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개업 조교사 선발 과정
정성평가 불투명·불공정 지적
마사회에 순차 배정 등 요구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이하 부경본부) 말관리사들이 부경본부에 '마사대부 심사제' 폐지를 촉구했다. '마사대부'는 조교사 면허를 가진 사람 중에서 말 마굿간을 배정받는 사람을 뜻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 소속 말관리사(이하 지부 말관리사) 등은 12일 부경본부와 긴급 상생협력위원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회의는 부경본부가 최근 발생한 문중원 기수 사망사고 등과 관련하여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지부 말관리사들은 △조교사 면허 취득 후 순번에 따른 마사대부 발탁 △조교사 평가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고 문중원 기수가 유서에도 적었듯, 신규개업 조교사 선발은 적체와 심사 과정의 비리가 지적되고 있다.

현재 마사대부 심사는 종합평가(정량평가 80점, 정성평가 20점)를 통해 진행한다. 정량평가는 마주로부터 경주마 24마리 이상 관리위탁 의향서를 받으면 얻는 점수(총 70점)와 근속기간(총 10점)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 기수가 정량평가 기준을 거의 만점에 가깝게 충족하고 마사대부 심사에 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사대부 발탁은 정량평가보단 정성평가에서 갈린다.

정성평가는 사업계획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구성한다. 사업목표와 재무계획·경마산업 이해도가 7점, 경주마 확보·사양과 조교관리 계획이 7점, 인성·인사와 노무관리 방안이 6점이다. 하지만 마사대부 발탁을 좌우하는 정성평가 과정은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고 문중원 기수가 조교사 면허 취득 이후 4년간 마사대부 심사에서 발탁되지 못한 상황이 보여주듯, 마사회와의 친분 여부가 마사대부 발탁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실에 조교사 면허 취득 후에도 마사대부 심사에서 발탁되지 않은 적체기간은 3년 6개월가량 된다.

이에 지부 말관리사들은 "마사대부 심사 제도를 없애고 순차적으로 마방을 임대하는 게 맞다"며 "조교사 면허 취득 과정에서 능력이 입증된 사람들에게 재차 평가를 매기는 건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지부 말관리사들은 이어 "만약 마사회가 마사대부 심사 제도를 고집한다면, 정성평가만큼은 반드시 손봐야 한다"며 "외부위원을 위촉해 심사하되, 그 위원은 말관리사노조나 기수협회가 추천하는 인물로 꾸리는 게 맞다"고 밝혔다.

지부 말관리사들은 말관리사·기수에 의한 조교사 평가제도 도입도 촉구했다. 평가가 '조교사 갑질'을 막는 주요 수단이라 본 것이다.

지부 말관리사들은 "평가 결과를 토대로 마방에서 갑질을 일삼는 조교사는 면허를 박탈하는 등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며 "평가는 부정 경마를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지부 말관리사들의 이러한 요구가 부경본부 말관리사들의 통일된 목소리는 아니다. 부경본부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라 현안마다 한뜻을 모으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또 다른 노조 소속 말관리사들은 '조교사 면허 취득 후 순번에 따른 마사대부 발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말관리사에 앞서 기수들도 11일 부경본부와 상생협력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신규개업 조교사 선발 과정에서 외부위원 비율 확대 △정량평가 요소 다양화 △참관인 제도 도입 등이 개선 방안으로 나왔다. 부경본부는 오는 15일 마주들과 만나 상생협력위원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고 문중원 기수 사망사고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부산 강서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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