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대회 참석하거나 이끌기도
답답한 마음 누리소통망에 풀기도
경남연극인 도내 예술단체 최초 시국선언

12.3 내란 사태 이후 시민들이 거리로, 집회·시위 현장으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지역 예술인들도 현장 무대에 오르거나 온라인 공간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태 관련해 창작 활동으로 의견을 내는 이들도 있다.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는 법."

창녕에 사는 음악가 우창수·김은희 씨 부부는 이번 사태를 보며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백기완 선생의 이 말이 떠올랐다. 우 씨는 "6월 민주 항쟁을 겪었던 세대라 적잖이 놀랐다"며 "예술인이 가져야 하는 사회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동안 매달 둘째 수요일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시대와 함께하는 문화행동'을 해오고 있었다. 11일에는 창원광장에서 열리는 시국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노래했다. 문화행동에 참여했던 구성원은 앞으로 각자 지역에서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부부는 '윤석열 탄핵·파면을 촉구하는 음악인 선언'에 동참했고, 2차 탄핵 표결이 이뤄지는 14일 오후 4시 창녕천 젊음의 광장에서 '비상시국 창녕대회'를 사람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연극인 천영훈(63) 씨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예술인 시국선언에 동참했다고 한다. 캘리그래피 작품에 분노를 담아 보기도 했다. 그래도 답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개인 누리소통망(SNS)에도 글을 쓴다. 그의 글은 마치 연극 대사 같기도 하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이 판국에 숨기려 해도 다 드러난다. 정직해라. 죽어도 정직해라." "너나 할 것 없이 큰 병이 있는 것 같다. 그 병은 술병도 아니고 페트병도 아니고 바로 착각이라는 병이다. 여나 야나 너나 나나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 착각에서 깨어야 할 것이다."

천 연극인은 "창원에 있는 예술인이 모여 시국선언을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은 마음"이라며 "현재 상황을 서두르지 않고, 놓치는 것 없이 정리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이성륙 미술작가가 그린 창원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시국대회 현장. /이성륙
창원에서 활동하는 이성륙 미술작가가 그린 창원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시국대회 현장. /이성륙

창원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이성륙(37) 씨는 5일부터 창원광장에서 열리는 시국대회에 계속 참가하고 있다. 이 씨는 "이번 정부는 잘못을 지적받더라도 못 듣는 척하면서 변화하지 않았다"며 "이런 방식으로 국민을 무력화해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창원광장에서 본 시민들에게 무력감은 없었다. 그는 시국대회 현장 영상이나 광장에 모인 시민을 담은 그림을 누리소통망에 올리고 있다. 이 씨는 "12.3 내란 사태를 보며 상황을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2.3 내란 사태를 겪고 이성륙 미술작가가 그린 그림. /이성륙
12.3 내란 사태를 겪고 이성륙 미술작가가 그린 그림. /이성륙

경남 연극인들은 12일 도내 예술단체로는 처음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경남연극협회를 포함한 도내 18개 연극단체 소속 연극인 145명은 이날 시국선언을 통해 12.3 내란 사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국회의원 탄핵소추안 의결 참여를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경남 연극인들은 "우리가 연극을 통해, 무대를 통해 관객과 공유하고자 했던 세상은 이런 세상이 아니다"라면서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린 내란 주범의 즉각 체포와 직무 정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모든 국회의원은 탄핵소추안 의결에 참여하여 본인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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