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뜻일까? 말만 놓고 보면 얼핏 '남자 승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 이 말은 '남자 승무원'을 일컫는 은어로 통한다. 객실 승무원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이런 꽃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남승'이다.보통 스튜어디스는 익숙하지만 스튜어드는 왠지 낯설기만 하다. 항공승무원(flight attendant)은 케빈 크루(cabin crew)라고도 하며, 성별에 따라 스...
삶은 부단히 선택을 강요한다. 그런데 그 선택을 하는 처지라는 게 항상 같지 않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이 있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도 있다. 그 선택이 낳는 결과는 최선일 수도 있지만 최악이 될 수도 있다. 또 가까스로 최악은 면하지만 따지고 보면 최선은 아니기에 '차선' 또는 '차악'이 되는 선택도 있다.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제법 잘나가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가맹점이 여럿이고 ...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이 김두관 도지사와 판박이라고 느낀다면, 당신은 김두관 도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 이른바 '경남모델' 혹은 '김두관 모델'은 야권 단일후보인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의 아성을 깨고 선거에 승리하고서 단일화에 합의한 정당과 시민단체를 아우르는 '공동정부'를 구성한다는 시나리오다. 김 지사가 '공동정부라고 말하기 부끄럽다'고 자인한, 그야말로 초기단계인 공동정부의 현현은 민주노동당 출신 강병기...
이른 새벽 주섬주섬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선다. 거리는 아직 어둡다. 오늘, 트럭 여행이 시작된다. 사실은 이것 때문에 아프리카에 온 셈이다. 트럭킹(trucking)이라 불리는 이 여행은 개조한 트럭에다 텐트와 먹을 것을 다 싣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오버랜드(overland) 투어라고도 한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그나마 싸고 실속 있게 여행을 하는 방법의 하나다.마빈아침 일찍부터 여행...
창원시 성산구에 소재한 한국폴리텍Ⅶ대학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취업률 전국 1위, 입시 경쟁률과 인문계고 지원자 급상승 등 그 성과는 놀랍기만 하다. 대표적인 종합기술교육대학으로서 위상을 한껏 높이는 이 대학 변화의 중심엔 강지연 학장이 있었다.지난 2009년 3월 경상남도 도의원 출신의 강지연(67) 씨가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학장으로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학교 안팎의 반응은 대체로 의아하다는 것이었다. 여...
창원MBC와 진주MBC가 합병해 MBC경남으로 다시 태어났다. 공식 출범일이 9월 1일이었으니 벌써 3개월이 지나고 있다. 통합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진주MBC와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진주의 역사성과 지역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2010년 3월 8일 마산·진주MBC 겸임 사장에 김종국 MBC 이사가 선임되면서부터 시작됐던 갈등은 1년 6개월이나 이어졌다.통합 과정의 갈등과...
권종수(59) 씨 공연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 7월이었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현지야 사랑해! 희망 콘서트' 무대다. 모세포종양을 앓는 한 살배기 윤현지 양을 돕고자 마련한 행사였다. 3시간 남짓 이어진 그날 행사에서 권종수 씨는 마지막 공연을 맡았다. 앞서 2시간 동안 이어진 공연 때문인지 무대와 객석 사이 분위기는 시작 때보다 늘어졌다. 권종수 씨는 무대 전체를 활용하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애절한 연주...
명작을 만나다42세 개띠 도예가. 명작도예 우현(又玄) 김기환. 여기서 명작(名作)은 명품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우현(又玄)은 ‘또 모른다’는 뜻으로 정진하라는 말이다. 그는 항상 세상 공부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나는 그를 명작 선생이라고 부른다.그는 어느 여름날 내 일상 속을 마치 점령군처럼 쑥 밀고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 사람 뭔가 싶었다. 우리는 3일을 이어 술을 마셨는데, 마지막 날 술자리가 끝...
어느 날 세린이 말했다-세린 어쩌면 우리가 가장 살기 좋은 때에 사는 건지도 몰라요.-서후 응? 무슨 소리야?-세린 그러니까 음…. 그러니까 문명도 적당히 발달해서 편리하고, 자연도 어느 정도 보존이 돼서 쾌적하잖아요. 앞으로는 이것보다 더 나빠질 거 같아.-서후 디스토피아를 꿈꾸는구나.-세린 그래서 이제는 자식을 낳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세상은 더럽고 범죄도 잦아지고.-민교 와, 이기적이다.-세린 나도 ...
