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극한호우 피해 땅밀림 현상·거주 불가능
진입 도로 등 갖춰 주민 16명 2028년께 입주
기존 마을은 안전조치 뒤 기억 공간으로 보존

허종근 산청군 행정복지국장이 1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산청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이주단지 조성 계획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허종근 산청군 행정복지국장이 1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산청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이주단지 조성 계획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지난달 극한호우로 땅밀림 등 큰 피해가 발생한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주민들이 이르면 2028년께 새 이주단지에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이주단지는 기존 마을에서 800m 아래 떨어진 곳에 조성된다. 아울러 기존 마을은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피해를 기억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소로 보존한다. 

19일 경남도와 산청군은 상능지구 이주단지 조성 계획안을 발표했다. 앞서 상능마을은 7월 16~20일 쏟아진 폭우로 대규모 땅밀림 현상이 발견됐다. 땅밀림은 완만한 경사지에서 지반 전체가 서서히 밀려 내려가는 것을 말한다. 다행히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빠르게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주택 24채와 제실 2동 등이 피해를 봤다. 땅밀림(5.69㏊)과 토사 유실(7.31㏊) 등으로 재산피해는 44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특히 주민들이 원래 주거지와 마을로 돌아가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다.

7월 극한호우로 땅밀림 현상이 발생한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주택들이 흙에 파묻혀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7월 극한호우로 땅밀림 현상이 발생한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주택들이 흙에 파묻혀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상능마을 13가구 16명이 거주할 수 있는 새 주택 단지는 기존 마을에서 남쪽으로 800m 떨어진 곳에 들어설 계획이다. 1만 5000㎡ 터에 총사업비 305억여 원을 들여 조성한다. 산청군은 마을 인근에서 제한적인 개발을 할 수 있는 여러 계획관리지역을 살펴보고 주민들과 협의한 결과 이주단지 예정지를 선정했다.

허종근 산청군 행정복지국장은 이날 도청 브리핑에서 "기존 주택 보상에는 67억 원, 상능마을 전체를 철거하고 들어내는 데는 100억 원 정도가 든다는 진단을 받았고 애초에 임시 거주시설도 계획했었는데 주민들이 이주단지 조성을 원했다"며 "이주단지는 기존 마을보다는 산과 떨어져 있고 현재 농경지인데 주민 모두 살 수 있을 만한 면적이 이곳 말고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새 이주단지에는 주민 주택 13채와 마을회관 1동을 건립한다. 이주단지는 상능로를 따라 기존 마을과 연결되고, 남쪽으로는 의령군 대의면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여기에 이주단지에서 기존 마을을 거치지 않고 북쪽 신등면 방면으로 오갈 수 있는 산청군 소유 도로(1.7㎞)를 새로 낼 계획이다.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이주단지 조성 계획안. /이동욱 기자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이주단지 조성 계획안. /이동욱 기자

기존 마을에서는 소하천(0.1㎞) 정비와 더불어 침사지·배수로·비탈면 보호공 등으로 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 복구가 진행된다. 특히 콘텐츠 3종을 개발해 가칭 '상능마을 메모리얼 체험관'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 마을 지반이 다시 무너져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흙이 밀려 내려오면 이를 가라앉혀 막아주는 시설인 침사지(모래막이 못)를 두기로 했다.

허 국장은 "마을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메모리얼 체험관을 조성하는 것으로 행정안전부와 협의했고,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마을 주변으로 울타리도 칠 계획"이라며 "건물은 크게 짓지 않고 피해 현장을 살펴보러 온 분들이 잠시 들어가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될 듯하다"고 설명했다.

경남도는 마을을 보존하면 국민 누구나 땅밀림·산사태 피해 현장을 관찰하며 그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명균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달 대피했던 도민만 8000명이고 이런 전례가 없었다"며 "기상이변 때 위험지역에서는 대피하는 게 최선의 방어인데, 상능마을 현장은 사전 대피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줘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단지 조성은 현재 사유지인 터 매입, 설계, 농업진흥지역 해제 등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2~3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주민 10가구 13명은 현재 마을 인근 모텔 한 동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3가구는 지인 또는 자녀 집에서 생활 중이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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