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식(하동고 3학년)

오월 어느 날 무등산에 오르다가

우연히 목격한 것이 있었다.

꿀벌과 말벌이 싸우고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과 침을 지닌 말벌들이

힘없는 꿀벌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나는 가엾다고 생각만 했을 뿐

단지 멀찍이서 구경했다.

하지만 나는 보았노라.

잔인한 이빨에 온몸이 짓이겨져도

총알 같은 침에 온몸이 꿰뚫려도

독으로 온몸이 썩어버린다 해도

무언가를 지키려 하는 듯한

그 눈만은 무너지지 않았음을.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려 하는 건 자그마한 애벌레

어렵사리 태어난 듯한 새하얀 애벌레

애벌레에게 내일의 하늘을 약속한 듯

그것을 지키려는 꿀벌들의 모습은

얼마나 애달픈 아름다움인지.

나는 이에 찬탄하며 한 마디 읊조렸다.

아아, 34년 전 그들도 분명

꿀벌들과 같은 심경이었지 않았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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