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뒤 산청 상능마을 주민 이주 현실화
산사태 예측·조사 모두 정부기관에 의존
하천 관리·사방댐 등 국비 확보 최대 과제
지역 생태환경 중심에 둔 해결책 모색 필요

7월 29일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폭우 피해 현장. 지진이 난 것처럼 마을 지반이 내려앉아 있다. /김구연 기자
7월 29일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폭우 피해 현장. 지진이 난 것처럼 마을 지반이 내려앉아 있다. /김구연 기자

경남도와 산청군은 극한호우 여파로 지반 상당 부분이 내려앉은 산청 생비량면 상능마을 주민 13가구 16명을 대상으로 이주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는 기후위기에 따른 인구 이동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마을과 도시 기능이 마비되는 기후재난이 현실이 됐지만 세밀한 분석이 필요한 기상 예측이나 재난 예방까지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기본 현황 모두 정부기관을 거쳐 확보하고 대응책을 펴면서도 국비 확보가 중요한 과제다.

일례로 경남에는 산악기상관측망이 37개 지점에 있다. △산청 둔철산·왕등재·철마산·황매산 △함양 대봉산·법화산·삼봉산·용추자연휴양림 △거창 갈미봉·금원산·금원산자연휴양림·기백산·단지봉·수망령·월봉산·중우박골 △하동 묵계재·형제봉 △진주 월아산 △사천 실봉산 △고성 갈모봉·향로봉 △남해 대기봉 △통영 도덕산 △거제 고산자봉·노자산·북병산 △의령 장등산·한우산 △창녕 영취산(병봉) △함안 천주산 △창원 평지산 △김해 불모산 △양산 금오산·대운산·영취산(시살등)·천성산이다.

이 관측망은 지상 10m와 2m 기온·풍속·풍향·습도·전도식과 무게식 강수량·기압·적설 등을 기록하는데 산사태 예측에 반영하는 중요한 자료다.

산림청은 이 관측망을 올해 511개까지 늘리는데 올해 추가하는 16개 중 5~6개를 경남에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산악기상 관측이나 관련 조사는 경남도 산림 부서 업무가 아니다. 필요할 때 산림청 등에서 정보를 받을 뿐이다.

산사태 연구와 예측은 산림청과 관련 기관에 집중돼 있다. 산림청은 지난해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각각 관리하던 사면 정보 200만 건을 실어 올해 '디지털 사면통합 산사태 정보시스템 활용 교육'을 지자체와 공공기관 재난안전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산사태 취약지역과 함께 사면붕괴 위험지 또한 각 기관이 시스템을 활용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아울러 산림청은 '산림 유량 관측망'도 올해까지 90개(경북·충청)를 설치하고 2031년까지 400개로 산림 유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방침이다.

또 산림청 산하 한국산지보전협회는 토석류나 계곡 범람 위험을 즉각 알 수 있게 전국 산림 계곡을 3차원 공간정보화해 '산림수계수치지도'를 2027년까지 제작할 계획이다. 올해 경상·충청 권역이 대상이다.

7월 29일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폭우 피해 현장. 지진이 난 것처럼 마을 지반이 내려앉고 도로는 갈라져 있다. /김구연 기자
7월 29일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폭우 피해 현장. 지진이 난 것처럼 마을 지반이 내려앉고 도로는 갈라져 있다. /김구연 기자

경남도는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서 기상청이 공유한 자료도 확인한다. 그러나 이는 정부기관과 지자체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도민은 접근하기 어렵다.

조직 체계상 경남도는 기후와 재난 문제를 따로 떼어 놓은 구조이기도 하다. 도민안전본부에 자연재난과가 있고, 환경산림국에 환경정책과·기후대기과가 있다. 극한호우 등 기후재난이 일어난 이후 깊이 있는 분석과 장기적 예방책을 고민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셈이다.

최근 경남도가 밝힌 재난 대책 가운데 일부는 △제방 붕괴와 비닐온실 침수 피해를 가져온 양천·덕천강 국가하천 승격 △덕천강·호계천 등 지방하천 퇴적물 파내기를 위한 국비 지원 등으로 자체 대책이라기보다 대정부 건의사항이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일상에서 기후재난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하천 관리와 같은 재난 대응도 생태환경을 중심에 놓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아 경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극한 기후가 단기간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고 상시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이번 재난을 계기로 주민들의 일상 주거지를 중심으로 위험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림청은 산사태 문제가 사방댐을 설치하면 예방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환경 훼손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하천 관리도 지류에서 범람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한데 생태하천사업으로 재해를 예방한다며 인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기반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어떤 생태환경인지 조사하고 대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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