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하반기가 된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일본의 수출 규제다. 대한민국은 뛰어난 완성품 경쟁력에 비해 완성품을 위한 장비·부품·소재 등 분야는 취약하다. 이번 규제가 해외, 특히 일본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산업계의 급소를 노렸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폴리이미드 등 3종의 반도체 소재 규제로 포문을 열었다. 백색국가 제외로 공작기계나 탄소섬유 등으로 규제가 확산될 거라는 우려가 만연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소재 국산화를 통해 '극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선봉에 서는
한양대학교에서 금속가공학을 전공한 이정환(61) 재료연구소 소장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소재산업의 전문가다. 1982년 재료연구소에 몸담아 소재 연구개발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왔다. 그가 주로 연구한 분야는 자동차나 항공기 등에 사용하는 금속소재다. 또 금속소재를 이용한 융합소재 역시 그의 전문 분야다.-재료연구소는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조직은 아니다. 소개를 부탁한다."재료연구소는 창원에 있는 소재 분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1976년 '한국기계금속시험연구소'로 시작해 '한국기계연구소'가 됐다. 1992년 한국기계연구소가 한국기계연구
물리 전공의 교사 출신강대하 센터장을 만나기 위해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있는 김해 주촌면 골든루트산업단지를 찾았다. 산업단지 초입부에 있는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가 목적지. 주촌이라는 위치 특성상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골든루트산업단지 덕분인지 교통편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강 센터장은 교사 출신이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과를 나와 과학선생님이 됐다. 고향인 산청 생초고등학교를 시작으로 남해상업고등학교, 마산고등학교, 진해고등학교 등을 거쳤다.“제가 학교를 많이 옮겨 다닌 편입니다. 교직생활을
마산 창동은 ‘경남의 명동’이라 불릴 정도의 번화가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쇠락했고, 지금은 도시재생 사업의 모델로 여러 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창동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가게가 있다. 군산의 이성당이나 대전의 성심당 같은 지역 대표 빵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빵집, 고려당이다. 1959년 개업한 고려당은 60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고려당을 운영하고 있는 건 창업주나 그 가족이 아니라 이곳 제빵사 출신 강성욱(49) 대표. 고려당 60년의 역사, 그리고 강 대표가 고려당을 운영하게 된
경남도민일보 사무실 인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어린교오거리. 이곳에는 커다란 전광판이 하나 있다. 창원시가 직접 운용하는 전광판이다. 사무실 업무 중 시선만 돌리면 전광판이 보인다. 평소 공익 광고를 송출하는, 유익하긴 하나 조금 딱딱하다 싶은 영상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 다른 공익 광고 영상과는 상당히 다른, 특이한 영상이 보였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스스로를 ‘창원아재’라 자칭하고, ‘이야~ 쥑이네~ 창원 좋다~’를 외치며 전입신고를 독려한다. 구수한 사투리. 유치하다 싶으면서도 미소를 자아내는 연기. ‘B급 감성’...
5월 봄밤에 검은등뻐꾸기가 웁니다. 그 놈은 어쩌자고 울음소리가 홀딱벗고, 홀딱벗고 그렇습니다. 다투고는 며칠 말도 않고 지내다가 반쯤은 미안하기도 하고 반쯤은 의무감에서 남편의 위상이나 찾겠다고 쳐지기 시작하는 아내의 가슴께는 건드려보지도 않고 윗도리는 벗지도 않은 채 마악 아내에게 다가가려니 집 뒤 대숲에서 검은등뻐꾸기가 웁니다. 나무라듯 웁니다. 하려거든 하는 것처럼 하라는 듯 온몸으로 맨몸으로 첫날밤 그러했듯이 처음처럼, 마지막일 것처럼 그렇게 하라는 듯 홀딱 벗고 홀딱 벗고 막 여물기 시작하는 초록빛깔로 울어댑니다. ...
발간에 관한 편지로 인해 체포 노산이 1942년 12월 경 백운산 백운암에 있을 때였다. 광양경찰서 경찰을 앞세우고 함경도 형사 3명이 집안으로 들어섰다. “네가 여기 숨어있는 것을 모르고 우리가 두 달이나 찾아다녔다”고 하면서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고 발길로 찻다. 이렇게 은둔지인 광양에서 체포되어 온갖 고문과 체형을 받은 후 순천과 서울을 거쳐 함경도 홍원경찰서로 이송되었다. 경찰서 유치장은 일반 잡범들과 어학회 사건과 관련되어 끌려온 함흥영생학교 여학생들로 만원이었다. 4년간 은둔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노산이...
