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교육 중심 대안교육 특성화중 준비
습지기자단 활동, 모내기·지역문화 탐방
수서 동식물 배우고 기후위기 대응 고민
마을주민 정봉채 작가 교육 목적 논 제공
학교 교육공동체-마을 주민 협력 의미도
"자연과 공존·협력하는 인재" 철학 반영
창녕 성산중학교(교장 심영보)는 우포늪과 가까운 교육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태교육을 교육과정에 넣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보기 드물게 생태교육 중심 특성화중학교 전환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경남교육청 우포생태교육원, 국립생태원 습지센터, 우포자연학교, 창녕군의회와 '창녕 성산중 생태교육 중심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 전환을 위한 추진협의회'도 발족했습니다. 심영보 교장을 만나고 교육 현장도 찾았습니다. 전체 3학급 재학생 41명인 작은학교 성산중에서 진행하는 교육적 실험과 그 의미를 살펴봅니다.
"코로나 이후 기후위기 문제가 더 대두했고 앞으로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인간이 성장만 추구하면서 더는 살 수 없는 지구를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있잖아요. 어른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문제이기에 교육이 중요하다고 봐요. 세계 교육이 이미 그렇게 나아가고 있고 기업도 협력하고 공존하며 일할 수 있는 인재를 뽑고 있어요."
심영보 성산중 교장의 말이다.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에 농어촌 작은학교는 사라질 우려가 커졌다. 일반적인 교육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고 지속 가능한 학교가 되려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성산중은 생태교육을 변화의 중심에 뒀다.
◇맨발로 처음 밟아본 논 = 지난 13일 오전 8시 40분께 성산중 2학년 교실. 한중권(60) 굴렁쇠배움터 대표가 학생 15명에게 모내기 필요성을 설명했다.
"왜 모내기를 해야 할까? 모가 벼가 되고 쌀이 되는데, 쌀은 주된 작물이자 먹을거리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그리고 논처럼 물이 고인 땅은 온도가 더 낮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위기를 예방하는 역할도 합니다. 곤충, 미꾸라지가 살아 새들의 먹이 터가 되고요."
학생들은 운동장 한편에서 모 심는 방법을 익혔다. 가로로 나란히 서서 옆 사람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다.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각자 맡은 구역에서 모를 심은 다음 못줄을 넘긴다. 모와 모 사이를 적당히 띄워야 바람이 들어 썩지 않는다는 사실도 배웠다.
이후 학교에서 차를 타고 15분가량을 달려 창녕군 이방면에 있는 정봉채갤러리에 도착했다. 갤러리 안에서 학생들은 정 작가의 우포늪과 따오기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본격적으로 밀짚모자를 받아쓴 학생들은 갤러리 맞은편 논으로 향했다. 반바지를 바짝 걷어올리고 맨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으악! 느낌이 이상해요.", "이게 머드 축제에요?"
학생들은 진흙에서 발을 빼 움직이는 것조차 서툴렀다. 하지만 차츰 적응하며 속도를 냈다.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치는 여유도 보였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못줄을 넘길 때는 "어이~" 하고 잇따라 소리쳤다.
1시간 남짓 체험을 마친 이들은 진흙 범벅이 된 손발과 옷을 씻어냈다.
"와! 시원해."
학생들은 현풍FC 청소년 축구팀 소속이기도 해서 짧은 시간에 마르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점심을 먹을 때는 오이냉국을 담은 국그릇을 막걸릿잔처럼 부딪치며 "현풍FC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이후 학생들은 우포늪 생태체험장을 둘러봤으며 수서 곤충과 식물을 관찰하고 쪽배도 타봤다.
