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파워] 허성무 경남도정무부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이 김두관 도지사와 판박이라고 느낀다면, 당신은 김두관 도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 이른바 '경남모델' 혹은 '김두관 모델'은 야권 단일후보인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의 아성을 깨고 선거에 승리하고서 단일화에 합의한 정당과 시민단체를 아우르는 '공동정부'를 구성한다는 시나리오다.

김 지사가 '공동정부라고 말하기 부끄럽다'고 자인한, 그야말로 초기단계인 공동정부의 현현은 민주노동당 출신 강병기 정무부지사였다. 그의 뒤를 이어 민주당 경남도당의 추천을 받아 두 번째 공동정부의 아이콘이 될 허성무(48) 신임 부지사를 만났다.

-취임식 때 직원들에게 한자성어를 쓰셨습니다. '이신작칙(以身作則)'이라구요.

   
 

"공자가 한 말입니다. '자신이 남보다 먼저 실천하여 모범을 보임으로써 일반인이 지켜야 할 법칙이나 준례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직원들에게 방문을 활짝 열어 놓겠다, 편하게 와서 나를 잘 활용해달라고 당부했어요. 10월 31일 민주당에 탈당계 냈고, 임기 없는 이 정무직을 끝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저는 도지사와 공무원, 경남도와 언론, 의회 사이 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도민과의 소통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의회 통해 의원을 뽑아준 도민과 만나는 것이고, 언론을 통해 도민과 소통하는 게 있지요. 어느 하나도 소홀할 수가 없습니다. 자주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하는 일의 제일 큰 부분은 의회와 언론입니다. 알다시피 만남은 공식적인 것도 있지만 비공식적인 것도 있지 않습니까. 두 가지 소통 구조를 잘 활용하겠습니다."

-언론과 의회와의 소통을 유난히 강조하시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건지요?

"무조건 자주 만날 겁니다. 스킨십이 있어야 하죠. 다음으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든지 열려 있되 특정한 사안이 있을 때는 가장 최적의 시기에 대처해야 합니다. 제때 대처하면 별 큰일이 아닌데, 괜히 미루고 늦게 해명해 문제가 커지는 일을 종종 있지 않습니까."

-강병기 부지사는 취임 초기 낙동강 문제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김 지사도 그렇고요.

"도백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어요. (김 지사와 이 대통령은) 강을 비롯한 국토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이 다르지 않습니까. 필연적인 일인 듯도 하고. 하여튼 아무리 훌륭한 일이라도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되는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측하고 준비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요?"

-도청 공무원들 말이, 강 부지사 때문에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민주당에 대한 편견은 어떤 것이 있을지, 또 어떻게 바꿔 나갈 건지요.

"민주당의 편견이라 하면 '지역 정당이 아니냐' 하는 걸 겁니다. 결코, 아닙니다. 정말로 편견입니다. 나만 해도 500년 마산에 살아온 토박이고 하귀남 마산을 위원장도 토박이 아닙니까. 여기서 민주당하는 분들이 대대로 경남에서 살아온 분들이고, 경남의 아들들입니다. 남의 당이 아닙니다. 경남도민에게 헌신하는 '경남의 당'입니다. 제가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할 때도 한나라당 마산시장, 김태호 도지사에게도 잘 협의하고 지원해드렸습니다. 그런 충심을 아신다면 당이 다르다고 해서 다르게 보시지 않을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과는 인연은.

"86년도 12월 미문화원 점거를 시도하다가 안에서 다 잡혀 나왔죠(웃음). 잡혀 나와서 구속됐죠. 그때 노 전 대통령이 무료 변호를 맡아주셨습니다. 그전에는 부산지역 유명한 인권변호사가 계신다는 건 1년 전쯤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 만남은 그때가 처음이었죠. 같이 활동을 한 건 87년 6·10 민주항쟁 성공하고 빨리 출소를 하게 됐죠. 복학해서 복학생동지회 이런 걸 만들어 활동했는데, 그때 대통령 선거가 87년 12월에 있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부산에 '공정선거 감시본부' 본부장을 했는데, 제가 교육실무를 맡았습니다. 그때 구체적으로 일을 같이하게 됐죠. 그러면서 서로 신뢰하는 관계가 형성됐고, 그러다 보니 다음해 총선에 출마하셨을 때, 제가 초량동 자원봉사 팀장을 맡았는데 아주 맹렬하게 일했죠.(웃음)"

-참여정부 시절 2006년 1년 2개월 동안 민원제도혁신 비서관을 하셨죠. 그때 경험이 도움되겠습니다.