들여름달(5월)은 이름값을 하듯이 더위로 여러 날을 채웠습니다. 춥다는 말을 안 쓰게 된 게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덥다는 말을 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좀 더 자주 더 많은 날을 더위와 함께해야 할 6월은 ‘온여름달’입니다. 낮이 가장 길다는 ‘하자’라는 철마디(철기)가 온여름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장마와 함께 찾아올 무더위 잘 견디시며 시원하게 보내시길 비손합니다. 입내 뜻: 소리나 말로써 내는 흉내 여느 날보다 일찍 나오면서 아이들을 태워 주기로 했습니다. 큰애를 ...
매달 셋째 주 화요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앞 광장서 음악이 울려 퍼진다. 트럼펫 등 여러 관악기의 화음이 거리를 채운다. 연주하는 이들은 김종원(64) 단장을 중심으로 뭉친 '폰스 아모리스 윈드 오케스트라'다....
무지개달(4월)은 유난히 길게 이어진 꽃샘추위 때문에 봄을 느낄 수 있었던 날은 참으로 짧았습니다. 겨우내 잘 견뎠던 사람들도 때아닌 고뿔에 걸려 힘들었다는 기별을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와 함께하게 될 5월은 더위와 가까워지는 여름으로 들어서는 들여름달입니다. 잊지 말고 챙겨야 할 여러 가지 기림날(기념일)이 많은 달이기도 합니다. 서로서로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들이 함께해 웃음꽃이 활짝 피는 구순한 집안 만들어 가시길 비손합니다. 이짜 뜻: 베풂 또는 도움을 받은 사람으로부터 있을 것으로 바라면서 기다리는 말 또는...
매달 셋째 주 화요일.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앞 광장서 음악이 울려 퍼진다. 트럼펫 등 여러 관악기의 화음이 거리를 채운다. 연주하는 것은 김종원(64) 단장을 중심으로 뭉친 ‘폰스 아모리스 윈드 오케스트라’다. 2016년 4월을 첫 시작으로 매달 이어온 이 작은 음악회는 지난 4월로 36회, 만 3년을 채웠다. 스무 명 남짓의 일반인들이 주기적으로, 열정 넘치게 음악을 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김 단장을 통해 그들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봤다. 직접 만든 지역 문화 공간 ‘범골문화원’ 김종원 단장을 만나기 위해 찾은 곳은 마산의료원...
1년 후인 1934년 12월 2일, 조선어학회는 임시총회를 열어 두 번째의 중요사업으로 표준어 사정문제를 결의하고 이극로, 이윤재, 이희승, 이병기, 최현배, 김윤경, 백낙준, 안재홍, 이태준 등 40명의 사정위원을 선정하였다. 표준어 사정위원들의 수차례에 걸친 독회를 거쳐 16인의 수정위원회를 통하여 수정한 다음, 30명을 늘여서 70명으로 확대된 사정위원회에서 또다시 독회를 하였다. 이 70명은 지역적 안배와 교육, 종교, 언론계 등 각계각층 인사를 망라하였다. 영화 ‘말모이’에서는 전국에서 모여들어 영화관에서 공청회로 진...
을 처음 본 것은 꼭 15년 전, 창원 불모산 곰절이다. 절집 서가에서 얻어 본 서산의 시는, 오도송(悟道頌)으로 불리는 선시(禪詩)나 게송류의 번거로움보다는 서정적인 정취가 한껏 풍겼다. ‘시인은 통달함이 적고 궁함이 많다詩人少達而多窮(시인소달이다궁)’는 옛말대로라면 그는 오히려 시인에 가까운 스님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스님은 선과 교를 아우른 큰 깨달음과 수행으로 우리 불교 일천오백 년사에 손꼽힌 분이다. 그런 스님이 헤어짐이나 흥망을 걱정하거나 삶의 덧없음 따위, 인지상정을 읊었다는 것은 그 자...
온봄달(3월)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여느 해보다 봄이 일찍 찾아와서 이른 꽃을 보기도 했고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에 좀 떨기도 했습니다. 어김없이 피어난 꽃들을 실컷 보고 싶었는데 자잘먼지(미세먼지)가 길을 막아 못 간 날도 있었지요. 4월은 푸른 푸나무들의 싱그러운 빛깔에 무지갯빛 해를 자주 볼 수 있는 무지개달입니다. 그리고 해마다 무지개달 열사흘(4월 13일)은 참우리말 토박이말을 기리는 ‘토박이말날’이라는 것도 알아주시고 토박이말을 살려 일으키고 북돋우는 일에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울다 뜻: 꽃이나 ...
