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실태조사 발표
업무상 사고발생률도 66.6%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 61%는 스스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수 중 58%는 조교사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고 문중원 기수 죽음으로 다시 불거진 선진 경마 폐단과 마사회 갑질, 열악한 노동 환경 의혹 등이 실재했음을 보여주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11일 '경마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기수 125명 중 75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50%는 건강문제로 말미암은 결근일이 3일 이상이었다. 일반 산업에서 건강 문제에 따른 3일 이상 결근이 10∼15%에 그친다는 것과 대비하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몸이 아픈데도 나와서 일해야 하는 '출석주의'는 90%에 달했다. 일반 산업 조사 결과(20∼25%)보다 3배 이상 높다. 출석주의가 높다는 건 그만큼 조직이 경직돼 있고 성과위주 조직임을 뜻한다.

특히 문중원 기수가 속했던 부산경남경마공원은 기수 건강 문제가 더 심각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 61%가량은 스스로 건강하지 못하다(매우 건강하지 못한다 11%, 건강하지 못하다 50%)고 답했다. 이는 서울(48.3%), 제주(35.7%) 기수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결근일과 출석주의 역시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서울·제주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고 높았다.

3일 이상의 결근이 필요한 업무상 사고 발생률은 전체 45%에 달했다. 이 역시 부산경남경마공원은 66.6%로, 서울(44.8%), 제주(35.6%)보다 높았다. 철저한 경쟁에 따른 기승료 분배나 뒤늦은 집단고용 등 부산경남경마공원이 내세운 선진 경마의 폐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비리 경마' 근원인 조교사의 부정한 지시도 팽배했다. 부산경남 68.8%, 서울 73.1%, 제주 39.3%의 기수는 조교사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다리가 안 좋은 말에 타게 하거나 말 능력이 모두 발휘되지 못하게 하는 지시, 말을 죽을 만큼 패라고 강요하는 일도 있었다.

대부분 기수들은 부당한 지시임을 알고도 거부할 수 없다고 답했다. 79.1%에 달하는 기수가 '부당한 지시와 작전이 구분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60.3%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했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면 말을 탈 기회가 축소·박탈되거나 문제가 되는 말을 배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71.2%에 달하는 기수는 '(부당한 지시에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지금처럼 말을 탄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기수들은 마사회가 기수면허 유지권과 조교사면허 취득권, 마방대부 심사권을 앞세워 기수를 통제한다고 밝혔다. 전체 41.4%는 기승 계약서를 보지도 못했고 서명한 적도 없다고 답했는데, 실제 계약을 했더라도 부산경남 기수 86.7%는 그 내용에 불합리한 조건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또, 기수의 83.3%가 이런 경쟁 구조가 경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해 마사회가 부르짖는 '선진 경마'와 현장 괴리감이 얼마나 큰지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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