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마산)이전 공약을 내세운 홍준표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가 숨 고르기에 나섰다. 홍 후보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청 이전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은 채 "창원 시민과 경남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경선 때 "도청 이전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데 방점을 찍어 왔다면, 본격 선거전 돌입을 앞두고는 "도민(창원시민) 여론 수렴"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홍 후보는 '도청 이전이 가능한가?'에서부터 '도청 터를 구입할 민간 사업자가 있겠나', '도청 매각 비용이 어떻게 1조 5000억 원이 될 수 있나', '역세권 개발로 기존 중심 상업지구의 공동화 우려는 없나' 등 무수한 의문에 대해서 "당선 후에 밝히겠다"는 말로 일축했다.

'실행 불가능한 공약을 내세운다'든지 '밀어붙이기식 독단적 스타일'이라는 비판을 최소화하면서 여론 추이를 조심스럽게 따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홍 후보는 이날 오후 창원 중앙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창원 시민과 경남도민의 여론을 수렴할 것이며 창원시장, 창원시의회, 경남도의회와 협의 절차를 거친 후에 도청 이전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발 물러서는 듯한 제스처로 비칠 수도 있었지만 도청 이전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홍 후보는 "경남도 부채가 1조 원에 육박하고 이 때문에 복지·교육 예산이 줄고 있다"며 "도청을 매각한 1조 5000억 원으로 빚도 갚고 도청 이전은 물론 진주 제2청사까지 충분히 건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도청을 옮기더라도 창원시민들에게는 불리할 게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홍 후보는 "도청 터에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같은 판타지 월드를 유치하면 주변 상권 활성화는 물론 창원시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덧붙여 홍 후보는 "창원시 청사를 옮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 청사는 온존시키고 도청을 구 마산으로 옮기는 방안을 창원시장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홍 후보의 발언은 경남도의회 등의 반대에 부딪히면 도청 이전 공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도 읽혔다. 하지만 홍 후보는 "설명이 제대로 전달되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업이다. (여러 협의 절차를) 간명하게 처리하겠다"고 단언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갈고 닦은 정치력을 발휘하면 도청 이전 공감대를 형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특히 도청 터에 대규모 놀이 시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현실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근 김해유통관광단지에 롯데월드에 버금가는 시설이 들어선다고 민간사업자와 경남도는 공언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에 홍 후보는 "지금 단계에서 그런 것까지 고려할 수 없다. 협의 절차가 끝난 후에 (여러 방안이) 수렴될 것"이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홍 후보는 도청 이전 공약을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건설 공약에 빗대 그 정당성을 설명했다. 홍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울 때 이전 방법이나 이전 입지 등을 이야기한 적 없다. 그 타당성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전 타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받으면 구체적 논쟁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홍 후보는 "(지금 시점에) 일도양단 잘라버리면 독선적 스타일이라고 야당에서 이야기하니까, 양해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