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무·임미애 의원, 지방 행정·의정 경험 살린 문제 제기
국민의힘 의원 '긴축 재정' 정부 기조에 적극적인 견제 부담
역대급 세수 구멍으로 지난해 56조 원 넘는 세수 구멍이 나자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각 시도교육청에 줘야 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8조 6000억 원을 불용 처리했다. 그러면서 일부 자치단체에 해당 사실을 휴대전화 메신저로 통보했다는 지적까지 나와 국민을 뜨악하게 했다.
전체 300명 중 254명인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진단과 해법 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은 많지 않다. 주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행정 관료, 지방의회 의원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선 경북 의성군의원과 11대 경북도의원을 지낸 임미애(더불어민주당·비례) 국회의원이 대표적이다.
◇지방 행정·의정 경험자 중심 문제제기 = 임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3년 회계연도 결산심사 질의에서 지방교부세 불용 처리를 두고 "국가재정법은 기 확정된 예산을 변경하려면 추경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고, 지방자치법에 국가는 국가의 부담을 자치단체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며 "지방교부세법은 교부세 재원인 국세가 늘거나 줄면 '추가경정예산'에 의해 조절하도록 규정하고, 줄어든 교부세는 다다음 연도까지 국가 예산에 반영해 정산하도록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법과 규칙을 모두 무시하고 추경을 거치지도 않고 국회에서 의결한 예산에 따라 세입과 세출을 세워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자치단체에 9월 말에 휴대전화 메시지 하나만 일방적으로 보내 교부세 18조 원을 삭감해버렸다"며 "국회 의결을 거친 예산안을 추경이라는 변경조치없이 행정안전부 마음대로 불용시킨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럴 권한이 행정안전부에 있느냐 총리에게 있느냐"며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아마추어라도 이렇게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회 예산심의의결권을 침해한 위헌적 조치이자 지방자치법, 지방교부세법 위반"이라고 나무랐다. 임 의원실 자료를 보면 정부의 일방적 조치로 광역자치단체 7곳(인천·대전·광주·제주·전남·충북·전북)이 지방채를 발행하고, 공무원들에게 줘야 할 수당도 못 주는 사태가 발생했다. 임 의원은 "왜 윤석열 정부 잘못을 지방정부가 뒤집어써야 하느냐"며 "총리는 정부가 이렇게 위헌, 위법적으로 추경없이 세수결손을 처리했는지 서면으로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도내 민주당-국민의힘 의원 온도차 = 경남에서는 전임 창원시장을 지낸 허성무(민주당·창원 성산) 국회의원이 '지방교부세 삭감'을 추궁했다. 창원시는 2022년 8794억 원이던 지방교부세가 2023년 7491억 원으로 17.4% 줄었다. 액수로 1303억 원이다.
허 의원은 예결특위 결산심사 질의에서 보조금 삭감으로 경로당 노인들이 점심 끼니를 걱정하고, 자치단체가 할 일을 대신해 보조사업을 하는 단체들이 일을 포기하는 현장 목소리를 전하며 "이 모든 일이 중앙 정부가 세수 추계를 잘못해 놓고 그 책임을 지방정부에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나무랐다.
반면 '긴축 재정'을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정부와 결을 달리하기 어려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와 관련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못 내는 처지다. 지방행정 분야와 관련 깊은 도내 한 국민의힘 초선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이 나서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여당 국회의원인데다 초선 신분이라 함부로 말을 꺼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는 그나마 전임 대구시장을 지낸 권영진(국민의힘·대구 달서 병)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눈여겨 볼만하다. 권 의원은 개정법안에 지방교부세 법정율을 2027년까지 매년 1%포인트(p)씩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방교부세 재원을 내국세 총액의 19.24%로 인상한 건 2006년의 일로 그 후 세율은 18년째 그대로다. 한데 복지정책 강화로 사회복지분야 지방비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지방세수 부진은 지속돼 현행 수준의 중앙정부의 세입 지원만으로는 재정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권 의원은 단계적 인상으로 2027년에는 지방교부세율이 22.24%까지 상향돼야 지방소멸위기 극복과 지역 주도 국가균형발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위헌 소지'에 야권 대응 나서 = 당장에 정치권은 야권을 중심으로 지방교부세 불용·삭감 등이 국회 예산 심의·확정권을 침해한 위헌적 행태임을 문제삼아 삭감분 회복 등 조치에 나설 태세다.
허영(민주당·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 갑) 국회 예결위 야당 간사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소멸위기에 봉착한 자치단체 재정 운영에 심각한 부담을 주는 문제를 지적하고 그에 맞는 종합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응책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예결위원들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허성무 의원은 "지방교부세 불용·삭감에 따른 지역의 절망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부처 관료들이 간절하게 생각하고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이 문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 태도를 바꿔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2023년 11월 참여자치시민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023년 교부세 임의 삭감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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