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기수 죽음 진상규명·제도개선 요구
"경마 상금만으로 생계 잇는 특수고용노동자 처절"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한 기수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는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다단계 갑질과 부조리를 명백하게 밝히고 부조리에 기생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마사회의 공식적 사과, 유가족 위로·보상 등이 해결될 때까지 연대하여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 ㄱ(40) 씨는 지난달 29일 부정 경마와 조교사 채용 비리 등을 주장한 유서를 남긴 채 숨졌다. 유서에는 '조교사들이 인기마들을 실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일부러 살살 타게 해서 등급을 낮추게 한 뒤 승부를 걸어 고액배당을 타는 데 기수를 동원하고 이를 거부하면 아예 말을 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 '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조교사 면허를 받았지만 부조리한 선발 과정 탓에 마방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에게 먼저 주는 일이 있었다.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니 안 됐다'고 남겼다.

이와 관련해 공공운수노조는 "고인은 마사회-마주-조교사-기수-관리사 등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부조리 갑질 구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경주마 위에 올랐지만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며 "기수 신분으로 2015년 조교사 자격을 취득한 고인은 자비를 들여 국외연수도 다녀왔지만 마방 운영권은 마사회 간부의 친분에 따라 낙점됐다. 자격을 따고도 5년이나 기회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또 "부정경마 지시마저도 할 수밖에 없는 부조리, 기수가 개별사업자로 전환되어 임금도 퇴직금도 없이 오직 경마 상금만으로 생계를 꾸릴 수밖에 없는 특수고용노동자로서의 처절함이 고인 유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 이래 벌써 여섯 번째 죽음이다. 목숨을 걸고도 나아질 수 없는 모순 구조와 마사회 간부와의 친분이 기준이 되는 마방 운영의 부조리를 당장 뜯어고쳐라"고 주장했다.

▲ 공공운수노조가 2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의 죽음과 관련해 진상규명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경마경주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 공공운수노조가 2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기수의 죽음과 관련해 진상규명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경마경주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조교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마사대부(조교사 자격 취득자 중 마방을 배정받은 사람)로 발탁되지 못한 인원은 17명이다. 서울경마본부 소속이 10명이고 부산경남경마본부 소속이 7명이다. 이 중 말 관리사는 10명, 기수는 7명이다. 이들은 평균 3년 6개월간 마방을 배정받지 못했다.

부산경남경마본부로 범위를 한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부산경남경마본부에서 최근 2년간 발탁한 마사대부 3명의 평균 마방 배정 시간은 1년 6개월로 상대적으로 짧았다. 5년간 배정받지 못한 ㄱ 씨로서는 박탈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게 노조 설명이다.

노조는 이러한 불공정 원인으로 심사절차를 뽑았다. 노조는 "조교사 면허 교부는 마사회 주관 심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조교사 면허를 교부하고도 마사대부 발탁 심사를 또 밟도록 하여 부조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ㄱ 씨 장례절차를 미루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일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촉구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유서에 언급된 부정경마·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마사회의 조교사 채용 비리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조교사는 개별 사업자 등록증을 지니고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로서 마사회와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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