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현장방문 "자연과 시민 단절 … 집중호우 이런 식으로 해결해야 하나"
8일 오전 11시 창원 파티마병원 앞 창원천교~대원교에 2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포클레인이 흙을 걷어내는 하천 주위를 돌며 이런저런 얘기를 쏟아냈다.
"지나가면서 보기는 했지만 도로 만드는 공사인 줄 알았지."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저게 옹벽이었구나."
"아이들 키에서는 하천을 바라볼 수 없겠네. 직접 보니까 와 닿네."
정확히 한 시간을 둘러본 후 현장을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창원하천살리기연대는 센터 풀뿌리 신입 강사들과 함께 '창원천 콘크리트 옹벽 현장 방문'의 시간을 마련했다.
창원천 생태하천복원사업 구간인 창원천교~대원교 양쪽에는 700m에 걸쳐 1m 높이로 콘크리트 옹벽이 설치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에 물이 넘치자 창원시에서는 '옹벽 설치'라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넘친 게 아니라, 하수구가 막혀 역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옹벽 설치가 아닌 하수구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땜질식 처방으로 내놓은 옹벽 때문에 더 이상 생태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하천 밑으로 내려갈 수도 없다고 걱정한다. 아이들은 1m 높이의 옹벽 때문에 하천을 바라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이곳에서는 물고기가 죽었는지, 생활하수가 들어오는지, 계절 따라 어떤 꽃들이 피고 지는지, 물새가 오는지를 알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에서는 설치 중인 옹벽을 다시 없애거나, 최소한 옹벽을 양쪽 도로변 높이와 같게 깎아 낼 것을 바라고 있다.
이들을 안내한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 박경숙 이사는 "아이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생태교육을 한다. 아이들의 기준은 '보인다'와 '보이지 않는다'이다. 이 옹벽은 자연과 시민을 단절하는 벽"이라고 설명했다.
창원하천살리기시민연대 이보경 부장은 "지난해 7월 집중 호우 이후 창원시가 시민 의견을 모으지 않은 채 토목사업 마인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이 즈음 자동차로 주변을 지나던 한 여성은 차창 너머로 "잘하십니다"라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박경숙 이사는 참석자들에게 "돌아가서 창원시청 홈페이지에 많은 글을 남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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