살구꽃이 필 때면 돌아온다던 내 사랑 순이는 돌아올 줄 모르고 / 서쪽하늘 문 틈새로 새어드는 바람에 떨어지는 꽃냄새가 나를 울리네 / 가야 해 가야 해 나는 가야 해 순이 찾아 가야 해 / 누가 이런 사람을 본 적 있나요 / 나이는 18세 이름은 순이 가수 나훈아가 부른 '18세 순이'란 노래 가사의 일부다. 내 사랑 순이는 왜 살구꽃이 필 때 돌아온다고 했을까? 내 사랑 순이가 돌아오기로 약속했던 살구꽃 피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살구꽃은 진달래꽃, 복숭아꽃과 더불어 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진달래꽃이 피고 난 후 연...
지난 2019년 1월 15일, 창원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를 보았다. 말모이는 우리말을 모은다는 뜻으로 사전의 이름이자 말을 모으는 운동이었다. 영화는 일자무식꾼 김판수(배우 유해진)과 엘리트 지식인 류정환(배우 윤계상)의 뛰어난 연기로 재미와 감동이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주인공인 류정환의 실제 모델은 조선어학회를 진두지휘한 이극로이다. 학교에서 우리말을 쓰다가 교사로부터 호되게 뺨을 얻어맞는 첫 장면부터 살벌한 식민지 억압에 분노하였다. "말이 모인 곳에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인 곳에 뜻이 모이고, 뜻...
미세먼지 탓에 온통 희뿌연 3월 초, 마산회원구청을 찾았다. 목표로 한 곳은 구청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마산종합운동장 마산올림픽수영장. 그곳에 근무하는 수영 강사 박민숙(46) 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박 씨를 찾은 것은 "마산올림픽수영장에 근무하는 수영 강사 덕에 목숨을 건졌다. 정말 대단하고, 또 신기했다"는 제보 때문이다. 어떤 사연이기에 목숨을 구했다고 하는지. 또 맥주병도 물개로 만든다는 수영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을 물었다. "어휴, 뭐 대단한 거 한 것도 아닌데 인터뷰라니… 조금 창피해요." 박민숙 씨는 첫인...
충무공 이순신을 기념하는 비문 세 번째는 충무공에 관한 비문이 많다. 1955년 충무시가 세운 한산대첩비명(閑山大捷碑銘)에서는 겨레의 목숨을 건진 한산도 해전의 승리는 충무공의 한결같은 조국애의 공임을 밝히고 있으며 1958년 9월 전남 진도 벽파진(碧波津)에 세운 전첩비명(戰捷碑銘)에서도 명량해전에서 대승하여 제해권을 장악함으로써 국가와 겨레가 당한 위란을 막아낸 충무공의 공적을 찬양했다. 비는 커다란 돌거북 등 위에 얹혀있으면서 울돌목을 굽어보고 있다. 비문은 노산이 짓고 글씨는 소전 손재형이 썼다. 1955년 12월 22...
오늘은 뭘 먹을까? 음식점 찾아 나선 배고픈 사람들의 공통 고민이다. 한참을 생각하다 내리는 결론 대부분은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아니면 회나 생선으로 귀결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한 해 평균 고기 소비량은 어림잡아 닭 8억 마리, 돼지 1,500만 마리, 소 75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그런데 그 많은 닭, 돼지, 소들은 어디에서 길러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일까? 특히나 올해는 황금돼지해다. 그래서 더욱 돼지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지금부터 돼지 탐구에 나서본다. 돼지는 소목 멧돼...
들봄달(2월)이 후다닥 지나가고 봄이 온 누리에 퍼지는 온봄달(3월)이 되었습니다. 온 누리에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넘실거리고 꽃구경 봄나들이를 다니시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시나브로 번지는 봄기운처럼 토박이말도 많은 분들의 삶 속으로 퍼져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으르다 뜻: 다른 사람에게 무서운 말이나 짓을 하다(위협하다) 어제 아침 일찍 길을 나서야 했기에 그제 밤에는 여느 날보다 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자리에서 읽은 책 알맹이가 자꾸 생각이 나서 얼른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