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김해에는 이런 얘기가 있었다. 밤이나 주말에 김해시 서상동이나 동상동 일대에 가면 마치 서울 이태원에 간 것처럼 외국인이 북적대고, 한국인이 ‘이방인’처럼 느껴진다는. 하지만 이태원 분위기는 아니다. 누구나 여행자와 생활인은 쉽게 분간할 수 있듯이 이곳에는 이국을 여행하는 외국인이 아니라 일대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로 북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해에는 공식 통계로만 외국인 노동자가 2만 명, 결...
음식점들이 ‘착한 가게’ 지정을 거부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착한 가게, 정확히 말해 ‘착한가격업소’는 “인건비·재료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 가운데 안전행정부 기준에 의거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한 업소”(안정행정부)를 뜻한다.안전행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착한가격업소...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산 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 올테야!”토끼만큼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이 있을까? 꾀 하나에 의지해 사자를 이겨 먹는 영특함을 뽐내다가도 달리기 시합에서 어이없게 거북이에게 지고 마는 ‘허당’ 가득한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해맑은 웃음을 선사하는 동물.맑고 맑은 옹달샘에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진주상회 점원 티아라(22)진주상회는 김해전통시장 안에 있는 외국인 전용 야채가게 중 하나다. 주로 동남아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야채를 사간다. 부산에 사는 이민자들도 쉽게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생전 처음 보는 야채들이 종류별로 진열되어 있었다.아이 손을 잡은 예쁘장한 외국인 여성들이 가게 앞을 차지한 채 점원과 흥정을 하고 있었다. 점원의 얼굴을 유심히 보니 한국 사람이 아니다.스물 두 살의 티아라. 티아라는 201...
이칠식당 김현경(41) 씨장터에 가면 그 동네 사람들이 잘 찾는 오래된 밥집이 있다. 이칠식당이 그런 곳 중 하나다. 연화사 쪽 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금방 외쪽으로 난 작은 골목길을 만난다. 작은 식당들이 골목을 따라 줄지어 있다. 그곳 어귀에 이칠식당이 있다. 식당 앞 자잘한 화분과 잎 몇 남은 장미덩굴이 있어 정겹다. 유리문으로 불 위에 얹은 놓은 큰 솥이 보인다.“할머니가 얼추 50년 정도 했어예. 내는 인자 ...
새댁, 이기 머시라꼬예?김해전통시장 채소 골목은 이용 고객이 외국인이 많음을 확연히 알 수 있을 만큼 이국적이었다. 국내산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보다 ‘저런 채소가 있나’ 싶은 것 투성이였고, ‘국제채소’ ‘아시아마트’ 등 흔치 않은 가게 이름도 눈에 들어왔다.자줏빛의 큰 옥수수 같다. 묵직하고 단단해 보여 마치 대포알 같다. 겉껍질을 벗기면 노오랗고 말랑한 알맹...
“이거는 얼마예요?”“두 개하면 얼마 깎아줘요?”약간은 다른 억양이지만 또록또록한 한국어는 능숙하게 들렸다. 눈이 맑은 앳된 얼굴들에는 다행히 기분 좋은 웃음들이 달려 있다.손님 따라…‘자연스레 특화’“여기가 더 싸고 물건이 많아요. 우리는 부산 해운대 사는데 주말이나 시간 날 때면 여기 와요. 친구들끼리 몰려오고 또 여기서 같은 나라 사람...
대부분의 전통시장 먹거리는 소머리국밥이나 돼지국밥이다. 국밥은 시장 안 또는 시장 근처에 있어 장터 사람들의 만만한 끼니가 된다. 그래서 어느 시장이나 가면 그만큼 오래된 국밥집이 있다.그런데 김해전통시장을 간다하니 누군가가 “거기는 칼국수가 유명하다”고 귀띔한다. 오호, 국밥이 아니다. 다행이다 싶었다. 경남 전역의 시장을 돌다보니 국밥은 물릴만큼 물리던 차였다.김해전통시장 안 칼국수 골목은 100년 가...
지난해 11월 어느 날 밤, 휴대전화에서 ‘카톡'(카카오톡)’이 연방 울려댔다. “tvN 드라마 에 언니가 나왔어!”잠결인지 꿈결인지 감이 안 왔다. 알고 보니 극 주인공인 마산 출신 나정(고아라 분)이가 “나는 김혜란 언니가 진행하는 를 들었다”고 말했는데, 사람들이 이를 보고 카톡을 보낸 것이었다....
“조선 총독이 하지 못하는 일은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것뿐이다.”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에서 총독이 지닌 강력한 권력을 풍자하던 말이다. 이 말이 진실임을 극명하게 보여준 이가 바로 제 7대 총독 미나미 지로(南 次郞)다. 일본 군인 출신인 그는 1936년 총독으로 부임하자마자 악명높은 ‘황민화(皇民化)’ 정책을 밀어붙였다.그 결과 조선 민중은 심각한 ‘정신 분열&rsquo...
