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지역 문화를 부흥하는데 일조하고, 고양된 지역문화는 기업의 경영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널리 퍼진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하지만, 이 단순함 때문에 '기업은 무조건 돈을 내놓고, 문화예술 단체는 그 돈으로 지역문화를 가꾸면 된다'는 소아병적인 논리적 귀결이 팽배한 것 또한 사실이다.

기업과 문화예술 단체를 연결하는 메세나 운동이나, 기업이 공연 티켓 등을 사면 일정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문화 접대비 같은 제도가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기업=자선가'·'문화예술단체=수혜자'라는 등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원하는 쪽이나 지원받는 처지에서나 뭔가 모를 어색함을 공유하게 되고, 마지못해 부탁하고 지원하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지역의 모 공연단체가 지역에 있는 국내 유수의 한 기업으로부터 공연 제작비 일부를 지원받았다고 하자. 그러면 당연히 공연 단체는 공연 자료집 등을 통해 그 기업을 홍보해 주려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 쪽에서 굳이 '홍보해주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기업 규모가 클수록 이런 사례는 더욱 많아진다. 한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줄지어 몰려올 스폰서 요청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은 홍보 효과를 거두고, 공연단체는 질 좋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순진하기 그지없는 생각을 공유하면서 '알고 속는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기업은 지역 문화예술단체를 통한 홍보 효과를 그리 믿지도 않을뿐더러, 공연 단체 역시 기업의 지원 없이는 질 높은 작품은 고사하고 작품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모양새다.

발상의 전환 없이는, '기업은 지역 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명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이야기로 전락하고 말 것만 같다. '알고 속는 게임'이 '당연한 일'이 되기 전에, 지자체·기업·문화예술인들은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 바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메세나 운동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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