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오가던 대화가 잦아들었다. 빈 소주잔은 어느새 침묵으로 채워졌다. 서로 시선은 엇갈리고 애꿎은 기침만 뱉을 뿐이다. "이제 이야기 소재가 다 떨어졌나. 허허."

어색한 분위기가 멋쩍어 누군가 한마디 던져보지만 정적 속에 허무하게 바스러진다. 각자 상념에 빠져 오직 깊은 숨소리만이 적막에 균열을 낸다.

같은 세월을 먹고 자라 중년이 된 이들은 주어진 삶의 무게를 이고 지느라 마음마저 메말라 버렸나. 속에 눌러 담은 말이 너무 깊이 박혀서 술 한잔에도 툭 털어놓지 못하나. 안주로 나온 국물을 묵묵히 떠먹으면서 하고픈 말도 습관처럼 삼키는 듯하다.

술에 기대면서도 뭐든 내색하지 않던, 과묵하고 무뚝뚝한 그 시절 나의 아버지처럼.

/문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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