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겨냥한 수출 규제 조치에
맥주·담배 등 판매 거부 선언
불매운동에 판매량도 감소세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경제 공격 조치로 반일 감정이 확산하는 가운데 경남 도내 중소 마트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생필품을 취급하는 동네마트와 슈퍼마켓 점주들은 단순히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운동을 넘어 '일본 제품 판매 중단'으로 반일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업주들은 '일본 제품 불매'로 말미암은 매출 하락과 이익 축소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제품 판매중지 시작을 선언했다. 총연합회는 한국마트협회와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 서울상인연합회 등 27개 단체로 구성됐다.

이들은 "과거사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무역보복에 나선 일본을 규탄한다"며 일본제품 일체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면서 "매출 하락과 이익 축소의 두려움을 넘어 우리의 생업현장에서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는 국민의 도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도 이러한 움직임에 '불편한 소비'로 화답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일본과 관련된 인쇄물이 부착된 종이 상자 7개를 발로 짓밟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각각의 상자에는 욱일승천기, 유니클로, 혼다, 데상트, 미쓰비시, 아사히 등 일본과 일본제품을 나타내는 인쇄물이 부착됐다.

▲ 창원지역 한 슈퍼마켓 업주가 일본 담배 '뫼비우스'를 들여다 보고 있다. 이 업주는 '뫼비우스' 기존 제품이 소진되면 신규 발주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정민 기자
▲ 창원지역 한 슈퍼마켓 업주가 일본 담배 '뫼비우스'를 들여다 보고 있다. 이 업주는 '뫼비우스' 기존 제품이 소진되면 신규 발주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정민 기자

앞서 2018년 10월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대법원의 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한국을 겨냥해 반도체 핵심소재 등의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한 반발 차원이다.

일본 제품의 판매중단 운동은 지역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동네 마트와 슈퍼마켓 중심으로 아시히, 기린, 뫼비우스(옛 마일드세븐) 등 일본산 맥주와 담배 반입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수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경남지회장은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인 거는 따로 분리해야 하는데, 일본이 그러면 안 된다. 상인들도 국가에 대한 개념과 의식이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며 "당장 8일부터 '일본 제품은 팔지 않는다'는 문구를 써 붙여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할 것이다. 맥주, 담배 등 일본산 해당 품목을 확인해 판매 매대에서 뺄 예정"이라고 했다.

창원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최모(57) 씨는 일본 상품 철수를 자발적으로 결정했다.

최 씨는 "일본의 무역 보복은 부당하다. 이유없이 당할 수만은 없다. 이럴수록 국민의 힘, 국민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일본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걸로 해야겠다 생각했다. 일본 맥주, 담배, 젤리 등 기존에 들여 온 제품이 소진되면 신규 발주를 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일본 제품을 덜 찾으면서 판매액이 눈에 띄게 줄어든 곳도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5) 씨는 "원래 아사히 등 일본 맥주가 제일 잘 나갔는데, 최근 판매량이 전과 비교해 40%가량 줄었다. 불매운동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일본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본다. 같이 맞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사와 계약도 있고 해서 당장 판매 중단은 어렵겠지만, 분위기 봐서 언제든 동참할 생각"이라고 했다.

반면, 상인들의 불매운동에 대한 우려 섞인 의견도 있었다.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56) 씨는 "개인적으로 일본의 행동이 괘씸하지만, 감정적으로 나가면 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불매운동이 격화되면 일본의 '혐한' 분위기가 심해지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특히 일본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겠느냐"며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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