"더웠지만 모심기는 처음이어서 색다르고 재미있었어요.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면 산소를 내뱉는 늪이 필요하다고 해요. 저희가 꿈도 포기할 정도로 미래 지구가 어려워지지 않게 모내기와 같은 일을 해서 살아가야겠다 싶어요." (최민기 2학년 학생)
◇교육 목적으로 제공한 논 = 성산중 1~3학년 전교생은 지난 12~14일 학년별로 하루씩 모내기 이론 수업을 듣고 이 같은 체험을 했다. 이는 학교에서 마련한 '습지기자단' 활동 프로그램 중 하나다. 1학년은 자유학기제, 2학년은 과학과 여러 과목을 연계한 수업, 3학년은 환경 수업으로 이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 3~4월에도 우포늪을 돌며 식물을 관찰했다. 이날 정봉채갤러리 입구 담벼락에 있던 산딸기를 보면서 학생들은 "선생님! 이거 먹어도 돼요?"라고 묻더니 직접 따서 맛을 봤다. 이런 모습에서 학생들의 작은 변화도 엿보인다.
"학생들이 우포늪 일대는 자주 왔지만 모내기는 처음이에요. 지난 체험에서는 식물을 봤고 이번에는 곤충 등 동물을 살펴 수생 생물 생태계를 확인하는 과정이지요.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열매나 꽃도 지켜보고 무슨 식물, 어떤 동물인지 물어보기도 해요." (감원기 교무부장)
"학생들이 지난해 1학년 때부터 우포늪을 자주 왔고 운이 좋게 따오기도 실제로 가까이에서 봤어요. 자연 속에서 체험하고 하천습지를 감상하면서 짓궂은 모습을 보이다가 차분해지는 경향도 있어요." (오은남 2학년 담임교사)
특히 이번 모내기는 학교와 마을, 학생과 주민의 협력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정봉채 사진작가는 자신의 갤러리 맞은편에 있는 1157㎡(350평 규모) 논과 둠벙을 교육적 목적으로 제공했다.
이곳 이방면 노동마을에 따오기 두 마리가 둥지를 틀어 정 작가는 사비로 마을 입구 쪽 논에 이어 갤러리 입구 쪽 논을 사들였고 무농약 농사를 짓자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따오기가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논을 만들자는 이야기였다.
"사진을 찍다가 보니 따오기가 방사돼 나오더라도 먹이를 못 구해 탈진하면 천적이 노리더라고요. 이게 안타까워 마을 앞 논을 5년 전에 샀고 미꾸라지를 풀어 친환경 농사를 지었더니 그 논에 따오기가 오더라고요. 어렸을 때 기억은 평생 남아요. 수확보다 교육 목적이 중요해요. 아이들이 이런 체험을 계기로 따오기 보호와 친환경 활동에 우리보다 훨씬 더 앞장서기를 바랍니다." (정봉채 사진작가)
"생태전환교육은 체험이나 전수가 없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해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무농약 농사를 지은 노력이 있는데, 이를 시발점으로 주변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봅니다. 따오기와 공존하면서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럿이 힘을 모아 보여줘야 해요."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
◇공존의 가치 = 성산중이 대안교육 특성화중이 되면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학생 모집도 경남을 넘어 좀 더 넓은 범위에서 할 수 있다. 올해 특성화중 지정 신청서를 경남교육청으로 낼 계획인데, 2026학년도 첫 학생 모집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학교 기숙사 등 교육시설 투자도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성산중은 지역사회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태교육을 중점에 두고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지역 문화 탐방도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생태관광협회와 30시간 정도 생태교육 관련 교육과정을 구성했고, 김훤주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를 강사로 초청해 한 해 네 차례 정도 창녕을 권역별로 탐방하고 있어요. 이런 과정을 조금씩 늘리며 준비하고 실험하는 단계예요." (심영보 교장)
심 교장은 위에서 예산을 받아 전시성 행사로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생활 속에서 진행하는 교육이 생태감수성을 키우고 확산할 수 있다고 본다. 학교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과정도 있었다.
"중등학교는 교과 간에 벽이 너무 높아 이를 허무는 교과 융합 수업이 필요한데요. 선생님들도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봐요."
심 교장은 교장실을 없애고 교무실에서 교사들과 함께 일한다. 수평적 교직원 문화를 위해서인데, 학교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서로 '선생님'으로 통일해 부르기로 했다. 학생들도 "영보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 심 교장은 가장 기분이 좋다고 한다. 이 역시 '공존'하는 문화의 밑바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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