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경남의 성씨-한국서 살아야 하기에 이름 바꿔부징고 도나티엔에서 김창원으로

부징고 도나티엔(Buzingo Donatien)이라는 이름이 김창원(金昌原)으로 바뀐 지 5년 가까이 됐다.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태어났지만 내전을 피해 한국에서 7년 가까이 난민생활을 하다 귀화했다. '마라토너 도나티엔'으로 잘 알려진 그는 지금 현대위아 창원3공장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창원(37·창원시 성산구)'이다.

김창원.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 김, 그리고 자신의 제2 고향이 된 창원을 땄다.

"어차피 한국에서 계속 살아야 하기에 외국 이름을 쓸 수는 없었죠. 소속감도 떨어지고요. 주민등록증에 새겨진 제 이름을 처음 봤을 때 '진짜 한국사람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주변 사람들이 빨리 '김창원'이라고 불러줬으면 했는데, '도나티엔'에 익숙해서 그런지 좀 시간이 걸리더군요."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그가 '창원 김씨' 시조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창원 김씨'는 이전부터 있었고, 시조는 신라 경순왕 18대손 김을진(金乙珍)으로 기록돼 있다.

지금 현대위아 창원3공장에서 일하는 김창원 씨는 5년 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 김, 그리고 자신의 제2 고향이 된 창원을 따서 '김창원'이란 이름으로 주민등록증을 만들었다. /남석형 기자

"이름 신청할 때 그렇게 한 건데요, 아직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문제가 된다면 시조, 그런 건 사용하지 않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냥 부룬디 사람 중 최초인 창원 김씨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부룬디에서 쓰던 성은 '부징고'다. 할아버지 때부터 쓴 성이라고 한다. 성씨가 이어지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와 약간 차이가 있다고 한다. 대대로 이어지기보다는 후손 중에서 새로운 성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김 씨는 한국에서 생활한 지 12년 가까이 됐지만 본관·파·시조·족보, 이런 것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처음 만난 사람이 같은 김 씨면 좀 더 친밀감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김 씨는 부룬디 국적인 아내와 지난해 결혼했고, 얼마 전 아들을 얻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름 추천을 받았죠. 그중에서 '김한빈(金韓斌)'이라는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빛나는 아이'라는 이름 뜻대로 잘 키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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