지난달 25일 작사가 반야월(半夜月·95·본명 박창오·사진) 씨를 경기도 안성에서 만났다. 반야월 씨는 경기도 안성시민회관에서 열린 신인가수 선발대회인 제5회 전국안성가요제에 초청돼, 서울에서 안성까지 왔다. 지팡이를 짚고 시민회관에 도착한 반 씨 뒤에는 그의 셋째 딸 박희라(58) 씨가 있었다. 박희라 씨는 반야월 씨 곁에서 인터뷰를 도왔다. 한 때 아버지를 이어 가수로도 잠깐 활동한 박...
1990년 2월 11일. 케이프타운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늦여름이었다. 이날 오후 넬슨 만델라가 석방되었다. 27년간의 긴 수용생활을 끝낸 뒤다. 만델라를 태운 차는 케이프타운 시내를 돌며 퍼레이드를 했다. 그리고 만델라는 시청 발코니에서 유명한 연설을 한다.I stand here before you not as a prophet but as a humble servant of you, the people. 나는 여기 여...
지난 6월 22일 민주노동당의 유일한 지역구 재선 국회의원이자 진보정치의 맏형으로 불리는 권영길(70·창원을) 의원이 2012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진보 대통합에 몸을 던지겠다”는 이유였다.하지만 권 의원이 몸을 던져 성사시키려던 진보신당과 통합은 끝내 무산됐다. 이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추진했던 국민참여당과 통합안은 권 의원이 앞장서 부결시켰다.그가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에...
김주완 편집국장하고 식사하셨다면서요? 인사치레로 건넨 질문이었다. 후회했다. 사회복지센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회복지협회로, 복지 정책으로, 복지 시스템으로, 그리고는 곧바로 진보, 보수, 안철수 현상 등 정치현안으로 이어지더니 3·15의거, 부마항쟁, 자전거 도로, 해양 신도시 등 지역현안까지 아울렀다. 첫 질문에서 내처 30분, 준비해간 질문은 아예 꺼내지도 못한 채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다. (주) 무학 최재호...
지난 2007년 12월. 박항서 감독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공석이 된 사령탑을 선임하고자 경남FC 구단은 공개 감독 선발공고를 냈다. 서류심사를 거쳐 최종 면접에 오른 후보는 3명.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조광래(현 국가대표팀 감독) 감독이 경남FC 2대 감독에 취임했다. 당시 조광래 감독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던 최진한 감독은 "3명의 후보가 최종 면접을 봤는데, 조 감독님이 1위를 하고 내가 2위였...
점심때를 넘겨 찾은 사무실은 차분하지만 분주했다. 법무법인 미래로. 최근 애플 소송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바쁘게 업무를 보던 이재철(52) 대표변호사가 옷매무시를 가다듬는다. 며칠 전 그에게 인터뷰하자고 했더니 질문을 미리 보내 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 질문에 맞게 답변을 다시 보내왔다. 이건 뭐 재판 준비를 하는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애플 소송 준비는 잘 되고 있다고 한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경로 안내를 종료합니다."어? 도로 한가운데였다. 분명히 서원곡으로 가는 도롯가 어디일텐데 지나쳤나 보다. 어쩔 수 없이 서원곡 유원지로 접어들었다.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지나쳐온 곳을 살폈다. 오래된 집이 옹기종기 모인 조그만 동네였다. 주차장에서 다리를 건너니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관해정 은행나무다. 관해정 담을 따라 동네 골목을 들어서면 풍경이 아기자기하다. 그 길을 쭉 가...
왜 아프리카냐고 사람들이 물었다. 내 삶에서 가장 먼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단은 그럴듯했다. 하지만 여행 내내 자신을 향한 물음은 계속됐다. 도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지? 그것은 존재에 대한 물음이자 관계에 대한 물음이었다.아프리카로 떠나기 전날 밤 나는 마산 만날공원에서 도심 위로 떠오른 달을 보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공원을 서성인 다음이었다. 누군가를 만나러 왔지만, 누군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밤 산책을 온...
오는 2013년이면 도내 야구팬도 목청껏 응원할 수 있는 팀이 생긴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했으니 꼬박 32년 만이다. 그동안 경남은 야구에 있어서만은 '변방(邊方)'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프로야구보다 훨씬 인기가 좋았던 고교야구 시절에도 경남 팀은 내로라하는 전국 대회에서 정상 인연을 맺지 못했고,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지어졌던 마산야구장은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하고, 리모델링으로 역사의 뒤안길을 맞이하게 됐...
박희태 국회의장과 인터뷰 약속을 잡은 후, 관련 자료들을 뒤적이던 중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영화전문잡지 < 씨네21 >에 실린 임범 감독 인터뷰였다. 임 감독은 9월에 극장 개봉한 다큐멘터리 < 술에 대하여 >를 연출했는데, 인터뷰에서 박희태 국회의장 출연이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고 있었다."폭탄주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당연히 박 의장을 떠올렸는데, 취재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