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삶과 체험·재기 넘친 이야기 눈길

18회째 거듭되는 청소년문학대상, 올해에는 지난해에 비하여 호응도가 더 높았던 게 가장 반가운 일이다. 특히 중학생들의 자유학기제 시행 이후 나타나는 자기 탐구형의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주목한다. 정치, 사회, 문화의 시대적 배경은 더 방대해지고 욕구 또한 자유로워져서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부분도 긍정적 변화이다.

지난해에 비하여 응모편수가 가장 높아진 장르가 중등부인데 총 329편(운문 202편, 산문 127편)의 원고가 접수되었으며, 고등부는 총 113편(운문 81편, 산문 32편)으로 총 442편의 원고가 접수되었다. 역시 고등부의 관심이 낮았고 작품의 질 또한 주제는 무거우나 필력은 사변에 그치거나 억눌린 학습에 대한 넋두리에 머물러 있는 부분이 다수라 안타까웠다.

시대의 변화가 청소년들의 사고를 변화시키고 교육의 가치 지향이 아이들의 사고를 자유롭게 한다는 반증이 중등부 작품에서 잘 드러났다. 중등부 운문은 다소 투박하고 거칠지만 사춘기 아이다운 천진성과 진솔함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많아 신선했다. 당선된 작품들은 삶과 체험이 잘 녹아있는 생생한 글들이 뽑혔다. 다만,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내어준 주제로 쓰는 글들은 개성이 없고, 숙제하듯 써낸 글이 무더기로 들어와서 작품의 질을 떨어뜨려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고등부 운문은 대체로 주제가 단조롭고 획일적인 느낌의 글들이 많았으며, 미래를 담보잡혀 학업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고단한 삶이 글에 그대로 녹아있어 마음이 아팠다. 그러한 와중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현실의 난관을 극복하려는 열정적 의지를 촘촘히 짜낸 글들이 있어 수상작으로 올렸다.

나아가 산문은 중등부에서 이례적으로 소설을 많이 응모했는데, 팬픽이나 판타지에 가까운 스토리가 주를 이루는 긴 글을 이끌어 간 작품들이 꽤 많아서 중학교에 부는 새바람이 이채로웠다. 아직 소설적 플롯이 형성된 글은 아니었지만 장문의 글쓰기에 몰입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희망을 갖게 한다. 다만, 무리해서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개연성이 떨어지고 주제를 움켜쥐는 힘이 현저히 떨어지곤 하는 부분이 있어 아쉽다. 또, 아직 초등학생의 동화적 상상력에 머물러 있거나 상상 너머 어른들의 세계를 애써 그리려다보니 어설프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다운 재기가 익살스럽거나 진지하게 또는 치열하게 그려낸 삶의 이야기가 시선을 끌어 당선작으로 올린다.

더불어 고등 산문은 청소년들의 꿈이 입시의 틀에 갇혀 고뇌조차 허용되지 않는 답답함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현 시대가 가진 고등학생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문학은 팍팍함이든 여유로움이든 사색을 동반해야 하는데, 인문학 소외의 현장을 보듯 작품의 구성이 일기 형식에서 진전되지 못한 작품이 많아 아쉬움이 컸다. 또 교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고등학생의 현실을 반영하듯 국어시간이나 논술학원 등에서 배웠음직한 구성이나 설명에 안주한 작품이 많았다. 이런 경우 너무나 평범한 발상과 전개, 판에 박힌 결론으로 읽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그 가운데서도 참신한 발상에 세심한 묘사와 진부하지 않은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을 뽑되 구성과 문장 등 어느 정도 기본기가 되어 있는 작품을 선별했다. 더불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고 사유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에도 점수를 더 부여했다. 이에 본 심사위원들은 고등부 운문 중 '5월의 일기'를 쓴 하동고등학교 3학년 양인식 군과 중학교 중 '사람은 꽃이다'를 쓴 함안 칠성중학교 1학년 김해야 양을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끝으로 당선작이라 해서 작품이 뛰어나고 선정되지 못했다고 해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아울러 올해가 끝이 아니라 내년을 또 내년을 바라보며 많은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문학의 가치를 알아가고 자아를 키우는 글을 쓰고 미래의 꿈을 지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심사위원장 = 박덕선

◇심사위원 = 하아무, 허영옥, 정선호, 김진희, 노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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