공중전화는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정보통신박물관정보에 따르면 어릴 적 골목길 구멍가게 옆에 설치되어 있던 빨간색 공중전화기가 1969년부터 1970년대 사이 등장한 ‘체신1호 시내용 공중전화기’ 랍니다. 60, 70년대를 지나온 분들은 대부분 이 체신1호 전화기를 사용했고, 그 이후 세대들은 금성통신 등 민간 기업에서 생산한 701A라는 주황색 전화기를 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전화기가 귀하던 시절,...
국명 : 재두루미학명 : Grus vipio Pallas십장생중의 하나인 두루미는 흔히 학이라고 불린다. 예전에는 모두 학이라고 했는데 왜 요즘 들어 두루미라고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과 두루미는 같은 것인데 두루미는 순 우리말이고 학은 일본 한자를 그대로 읽은 이름이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새는 유독 일본말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닭도리탕의 ‘도리’도 새를 뜻하는 일본어이고 백조도...
90년대 말로 기억한다. 늘 좋은 음악을 조달해주는 후배가 비디오테이프를 한 장 보내왔다. 제목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아프로 쿠반(Afro-Cuban) 재즈를 세계에 알린 음악 다큐멘터리다. 먹고사는 일이 바빠 그땐 이런 음반이 나왔는지, 누가 기획했는지도 몰랐다. 전화로 ‘굉장하다’는 이야기만 듣고 테이프를 틀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세계에 감동...
‘참 자연스러워졌구나.’입 안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감탄은 그저 편안함에서 오는 것이었다. 오전 내내 성 안을 걷고 보고 먹고 노는 즐거움은 성문을 빠져나올 때까지 이어졌다.전남 순천 낙안읍성민속마을. 1990년대 후반 세간에 알려지면서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를 않았고, 그러자 한동안 이런저런 정비 사업으로 ‘상품 만들기’에 요란했고, 잘 다듬어진 그곳은 솔직히 부자연스럽고 어색했다. ...
“저는 봉사중독자예요. 일주일에 하루라도 봉사를 하지 않으면 몸이 아플 정도라고 할까요. 봉사는 남을 돕는 일이기도 하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다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한 것이거든요. 그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니까 몸이 아프게 되는 거 같아요.”자신을 ‘봉사중독자’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일주일에 3일 이상은 꼭 봉사활동을 가는 것이 일상이 된 그는 비공식 집계로 국내에...
경험이나 기술이 전혀 없는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나서는 심정은 어떨까.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반짝이는 물건을 찾는 느낌이 아닐까.태광중공업은 최근 제19회 경남무역인상에서 수출유공탑을 받은 기업이다. 중기업 부문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 업체를 이끄는 이규태 대표이사는 해답을 쥐고 있었다. 불과 몇 해 전 해외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던 태광중공업(주)은 이제는 자리를 잡고 국내 중소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
지금까지 열 차례 가까이 진행한 ‘맥을 짚는 사람들’ 코너 가운데 이번 주인공이 가장 젊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동에 자리한 성은한의원 김성은(35) 원장이다. 살짝 웨이브를 준 머리 모양은 이전에 만났던 한의사들 이미지와는 좀 차이가 있다. 그는 “환자분들도 예전과 달리 젊은 한의사라고 못 믿어 하고 그러지는 않아요”라고 말한다. 진료실 책장 한쪽 편에는 조립식 장난감 몇 개가 진열해 있다. 이래저래 궁금
약속 시각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안에서 기다리라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마산 사람들에게는 ‘약속 장소’로 기억되는 이곳에서 오래간만에 누군가를 기다려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예전 그 느낌이 진하게 퍼져오지는 않는다. 연말에다 주말 오후인데도 이곳에 서 있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지나가는 이들이 때로는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는 것 같아 머쓱할 정도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아니 마산 창동에 있
요즘 경상도 남자가 대세란다. 주변에서 드라마에 나오는 경상도 억양을 따라해 본다는 사람도 있지만, 제대로 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나만 그렇게 생각할까? 대세의 남자, 경상도를 안은 남자를 찾았다. 그렇게 2014년 첫 피플파워 코너를 멋지게 장식할 인물로 경상도 사나이 컨셉을 고민하던 중 진짜 부산사나이를 만났다. 사진이 취미가 아닌 직업, 프로의 세계를 그는 강조했다. 강원도민일보 이진우(35) 사진기자. 그는...
스승과 제자 사이 아름다움이 여기 있었다. 한국생태환경연구소 양운진 이사장과 이상용 수질환경센터 센터장. 수질환경센터는 한국생태환경연구소의 부설 기관이며 이상용 센터장은 한국생태환경연구소 상임이사이기도 하다. 연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실천을 통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학문과 운동을 함께한다. 그런 활동이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생태환경연구소가 환경부 수생태(도랑)복원 컨테스트 대상을 받았고 올해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