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경남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는 얼마나 되나?

우리나라 성씨(姓氏)는 삼국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는 중국을 드나드는 사신·무역상들이 사용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고려시대 들어 중앙집권을 강화하기 위해 관할구역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성씨 체계가 자리 잡았다고 한다. 더군다나 1055년 고려 문종 때 '성씨가 없는 자는 과거급제할 수 없다'는 제약을 두었는데, 이것이 성씨 보편화에 한몫했다고 한다. 실제로 고려 문종 이후의 인물을 시조로 하는 성씨가 많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천민들은 조선 후기까지 성씨를 얻지 못했다. 1909년에야 법제화되면서 모든 이가 성씨·본관을 두게 됐다. 따라서 한때 어느 성씨 몇 개를 두고 천민 성씨라는 말이 나돌았지만, 천민은 아예 성씨가 없었기에 이는 낭설이라 보면 되겠다.

일제강점기에 '창씨 개명'한 이들은 해방 이후 '조선성명복구령'에 따라 제 이름을 찾기도 했지만, 그대로인 채 살아온 이도 많다.

인구총조사(2000년 기준, 인구총조사 가운데 '성씨 및 본관'은 15년마다 조사하기에 2000년 자료가 가장 최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씨는 289개, 본관별 성씨는 4939개다.

가장 많은 성씨를 보면 김씨(21.6%), 이씨(14.8%), 박씨(8.5%), 최씨(4.72%), 정씨(4.37%), 강씨(2.27%), 조씨(2.14%), 윤씨(2.06%)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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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별 성씨에서는 '경남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가 상위 10위 안에 3개나 된다.

전체 1위는 '김해(가락) 김씨'로 412만 4934명이다. 전체 인구 대비 비율로 보면 8.97%다. 대략 주변 사람 10명 중 1명은 '김해 김씨'인 셈이다. 2위는 '밀양(밀성) 박씨'로 303만 1478명(6.59%)이며, '진주(진양) 강씨'는 96만 6710명(2.10%)으로 7위다.

또한 '김녕(김해 옛 지명) 김씨' 13위, '창녕 조씨' 23위, '밀양 손씨' 29위, '함안 조씨' 30위로 적지 않은 수를 차지한다. 이 밖에 '창원 황씨' 32위, '진양(진주) 정씨' 33위, '김해(우록) 김씨' 41위, '창녕 성씨' 46위, '하동 정씨' 50위 순이다.

지역으로 보면 진주(진양)를 본관으로 하는 성씨는 80개에 달해 87개인 경주에 이어 전국 두 번째다. 도내에서는 밀양이 67개, 김해가 43개로 그다음이다. 하지만 매달 50개 넘는 새로운 본관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니, 많은 변화가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하겠다.

다른 성씨라 할지라도 같은 뿌리라 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김해 허씨'는 수로왕과 허 황후(허황옥) 사이에서 난 아홉 아들 중 한 명이 어머니 성을 따른 것이니, '김해 김씨'와 같은 집안이라 할 수 있다.

본관인 지역은 시간이 흘러도 집성촌이 형성돼 있다. 요즘은 외지 관광객 발걸음도 많다.

거창군 위천면에는 '옛담장(등록문화재 제259호)'으로 유명한 황산고가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한옥민박을 운영하는데 마을 입구 안내판에 나와 있는 주인집 이름은 하나같이 '신○○'이다. '거창 신씨' 집성촌이기 때문이다.

거창 신씨 집성촌인 '거창 황산고가마을'. /남석형 기자

밀양시 교동에는 '밀성 손씨' 집성촌이 있다. 이 마을 '손씨 고가'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61호로 지정되었다. 그 안에 있는 열두대문이라는 한정식집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 찾았다가 '문어수란채국'에 반한 것으로 유명하다.

밀양시 교동 밀성 손씨 집성촌에 있는 손씨 고가(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61호). /경남도민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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