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개떡 제일 먼저 판 어머니 대 이어 "굳지 않는 떡? 자연 맛 그대로 최고"

의령 전통시장 옆 골목에는 남산떡방앗간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제일 먼저 망개떡을 판매한 곳이다. 어머니 고 조성희 씨에 이어 아들 임영배(66) 씨가 대를 잇고 있다.

임 씨는 어머니가 망개떡과 인연 맺게 된 사연에 대해 전했다.

"부모님이 일본에 거주하셨습니다. 아버지가 관광가이드를 하셨는데 경제적으로 아주 괜찮았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해서, 해방 이후 전 재산을 두고 고향 의령으로 오게 됐어요."

돌아와서는 먹고 살기 위해 여러 장사를 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떡 장사였다. 원래 손재주 있는 어머니였다고 한다.

"제가 초등학생 때인 1957년에 어머니가 떡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인절미·송편 등 다양한 떡을 만들었죠. 이런저런 시도도 많이 하셨고요. 망개떡도 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처음부터 멥쌀로 떡을 만들었죠. 사실 망개잎 성분 같은 건 잘 모르고 시작했지요. 주위에서 위생적으로 좋다 하고, 또 보기에도 괜찮아서 망개잎을 이용한 거죠. 어머니는 떡을 이고 팔러 다니셨는데 장날 때는 이내 다 팔려나갔어요. 저하고 아버지는 떡메를 치면서 돕고 했죠."

그렇게 10년 넘게 거리에서 장사하다, 1973년경 지금 자리에 방앗간을 마련했다. 쌀은 기계로 갈았으니 이전보다 한결 수월했다. 문제는 망개잎이었다.

   

"잎이 없으면 망개떡은 금방 굳어요. 그런데 그때는 잎 저장법을 모르니, 가을부터 봄까지는 장사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겨울에는 국수장사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그랬어요."

임 씨는 한때 어묵공장을 해볼까도 했지만, 결국 망개떡에 모든 것을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소금물을 이용한 저장법을 깨쳤다. 그렇다고 잎에 대한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임영배 씨가 망개잎 저장 소금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00장씩 묶은 망개잎이 마치 깻잎처럼 느껴진다. (원 안 작은 사진) /박일호 기자 iris15@

"지금 의령 내에서는 망개나무가 거의 사라졌어요. 서늘하고, 물도 있어야 하는, 그런 조건에서만 자라거든요.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면서 생명을 다하는 나무가 늘었죠. 저는 다른 지역에서 들여오는 데가 있어 아직 걱정 없습니다. 서울 어느 곳에서는 중국산을 사용하더라고요. 역한 냄새가 나 상품성이 없다고 봐야죠."

망개떡 내놓는 곳이 지금은 10여 곳에 이른다. 이 속에서 임 씨는 자신만의 고집을 놓지 않는다. "굳지 않는 떡 같은 걸 할 수는 있지만, 저는 자연식 그대로 우리 집 만의 맛을 잇고 싶습니다. 여름에는 택배도 못 합니다. 그래도 직접 찾는 이들이 꾸준하기에 걱정 없습니다."

방앗간 안에는 아주머니 7~8명이 떡을 빚고 있다. 부인도 일을 함께하고 있고, 몇년 전부터는 아들이 업을 잇겠다며 나섰다. 40년 세월을 망개떡에 바친 임 씨다. 그래도 아직은 자기 손길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모든 것을 하나하나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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