"그때 크게 두 가지를 느꼈습니다. 요즘은 공무원이 특별히 법을 어겨서 생기는 민원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로 법의 사각지대라던지, 또 법을 잘 몰라서 생기는 민원이 많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융통성 있게 하느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게 벽이면서도 잘 풀어내야 하는 거고…. 또 조직이기주의도 있고요. 민원이라는 게 이해당사자가 있고, 또 기존 질서에서 이득을 본 사람이 있어서 뚫고 나가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늘 제가 생각하는 최종 수혜자를 생각하면서 일에 매진했습니다. 정무부지사로서 나의 최종 수혜자는 도민이고요."

-어떤 도민인가가 중요한 지점이네요.

"보호대상자와 장애인, 그러니까 사회적 약자가 우선이겠죠. 신자유주의 물결에 소외되고 탈락한 사람들 말입니다. 동시에, 번영 1번지를 만들려면 미래성장산업이나 기존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포함돼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김 지사가 내세운 '대한민국 번영 1번지'라는 모토가 눈에 안 들어온다고 하던데, 제가 보기에는 구호의 완결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영을 다르게 해석한 거죠. 기존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굴뚝산업에 의한 경제적인 번영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복지 1번지, 예술 1번지, 의료 1번지, 행복 1번지 얼마나 좋습니까. 아, 그때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안 물어봅니까?"

-어떤 일을 하셨죠?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 다대포까지 해수욕장 철책선이 있지 않습니까. 이게 어민들 주민들 수십 년 민원이었는데, 안보 문제 등이 있어서 해결이 안 됐어요. YS 정권 때 시도했지만 그때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이 터졌고. 이걸 저 있을 때 해냈습니다. 수차례 회의와 조정을 한 후에 바다를 국민의 품으로 돌린 겁니다. 철책선을 모두 없애고 그해 여름 강원도 쪽 해수욕장 인원이 30% 늘었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습니다. 상인도 주민도 어민도 좋은 거죠. 또 2007년 박원순 이사장이 저와 밥 한 그릇 하면서 제안한 게 있었어요. 가임기 여성이 수영장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을 주는 것, 또 지하철 손잡이 높이를 다양하게 해달라는 요구였는데, 지금 보세요. 다 됐잖아요."

   
 

-옛 마산에서 500년 산 집안에서 태어났고, 정당활동은 거의 옛 창원지역에서 하셨습니다. 마창진 통합을 둘러싼 최근 논란에 대해 의견이 있을 듯한데.

"애초 창원도호부는 도시가 점점 발전하면서 분리할 필요성에 따라 분리됐고, 지금은 광역행정의 필요성 때문에 통합했습니다. 문제는 통합과정인데, 절차적 민주주의가 생략됐다는 것이지요. 의회 날치기로 통합됐으니 정당성을 결여한 거 아닙니까. 지금 시의회는, 아파트 관리 잘해달라고 맡겨 놨더니 아파트 주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명의를 이전한 꼴입니다. 시 청사 위치 결정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의 문제가 될 겁니다."

-김 지사의 대선 출마 여부는 어떻게 보는지요. 일설에는 문재인 이사장이 "나 신경 쓰지 말고 나가라"고 김 지사에게 말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본인의 총선 출마 여부도 궁금합니다.

"지사를 보필하러 들어온 제가 개인 일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언제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보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지사의 출마 여부는 제가 답할 게 아닙니다. 다만, 문재인 이사장이나 김 지사나 참 '양반' 아닙니까. 허투루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분은 아닙니다.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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