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필관리사·기수 고용 구조 탓
부산경남 뒤늦게 집단 고용
노조 "적정생계비 보장" 요구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고 문중원 기수 사망으로 한국마사회의 뿌리깊은 '갑질' 문화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 문중원 기수는 지난달 29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유서에 부정 경마와 채용 비리 등을 비판하는 내용을 남겼다.

지난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이 개장한 이래 기수·마필관리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건 이번이 일곱 번째다.

서울과 제주보다 유독 사고가 잦은 부산경남경마공원을 두고 관계자들은 '선진 경마'를 앞세운 불합리한 제도가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제주보다 늦게 개장한 부산경남경마공원은 개장 때부터 이른바 '선진국의 일반화한 사례'를 도입했다. 철저한 경쟁을 내세우며 기존 마사회 소속이었던 기수와 마필관리사를 조교사가 개별로 계약하는 게 한 예다. 조교사에게 고용된 마필관리사가 말을 관리하고 훈련하면, 조교사와 기승계약 맺은 기수가 말을 타고 경기에 나서는 구조다.

물론 서울과 제주 역시 지난 1992년 경마 승부 조작 발생 이후 이러한 구조를 정착시켰다. 하지만 서울경마공원이 노조와 조교사협회 간 협약을 통해 마필관리사·기수를 집단고용하며 고용 불안을 잠재웠지만,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오랜 기간 '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 개별 고용 형태를 유지했다.

올해 8월이 돼서야 부산경남경마공원 조교사협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 간 집단고용 협약이 약 3년 만에 타결됐으나, 기수·마필관리사 처우는 변한 게 없다는 노조 설명이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가 4일 부산경남경마공원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 문중원 기수 죽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창언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가 4일 부산경남경마공원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 문중원 기수 죽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창언 기자

고광용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 부지부장은 "조교사가 개별 사업자라는 이유로, 집단고용을 한다는 이유로 마사회는 사실상 고용 부분에서 손을 뗐다"며 "부산경남경마공원 조교사몇몇은 단체협약에 참여하지 않거나 협회조차 가입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 일부는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 부지부장은 이어 "기수도 마찬가지다. 개인 간 형식적인 계약으로 기수 간 빈부 격차가 심하다"며 "일주일에 경기에 한 번도 나서지 못하는 일도 있고 부정 경마 압박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에 노조는 완전한 집단고용 정착과 마사회의 협력금 지급을 주장했다.

고 부지부장은 "서울은 마사회가 마필관리사협회, 기수협회에 협력금을 줘 임금을 보전한다. 이런 보전으로 서울 마필관리사는 기본급 330만 원가량을 유지하고 있다"며 "반면 부산경남은 협력금이 없다. 경쟁만 부추기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수 기본급은 180만 원가량에 그치고 있다. 이 기본급도 기수들끼리 십시일반 모아 나누는 형태로 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는 4일 부산경남경마공원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 문중원 기수 죽음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마사대부 적체 해소와 기수 적정 생계비 보장 등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고 문중원 기수 유족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려 "마사회는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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