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7월 망개잎 채취해 1년간 염장한 후 사용, 팥소·떡피 만들기, 빚기, 포장까지 수작업의 연속

"제일 손이 많이 가는 떡이 아닐까 싶어요. 기계가 하는 일도 있지만 결국에는 '손'이 필요하죠. 물론 힘들죠. 그렇다고 대충 만들어 내다 팔 순 없잖아요."

의령 사람들에게 망개떡은 '노동'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 안 가는 일이 없다. 그 때문에 각 가정에서 따로 만들어 먹는 일도 드물다. 망개잎만 봐도 그렇다.

◇수작업의 연속 = 망개떡 용으로 쓰이는 잎은 6월 말에서 7월까지만 채취 가능하다. 이 기간이 지나면 잎이 빨갛게 익기에 사용할 수 없다. 이 시기에 채취한 잎은 100장씩 묶어 염장한다. 망개잎이 지닌 독과 이물질을 제거하고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함이다. 염장에 들어간 잎은 길게는 1년 가까이 둔다. 우리가 먹는 망개떡은 1년 전에 딴 잎을 사용했다 보면 된다. 염장을 마친 잎은 깨끗하게 씻은 후 찐다. 이후 혹시라도 남아 있을 소금기를 제거하고자 한 번 더 씻는다. 그리고 크기·상태별로 정리하여 냉장보관 한다.

팥소 만드는 일은 더 바쁘다. 보통 팥 한 말을 달이는 데 7시간가량 걸린다. 물론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도 없다. 팥을 수시로 저어주는 기계가 있다고는 하나, 바닥에 눌어붙는 걸 막으려면 주걱을 손수 써야 한다. 끓어오르는 열기 곁에서 팥을 젓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달인 팥은 10시간 동안 그대로 두고 나서, 시원한 곳으로 옮겨 다시 한 번 식힌다. 이후 알맞은 양으로 나눠 담아 진공 포장하고서 냉장보관해야 겨우 끝이다. 떡피도 마찬가지다. 우선 멥쌀을 8시간 넘게 물에 담갔다 꺼내 소금 간을 하고 분쇄한다. 분쇄한 멥쌀은 25분가량 찌고, 가래떡처럼 길게 뽑아 '피 밀이 기계'에 넣는다. 납작해져 나온 피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정리하면 된다. 잎, 소, 피. 망개떡을 이루는 3가지 주재료는 이렇게 완성된다. 물론 다가 아니다. 이 재료들을 한데 모아 떡을 빚고 포장하는 일 역시 '수작업'의 연속이다.

탁자에 둘러앉은 할머니들이 1년간 염장한 망개잎을 크기별로 분류하느라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다. 망개잎은 크기에 따라 한 개 혹은 두 개를 사용한다. /박일호 기자 iris15@

이는 망개떡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파는 업체에게도 고역이다. 일손이 많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을 뿐 딱히 다를 게 없다. 오히려 팥을 끓이다 덴 자국, 떡을 빚어 생긴 굳은살만 무성하다. 물론 좀 더 편한 방법을 찾아 쉽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이는 없다. 작은 변화는 있을지언정 옛 방식을 고수한다. 큰 수익이나 저 홀로 특출난 맛을 원하며 부리는 고집은 아니다. 그저 '더 맛있고 오래가는 떡'을 바랄 뿐이다. 괜한 자존심 때문도 아니다. 단지 그 속에는 각기 다른 재료가 한데 모여 기막힌 맛을 내는 망개떡처럼 '공동체 의식'이 담겨 있다.

◇변화하며 발전하는 떡 = "나 하나 편하자고 대충 만들다 보면 그게 곧 의령 망개떡 전부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의령 사람들은 '혼자 잘나간다고 의령 망개떡 전체가 발전하진 않는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 이에 느리더라도 함께 발맞춰 나아가는 길을 택했다.

우선 재료부터 달리했다. 쌀과 팥 대부분은 의령 농가들과 결연해 재배했다. 농가에겐 든든한 수입원이 생긴 셈이다. 망개잎은 100개 묶음당 1200~1300원가량 쳐줬다. 망개잎 가치 재해석, 새로운 소일거리 탄생, 부족한 일손 해결 등을 따져볼 때 탁월한 교류였다. 그사이 '국산 재료만을 쓴다'는 자부심도 키워갔다. 의령산 재료가 부족할 시에는 전국 각지로 망개잎을 찾으러 다녔고, 다른 도·시·군 농가와 손잡고 팥을 마련했다. 수입은 줄더라도 책임감은 늘렸다. 정량 이상을 만들어 떡이 상하게 하거나 굳게 만드는 일도 줄였다. 덕분에 상품가치는 날로 올랐다. 더불어 주문·방문 판매를 활성화하며 의령을 알리는 데도 기여했다.

의령군도 힘을 보탰다. 지난 2008년 의령군은 의령망개떡협의회와 함께 지리적 표시제 등록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연구용역 등으로 등록 준비를 꾸준히 해 왔다. 그리하여 2011년 의령 망개떡을 지리적 표시제 제74호로 등록시켰다. 이어 창원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와 공동으로 '의령 망개떡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을 추진, 2012년 3월 '등록결정'이라는 결실도 거뒀다. 이로써 의령 망개떡은 상품명칭 침해에 대해 민사·형사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업체들의 다양한 시도도 잇따랐다. 망개떡은 '하얗다'는 편견을 깨고 녹색, 노란색 등 색색 망개떡과 뽕잎·보리·현미 망개떡 등을 선보인 것이다. 떡피에 쑥을 갈아 넣거나 치자물을 섞고, 흑미로 반죽하는 등 갖가지 변화를 준 결과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비자 호응은 별로였다. 홍보가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고유한 망개떡 맛과 이미지를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 누구도 이를 고깝게 여기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맞추는 것이야말로 상도덕'이라며 망개떡 발전의 한 과정으로 여겼을 뿐이다.

오늘날 의령 3대 먹을거리에 망개떡은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 소바, 소고기국밥에 비해 '부가적인 음식'이라는 인식도 점차 변하는 추세다.

여전히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업체들은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떡을 만들고자 무게를 개당 30~35g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팥소는 10g, 떡피는 가로·세로 7㎝ 내외로 한다. 떡을 쌀 때는 돌돌 말거나 사각형으로 싸는 등 그 방식과 모양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떡피를 반죽할 때 망개즙을 넣는 곳도 있고, 망개잎을 보기 좋게 일일이 자른 후 쓰는 곳도 있다. 소비자로서는 각 업체를 비교해가며 골라 먹는 재미도 생겼다. 최근에는 '굳지 않는 떡' 기술을 이전받아 '택배망개떡'이라는 새 시장도 개척한 상태다.

'망개~떠억, 망개~떠억'을 외치던 망개떡 장수는 이제 사라졌다. 이에 어떤 이는 예전 그 모습을 기억하며 추억에 잠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냥 그리워할 이유는 없다. 옛 모습은 사그라졌지만 정성만큼은 여전하다. 게다가 한마음 한뜻 속에서 망개떡은 날로 진화 중이다. 그 차진 맛처럼 '의령'을 앞에 붙이고서. 

※이 취재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 ㈜무학이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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