해서 어미소에게로 달려갔다. 어미소 뒤에 숨어서 얼굴을 빼꼼빼꼼 하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그리고 어미한테로 가서 "송아지 낳는다고 수고했다."라고 말하고 콧등을 쓸어주었고 지푸라기도 더 주었다. 송아지는 나를 보며 멀뚱멀뚱 서 있었다. 송아지가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아서 기뻤다.

학교를 갔다와서도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가방을 멘 채 송아지에게 손을 내밀고 다른 소도 살피고 집으로 들어가고 그랬다. 송아지가 이뻤으니까. 송아지는 자라서 중소가 되었고, 코로 내 손을 툭툭 치기도 했다. 내가 소 앞으로 다가가려고 발을 살짝 떼도 더 이상 나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얼굴을 만지고 물도 튀기며 놀았다.

큰 소가 되면서 내가 손을 내밀면 혀로 내 손을 핥았다. 소 혓바닥은 고양이 혓바닥처럼 꺼칠꺼칠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소가 나를 좋아해서 나도 소가 좋았다.

완전히 어른 소가 되었을 때, 소의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어보았다. 와우~ 미끌미끌했다. 소는 움찔하고 얼굴을 흔들었다. 소도 간지럼을 타는가 보다. 내가 수그려서 사료를 퍼 줄 때면 누군가가 내 엉덩이를 툭툭 치는데 나는 "누구세요?"라고 하면서 뒤로 돌아본다. 내 엉덩이 뒤에 소 얼굴을 보고 코로 내 엉덩이를 쳤다는 것을 알고 웃었다.

어느 날, 소마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가보니 3마리의 못된 개들이 송아지를 배고 있는 내 소를 물어뜯고 있었다. 엄마가 달려와서 그 개들을 말렸다. 다행히 엄마는 개들에게 물리지 않았지만 소의 귀는 찢어져서 피가 나고 있었다.

귀걸이는 온데간데없었다. 소가 음메음메 소리내면서 안절부절못했다. 내가 괜찮아 괜찮아 말했지만 콧등을 쓸어주지 못할 정도로 너무 고통스러워했다. 그 시간에 수의사도 없어서 너무 걱정스러웠다.

그 후로 소는 무사히 나아서 다행이었다. 그 후 3일 정도 지나서 소는 수컷 송아지를 낳았고 수컷 송아지는 물에 담긴 지푸라기를 너무 잘 먹어서 특별식도 해 주었다.

소가 먹는 전용 분유를 먹이려고 갖다대는데 어미가 먹겠다고 혀를 날름거려서 한번 주었더니 맛이 없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는데 그 표정이 너무 웃겨서 배를 잡고 웃었다. 일 년 정도 있다가 송아지는 경매장으로 팔려갔다. 나는 팔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한숨이 나왔고 어쩔 수 없이 팔아야 되는 이유가 있어서 소를 싣고 가는 차주인한테 "운전 조심하세요. 우리 소 다치니까"라고 말했다.

또 일주일 지나서 어미 소인 내 소도 팔려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내가 진정을 하지 못했다. 거의 3년 이상을 나와 함께한 내 친구인데 수컷도 얼마 전에 팔아놓고서 또 팔아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는 팔려갈 때 소마구에서 안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목에 줄을 매고 아무리 잡아 끌어도 네 발로 뻗댔다. 나는 화가 나서 "그렇게 땡겨봐라, 흥 어떻게 되는지. 소가 가는지 안가는지"라고 투덜댔다. 자꾸 땡기니까 소도 어쩔 수 없이 차 앞까지 끌려나왔다. 소는 눈밑에 있는 살이 쓸려 눈 안의 빨간 살이 보여서 나는 울컥 눈물이 났다.

소리를 꺅 지르면서 가자 아가 하고 소 마구로 다시 데려가고 싶었다. 소를 무지막지하게 다루는 것이 너무 화가 나서 입술을 깨물고 "지들끼리 지랄해봐라. 나는 눈꼴 사나워서 못봐주겠으니까!"라고 큰소리치고 현관문을 쾅 닫고 들어왔다. 이 소가 팔리지 않기를 얼마나 빌었는데 기어이 그 소를 팔아버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수학시간 때보다 더 눈에 힘을 주었고 부르르르 떨었다.

이제는 소마구에 갈 자신이 없다. 다른 소들이 있긴 하지만, 내 소가 없어서 소마구가 텅 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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