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산토끼처럼 맘껏 뛰어볼까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산 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 올테야!”

토끼만큼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이 있을까? 꾀 하나에 의지해 사자를 이겨 먹는 영특함을 뽐내다가도 달리기 시합에서 어이없게 거북이에게 지고 마는 ‘허당’ 가득한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해맑은 웃음을 선사하는 동물.

맑고 맑은 옹달샘에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모습을 그려보게 하기도 하고, 반달 위에서 콩닥콩닥 떡방아를 찧어대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잠들게 하는 등 동요와 동화책 속을 분주히도 오가는 아이들의 친구 ‘토끼’.

동굴을 따라 들어가면 토끼마을이…

산토끼 노래동산은 개장한 지 이제 2개월 남짓. 지난해 11월 15일 국민 동요 ‘산토끼’의 배경이 된 창녕군 이방면 고장산 일원에(이방면 이방로 623, 내비게이션에는 이방초등학교로 검색하면 찾아가기 쉽다) 개장했다.

/최규정 기자

창녕에 들어서고도 한참이다.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동요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고 이일래(1903∼1979) 작곡가가 창녕 이방초등학교에 재직하면서 작사·작곡한 국민 동요 '산토끼'(1928년)의 발상지인 '산토끼 노래동산'에 도착했다는 뜻이다.

주차장이 제법 널찍해서 차를 가지고 와도 별 무리가 없다.

노래동산 가기 전 ‘토끼 작은 마을’의 앙증맞은 토끼들이 우리를 반긴다. 토끼 동굴을 통과하면 토끼들과 만남이 본격적으로 기다리고 있다.

플리쉬미 자이언트, 뉴질랜드 화이트, 더치, 그리고 ‘산토끼’ 동요의 주인공인 산토끼 등 다양한 토끼가 깡충깡충 뛰거나 오물오물 당근을 먹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다.

/최규정 기자

낮은 담장에 둘러싸여 있어 아이들도 고개를 내밀거나 까치발을 하면 토끼와 눈을 맞출 수 있다.

일제, 반일감정을 이유로 금지곡으로

체험장을 빠져나오면 귀여운 토끼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산토끼 쉼터와 산토끼 동요관, 신나는 놀이동산이 보인다.

산토끼 동요관은 산토끼의 서식 환경을 체험해 볼 수 있는 1층과 이일래 기념관, 동요감상실, 생태환경 전시관이 있는 2층으로 구성돼 있다.

산토끼는 일제강점기인 1928년 작곡가 이일래가 딸 명주(당시 1세)를 안고 학교 뒷산에 올라 산토끼가 깡충깡충 뛰노는 모습을 보고 '우리 민족도 하루빨리 해방돼 저 산토끼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며 가락을 흥얼거렸고, 집에 돌아와 바로 오선지에 곡을 만들고 가사를 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규정 기자

이렇게 탄생한 ‘산토끼’는 이방초 학생들이 부르다가 전국에 퍼졌다. 일제는 이 노래가 자유를 상징하고 토끼 형상인 우리 국토를 떠올리게 해 민족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부르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후 이일래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몸을 숨겼고, 동요 산토끼는 광복과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작사·작곡 미상으로 남았다.
이일래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1938년에 출판된 <조선동요 작곡집> 영인본이 1975년 나오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마냥 발랄한 동요인 줄 알았던 ‘산토끼’에 일제강점기 민족의 아픔과 간절한 해방의 염원이 담겨 있었다니.

작은 토끼야, 마음껏 놀자

동요관을 빠져나오면 신나게 놀 채비를 해야 한다. 족히 100m는 되어 보이는 롤링 미끄럼틀을 비롯해 동화마을, 어린이 놀이터가 대기 중이다. 억새와 자연 속에 파묻힌 롤링 미끄럼틀 위로 아이들은 매서운 바람도 잊은 채 열심히 엉덩이를 구른다.

/최규정 기자

오롯이 토끼를 위해 준비된 낮은 초가집과 너른 흙마당에 토끼들이 맘껏 뛰어다니고 있는 토끼 마을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입장료 = 어린이 1000원, 어른 2000원

△운영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추석날에는 쉰다).

△문의 = 055-530-1531(창녕군 생태관광과), 055-530-1999(관광안내소). 

/최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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