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환경운동연합 등 6개 단체 기자회견
"정밀 조사 거쳐 근본적 원인 규명 필요"
사방댐 무용론·숲 가꾸기 정책 재검토
자연 회복력 중심에 둔 해법 모색 촉구
벌목과 숲 가꾸기, 임도 건설 등 산림 정책이 최근 산청군 산사태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밀한 현장 조사를 거쳐 명확한 원인을 찾고, 자연 회복력에 기반을 두고 산림 생태 관리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시민의숲, 함양군농민회는 4일 오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림청은 산사태 지역에 철저하고 폭넓은 현장 조사로 원인과 처방을 명확히 규명해 전방위적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산청읍 부리와 모고리 산사태 시작점 현장을 둘러봤다. 와룡산을 중심으로 부리와 모고리는 2010년 산불 이후 복원을 목적으로 벌목과 숲 가꾸기 사업 등이 진행됐는데, 이들은 곳곳에 조림과 간벌(솎아베기)이 이뤄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벌목이 이뤄지거나 임도가 만들어진 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났고, 사방댐은 방지 효과를 못 내고 망가진 사례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현장 사진도 보여주며 단성면 사월리 현장은 벌목 이후 튤립나무 등을 심었는데 산사태가 발생했고, 산청읍 병정마을 등도 벌채 지역에서 토사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산청읍 척지마을 등에서는 임도 위쪽에서 토사가 무너진 것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또 올 4월 산불 이후 하동 옥종면 두양리 새로 만들어진 임도 현장에서 토사가 유출돼 피해가 발생했지만, 산불이 난 곳에서는 손을 대지 않아 토사가 쓸려 내려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민영권 산청난개발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산청에 골프장이 생기는 문제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 지난해에만 60곳, 100만 평(330만 5785㎡) 이상 산지에 벌채 허가가 이뤄졌다"며 "허가 전 산사태 위험 점검 등 제대로 된 현장 조사 없이 이런 상황이 매년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위원장은 "이번에 산사태가 일어난 지역 대부분이 벌채 지역이다. 인공 조림 이후 10~15년이 지나지 않으면 뿌리 활착이 안 되고 많은 비가 오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짚었다.
이어 "모고리 여러 산사태 중 시작점이 임도인 경우도 있었다"며 "주변 나무를 잘라내고 수로를 내서 물을 한꺼번에 모아 쏟아내게 되면 결국 산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숲 가꾸기라는 명칭도 바꿔야 한다. 자연적으로 자라는 활엽수림 등을 잘라내면 숲이 교란돼 모든 기능이 마비된다"며 "산림청은 산사태만 나면 사방댐 사업을 많이 하는데, 모고리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서는 사방댐 옆 숲 훼손 지역에서 산사태가 터져 전혀 예방 역할을 못 했다. 돌과 나무로 가득 차 관리도 잘 안 돼 같이 무너지면 더 큰 재앙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산림청, 산림조합, 지자체가 연결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방댐 사업, 숲 가꾸기 사업 등을 하고 있음에도 이번 사태에 어느 기관도 책임을 통감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점도 꼬집었다. 산림 관련 사업은 공개 입찰 형태가 아니라 산림청 아래 수직적 구조로 예산이 불투명하게 집행되는 구조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단순히 집중호우만을 원인으로 규명해서는 안 된다"며 "산사태 위험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 집단 이주가 필요한지, 산을 복구하는 것이 좋은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은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문가, 지자체장, 주민들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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