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변호사가 애플코리아에 대한 위치추적 소송으로 위자료를 받아낸 이후 집단소송 참여자들의 봇물이 터지고 있다. 김 변호사가 참여 신청을 받은 지 이틀도 못되어 신청자가 2만 5000명을 넘었다고 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만 300만 명이 넘는 데다 피해자들이 한 사람의 승소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소비자 집단소송으로서 유례없는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거대 다국적 기업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집단소송이라는 점에서도 결과가 주목된다. 현란한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소비자의 인권과 사생활 보호를 도외시해온 거대 통신기술업체의 관행에 대해 소비자의 집단적 힘을 통해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본 소송이 표면화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소송을 고려하는 피해자들에게 신중한 태도를 주문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본 사건을 조사하고 있고, 김 변호사의 소송이 법원이 애플사의 위법 여부를 따져서 판결을 내린 정식 재판이 아니고 간이소송에 해당하는 지급명령일 뿐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언론의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는 처음이 아니어서 애플의 사용자 위치추적 사실이 드러났을 당시에도 피해자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사의 사용자 위치정보 수집은 '위치정보의 보호 및 법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 명백하며, 소송 참가는 전적으로 피해 당사자가 결정할 문제이다. 통신기술업체의 사용자의 인권 침해에 대한 전사회적인 경각심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마저 부정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의 집단소송을 냉소적으로 대하는 시각이 있는 이유 중하나는 이미 유사한 소송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 적이 별로 없다는 학습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옥션이나 하나로텔레콤 등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공익소송은 처음의 사회적 관심보다 승산 없이 끝나거나 재판이 몇 년간 끌며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평가도 있는 본 소송은 힘없는 계란들이 모여 바위를 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인정보침해가 의심되는 다른 통신기술업체에 대한 집단소송도 잇따를 수 있다. 통신기술업체가 소비자 인권을 예사로 침해하는 일이 관행이 안되도록 정부와 사법당국이 분발해야 한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