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살까지 망개 향기에 취해 살고파, 직접 팥 끓이고 젓는 옛날방식 고집

의령군 부림면 입산리에는 독립운동가 안희제 선생 생가가 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백산식품'이 자리하고 있다. 안희제 선생 손녀인 안경란(74) 씨가 망개떡을 빚어내는 곳이다. 안 씨는 어릴 적 기억을 끄집어냈다. "어릴 때 궁류면 쪽에 망개잎이 많았어요. 거기 잎을 따서 할머니가 망개떡을 빚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네 할아버지가 이 떡을 참 좋아하셨다'고 말입니다. 독립운동하던 할아버지가 집에서 망개떡을 많이 가져 갔다고 해요. 할머니는 '배고픈 동지들 가져다 주셨을 거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잎을 싸지 않고, 멥쌀에 팥만 넣은 떡은 더 이전부터 만들었다고 한다. 적어도 120년 전 집안에서 자주 빚었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를 만나러 귀한 손님들이 많이 오셨다고 해요. 그때 자주 내놓던 것이 망개떡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때는 잎을 싸지 않고 그냥 내놓았겠죠. 그때는 가난한 사람들이 해 먹는 음식은 아니었죠. 나중에 6·25전쟁 끝나고 장사하는 사람이 나오면서 여러 사람이 맛보게 됐습니다."

안 씨가 망개떡 판매에 나선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남산떡방앗간보다 한참 후다.

"임영배 씨가 장사하고 있었지만, 저희는 계속 집에서 해먹기만 했죠. 그러다 생활에 보탬이 될까 싶어 18년 전에 저도 판매에 나섰죠. 의령 아닌 외지에 파는 쪽이었죠. 백화점·농산물 전시장 같은 곳 말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바깥에서 더 소문난 것 같아요. 알다시피 여기 부림면까지 일부러 사러 오기는 어렵거든요."

안 씨는 여전히 옛날 방식을 고집한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여름날 팥 끓일 때 땀 뻘뻘 흘리며 일일이 손으로 젓는 수고를 마다치 않는다. 뜨거운 팥이 몸에 튀는 일도 다반사다.

"떡 잘 빚으면 예쁜 딸 놓는다는 말이 있죠. 정성을 다하라는 말입니다. 원래 팥이 잘 쉬어서 하루밖에 못 가요. 방부제니 뭐니 사용한다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데요."

안 씨는 밋밋한 망개떡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도 해 보았다. 포도진액·쑥·치자물 같은 것을 넣는 식이다. 팥 대신 땅콩을 넣어보기도 했다.

"아무도 안 사데요. 망개떡 하면 흰 것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봐도 잎이 하얀색 떡과 조화를 이루지, 색 들어간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망개떡은 그냥 지금 이대로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딸·사위는 서울에 있지만, 안 씨 일을 자주 돕는다. 든든한 후계자인 셈이다. 하지만 안 씨 반응은 좀 심드렁하다.

"옛날 방식으로 하려니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요. 저도 책임감 때문에 하고 있는 거예요. 주변에서는 대를 이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냥 제가 아흔 살까지 하고 말아야죠."

안 씨는 여름날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망개잎을 따러 나섰다. 도로 바로 옆 낮은 산에 잎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잎 한 장에 12~13원씩 한다고 하니 돈을 따는 셈이기도 하다.

안 씨는 잎을 따면서 연신 외쳤다. "아이고 예뻐라, 향이 정말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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