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식(하동고 3학년)
오월 어느 날 무등산에 오르다가
우연히 목격한 것이 있었다.
꿀벌과 말벌이 싸우고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과 침을 지닌 말벌들이
힘없는 꿀벌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나는 가엾다고 생각만 했을 뿐
단지 멀찍이서 구경했다.
하지만 나는 보았노라.
잔인한 이빨에 온몸이 짓이겨져도
총알 같은 침에 온몸이 꿰뚫려도
독으로 온몸이 썩어버린다 해도
무언가를 지키려 하는 듯한
그 눈만은 무너지지 않았음을.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려 하는 건 자그마한 애벌레
어렵사리 태어난 듯한 새하얀 애벌레
애벌레에게 내일의 하늘을 약속한 듯
그것을 지키려는 꿀벌들의 모습은
얼마나 애달픈 아름다움인지.
나는 이에 찬탄하며 한 마디 읊조렸다.
아아, 34년 전 그들도 분명
꿀벌들과 같은 심경이었지 않았으랴.
관련기사
관련기사
- [18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중등부 운문 으뜸 - 왜?!
- [18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고등부 운문 으뜸 - 살
- [18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고등부 산문 으뜸 - 가장 예쁜 글자
- [18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중등부 산문 으뜸 - 皆旣月蝕 개기월식
- [18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중등부 운문 으뜸 - 왜?!
- [18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고등부 운문 으뜸 - 살
- [18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중등부 산문 으뜸 - 皆旣月蝕 개기월식
- [18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고등부 산문 으뜸 - 가장 예쁜 글자
- [제18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중등부 대상 - 사람은 꽃이다
- [제18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심사평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경남도민일보 문화체육부 부장. 일상여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