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서 숨진 채 발견·개장 이래 4명째 극단적 선택
조교사 채용 비리 등 언급에 노동계 "검찰 수사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기수가 부정 경마와 조교사 채용 비리를 비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채 발견됐다.

지난달 29일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 ㄱ(40) 씨가 경마공원 숙소에서 숨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ㄱ 씨가 남긴 유서에는 부정 경마와 조교사 채용 비리 등 마사회에 관한 부정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유서에는 '모든 조교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 했다. 부당한 지시가 싫어서 마음대로 타버리면 다음에 말도 안 태워주고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 했다'고 적혀 있었다.

조교사들이 인기마가 실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일부러 살살 타게 해서 등급을 낮추게 한 뒤 승부를 걸어 고액배당을 타는 데 기수를 동원하고 이를 거부하면 아예 말을 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서에는 또 ㄱ 씨가 조교사가 되고자 면허를 취득했지만 채용 비리 문턱에 막혔다는 내용도 있었다.

'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조교사 면허를 땄지만 면허 취득 기간과 상관없이 마사회 고위간부와 친분 있는 사람이 먼저 마방을 배정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유족과 동료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경남도민일보DB
▲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경남도민일보DB

ㄱ 씨 죽음 소식에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이날 예정된 경주를 모두 취소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지난 7월에도 베테랑 기수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2006년 개장 이래 모두 4명의 기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올해 7월에는 유명 기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지난해에는 말관리사 2명이 잇따라 숨졌다.

부산경마공원지부가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죽음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성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 조직국장은 "누가 부정 경마를 지시했는지, 조교사 채용 비리는 어떻게 일어났는지 등 유서에 적힌 내용은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한다"며 "노조는 유가족 등과 협의, 내용을 정리해서 마사회에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정찬 부산경마공원 노조지부장은 "지난 10년간 부산경남 경마장에서는 기수 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부정경마와 조교사 채용비리가 결국은 공정한 실력과 경쟁에 따라 기수로서 삶을 살고자 했던 아까운 기수 한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마사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마사회는 "ㄱ 기수와 유족, 관계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내부적으로 합동점검 등 내부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마사회는 이어 "다만 일부 언론에서 보도 중인 '채용비리'와 관련, 조교사는 개별사업자로서 한국마사회와 고용 관계에 있지 않다"며 "사고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최근 조교사 자격 정지 처분과 관련해서도 논란을 빚고 있다"며 "대리 마주 혐의로 1년에서 6개월가량 자격 정지를 받은 조교사를 두고 현실과 동떨어진 부당한 처분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정 조교사 입김에 행정이 좌지우지된다는 지적도 있다. 철저한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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