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시설 복구 조사 없어 복구율 가늠 안 돼
한 해 농사 망친 농민, 수확 꿈꾸는 일상 막막
집 잃은 주민 194명 아직 대피소 생활 이어가

군 장병이 투입돼 수해를 입은 시설하우스 쓰레기를 걷어내고 있다. /김구연 기자
군 장병이 투입돼 수해를 입은 시설하우스 쓰레기를 걷어내고 있다. /김구연 기자

"한 달이 일 년처럼 느껴졌어요. 끝없는 복구작업은 아직 기약이 없습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재난이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산청 주민들 일상회복은 요원하기만 하다. 한 해 농사를 망친 것은 물론,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에 머무는 주민도 194명에 이른다.

산청군 공공시설 피해 응급복구율은 18일 기준 95.7%로 집계됐다. 군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 피해 공공시설 응급복구를 마무리하고, 항구복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항구복구는 해를 넘겨 내년 장마철 이전 기본 시설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주민이 감당해야 하는 사유시설 복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진 폭우로 발생한 주민 피해는 3만 3638건, 1303억 원 규모다. 농경지 625㏊(9722건)을 비롯해 농작물 1191㏊(1만 2377건), 농림·축산시설 4719건, 주택 803건, 산림작물 등 3762건, 가축입식 등 2255건 등이다. 사유시설 복구작업은 별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복구율을 가늠하기 어렵다.

"농작물을 다시 심고 수확을 기다리는 시기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흙을 걷어내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만 하고 있습니다."

중장비를 동원한 복구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마을 주민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중장비를 동원한 복구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마을 주민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신안면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한 주민은 수확을 기대하며 땀을 흘리던 일상이 언제 돌아올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폭우 피해 농민 대부분 올해 농사를 망쳐 일상이 회복되는 시기는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복구작업은 폭염에도 연일 구슬땀을 흘리며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된 지역사회에 자원봉사 일손이 줄어들면서 복구작업은 더뎌지고 있다. 한 해 농사를 새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일상 회복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이다.

집을 잃은 이재민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피소 생활을 하는 한 주민은 "돌아오는 명절을 대피소에서 보내게 됐다"며 "제사라도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땅밀림 현상으로 마을 전체가 내려앉아 집단 이주가 추진 중인 생비량면 상능마을 김광연 이장은 "임시 주거지 조성사업도 마다하고 모텔생활을 하며 하루빨리 마을 이주가 진행되길 기다리고 있다"며 "마을 주민 대다수가 70~80세 고령층인데,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청지역에서는 이번 폭우로 1992가구 2661명 이재민이 발생했다. 18일 기준 121가구 194명이 아직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 대다수 주택 피해를 본 이들은 산청읍·시천면·신안면·생비량면·신등면 지역민이다. 이들은 선비문화연구원, 마을회관,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숙박시설 등 16곳에서 지내고 있다.

정영철 산청부군수는 "정부 복구계획 수립에 따라 속도감 있게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며 "올해 3월 산불로 집을 잃었던 이재민들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수해 이재민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입주하는 데까지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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