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부정적 의견 많아…창원, 시청사 문제와 맞물려·진주 "2청사 환영"
도의회 여야 반응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경남도지사 후보로 선출되면서 그가 내세운 도청 이전 공약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를 놓고 지역 내 논란이 뜨겁다. 홍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 확정 후 거듭해서 "반드시 실현한다. 의심하지 말라"고 강조했지만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높다.
도청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가 본격화되면 가장 먼저 그 적합성 여부를 따져야 하는 경남도의회부터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데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는 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 부호를 던지고 있고, 야권 도의원들은 이에 더해 "정치적 야욕에서 비롯된 쇼"라는 비난을 보태고 있다.
새누리당 경선 과정에서 도청 이전 공약은 홍 후보의 당선에 기여한 바가 크다. 실제 지역 언론과 새누리당 내 여론은 도청 이전 공약을 필두로 한 '홍준표 프레임'에 갇힌 측면이 컸고, 이 때문에 "역시 정치 9단"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하지만 "지역을 우습게 보는 구태 정치로 도민을 우롱했다"는 비판 또한 비등하다.
먼저 새누리당 김윤근(통영1) 의원은 "설사 도청 터를 매각한다고 해도 누가 선뜻 살 사람이 있을 것이며, 도민들 간 갈등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김 의원은 또한 도청 이전 공약을 "선거 돌파용"이라고 규정하면서 "당장 도청을 옮긴다고 하면 구 창원이나 김해, 양산 시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내다봤다.
산청 출신이자 전반기 의장을 역임한 새누리당 허기도 의원은 진주에 도청 제2청사를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창원시가 광역시로 승격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창원시의 광역시 승격이 아예 불가능하면 제2청사를 진주에 가져와도 되지만, 만약 광역시로 승격되는 추세로 가게 되면 아예 본청이 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역시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은 도청 이전 공약을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실제 도청 이전 공약이 가능하다고 믿고 찍은 유권자는 10%도 안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권 의원들의 비판은 더욱 거셌다. 김해연(무소속·거제2) 의원은 "도민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사안을 꺼내 정치적 야욕 달성에 이용한 것"이라고 평가했고, 여영국(무소속·창원5) 의원은 "도청 터를 팔면 돈이 남는다고 하는데, 설사 돈이 남는다 해도 필요성과 근거가 없는 일을 왜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석영철(통합진보당·창원4) 의원은 "마산과 서부경남 (새누리당)표 공략을 위한 계산일 뿐이다. 경남 언론계가 너무 과도하게 홍준표 프레임에 빨려 들어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보적이거나 찬성하는 견해도 있었다. 김오영(새누리당·창원8) 의장은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겠지만 서부경남 제2청사 건립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도청 이전은 경남 전체 균형발전에 도움되는 전제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부영(새누리당·창녕1) 의원은 "후보 본인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디테일한 계획이 나오면 균형 발전 차원에서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수(새누리당·창원10) 의원은 적극 찬성 의사를 밝혔다. 황 의원은 "중앙역 역세권 개발을 추동하면서 동시에 도청 이전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원·진주 지역 반응은?
새누리당 홍준표 도지사 후보의 '도청 마산 이전'과 '진주 제2청사 건설' 공약에 대해 해당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선에서 이기기 위한 철저한 표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특히 창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도청 마산 이전 논의가 통합창원시 청사 문제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통합시청사 위치 선정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마산YMCA 차윤재 사무총장은 "홍 후보가 퇴로를 생각하지 않고 경선에서 이기는 데 급급해 가능성 없는 공약을 내걸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 총장은 "통합시청사 문제가 답보 상태이다보니 도청 이전 문제로 마산 민심을 가라앉히는 대안으로 내세우고, 창원시 주도의 도정에 서부경남이 불만이 많은데 마침 하영제 후보가 중도사퇴하니까 진주 표심도 적극 당기는 문제로 표 계산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아무도 예상못한 생뚱맞은 공약이며, 실현 불가능한 '빈공약'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창원YMCA 유현석 시민사업팀장도 "도청 이전 문제는 창원시 통합청사 문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없는데, 창원시 안에서도 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데다 나아가 서부경남까지 경남지역 전체로 지역 갈등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 조유묵 사무처장은 "통합청사 문제로 지역 민심이 산산조각 나 있는데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지역갈등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지역행정체제개편을 통해 도의 기능과 역할을 축소시키겠다는 마당에 도청 이전이 말이 되나"고 반문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열린사회 희망연대 김영만 전 대표는 "통합시청사 문제를 보면 시의원·도의원·시장·국회의원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박완수 시장도 책임지지 않고 도지사로 도망가려고 했는데 덜미를 잡아줬다. 그런 구상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고 평가했다. 김 전 대표는 "무슨 정책이든 의지가 중요하다. 가능한 공약도 이행되지 않는 게 수두룩한데,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도청이 마산으로 이전하면 통합시청사에 대한 불만도 자연히 해소되지 않겠나. 내가 만난 일부 마산시민들은 싱글벙글하더라. 굳이 경제적 측면으로만 따질 게 아니다"고 말했다.
진주지역에서는 '도청 제2청사 건립'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했다.
진주시 혁신도시추진위 배우근 위원장은 "도청의 진주 이전 첫걸음으로 제2청사 건립에 찬성한다. 창원시가 광역시 전환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시점에서, 만약 광역시가 된다면 진주의 제2청사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청 2청사 공약을 한 이창희 진주시장도 "혁신도시 내 산학연 클러스터는 용도가 한정돼 있어 현재로서는 분양률이 저조해 진주시도 중앙정부에 산학연 클러스터의 용도 변경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제2청사가 혁신도시내 산학연 클러스터 내에 이전한다면 크게 환영하며 제2청사가 성공리에 이전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일식 혁신도시지키기 진주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에 제2청사가 이전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 클러스터 부지를 더 늘려서 당초 목적대로 산학연이 연계한 기업이 유치돼야 한다. 엄청난 낭비 요소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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