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봄달(3월)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여느 해보다 봄이 일찍 찾아와서 이른 꽃을 보기도 했고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에 좀 떨기도 했습니다. 어김없이 피어난 꽃들을 실컷 보고 싶었는데 자잘먼지(미세먼지)가 길을 막아 못 간 날도 있었지요. 4월은 푸른 푸나무들의 싱그러운 빛깔에 무지갯빛 해를 자주 볼 수 있는 무지개달입니다. 그리고 해마다 무지개달 열사흘(4월 13일)은 참우리말 토박이말을 기리는 ‘토박이말날’이라는 것도 알아주시고 토박이말을 살려 일으키고 북돋우는 일에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울다

뜻: 꽃이나 잎이 시들다

밝날(일요일)에는 함께 일하던 갈침이(교사)가 가시버시(부부)가 되는 잔치에 가서 함께 기뻐해 주고 손뼉을 쳐 주고 왔습니다. 두 사람의 환한 웃음처럼 새로운 둥지에서 알콩달콩 재미나게 잘 살아가길 빌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집안 갈무리를 좀 했습니다. 여러 해 구석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쇠붙이들과 낡은 꽃동이(화분)를 치웠습니다. 언제부터 한다고 말로만 하던 것을 못 해서 여러 찰(번) 핀잔을 듣고 마침내 했습니다.

밖에 두었던 꽃동이 가운데 가장 낡은 것 하나를 골라 버렸습니다. 추워서 얼까봐 안에 들여놓았던 꽃동이도 이울어서 살펴보니 줄기까지 말라 있었습니다. 더 따뜻한 곳에 두었으면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추위를 이기고 잘 살아있는 나머지 꽃동이와 찬바람을 맞으며 꽃을 피운 기쁨내(서향, 천리향) 나무를 보며 마음을 달랬습니다. 앞으로 따뜻한 봄볕을 쬐며 무럭무럭 자라도록 더 잘 가꿔야겠습니다.

이지다

뜻: 물고기, 닭, 돼지 따위가 살이 쪄서 기름지다.

일찍 와서 쉬고 싶었지만 저녁을 먹고 들어가자고 해서 닭을 먹으러 갔습니다. 시켜 놓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쉴 새 없이 하품을 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받은 고기는 꽤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이진 닭을 잡았는지 다리 살이 엄청 통통했습니다. 하지만 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습니다.

두 가지 맛을 시켜 몇 조각을 먹고 나니 배가 불러 더 먹을 수가 없어서 남은 것은 싸 가지고 왔습니다. 한 사람이 없는 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습니다. 같이 갔으면 남지를 않았을 테니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배가 더 불러오는 것 같았습니다. 닭고기를 먹을 때 마실 게 엄청 당겼지만 참기를 참 잘했다 싶었습니다.

이지렁

뜻: 능청맞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체하는 꼴(천연스런 태도)

엿날(토요일)에는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이들은 봄말미(봄방학)이지만 제가 거의 날마다 배곳(학교)에 나가고 있어 바깥 구경을 할 겨를이 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봄 구경을 갔습니다.

멀리 갈 수가 없어 가까운 곳으로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는 구경도 했습니다. 자잘먼지(미세먼지) 때문에 바깥 나들이를 하기에 좋지 않다고 해도 많은 분들이 나오셨더군요. 낮에는 겉옷을 입으면 덥고 벗으면 춥고 해서 옷 입는 게 마음이 쓰였습니다.

밝날(일요일) 아침에 저희가 잠을 잔 집에 온 손님 가운데 수레(차)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안팎에서 찍고 있는 움직그림(동영상)을 보면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가 나쁜 마음을 먹고 수레(차)를 몰고 갔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이지렁을 부려도 찍힌 움직그림(동영상)을 보고는 아니라고 하지 못할 테니까요. 저희가 가기로 미리 잡아 둔 곳이 있어서 일 열매(결과)를 끝까지 못 보고 왔지만 일이 잘 풀리기를 마음으로 빌어 드렸습니다.

따지고 보면 꼬박 하루 남짓한 때새(시간)였지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봄맞이 나들이가 되었습니다.

이 말은 ‘이지렁을 떨다/부리다/피우다’ 와 같이 쓰며 이 말과 걸리는 말에 ‘야지랑’이 있는데 ‘얄밉도록 능청스럽고 겉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체하는 꼴(태도)’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짐

뜻: 생각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지켜서 우김≒고집, 떼, 이퉁

배곳(학교)에 가면 어김없이 늘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가지 일을 해 놓고 나니 낮밥(점심)을 먹을 때가 되어 있었습니다. 맛있는 낮밥을 사 주셔서 고맙게 잘 먹고 서둘러 맞봄꼲기(면접고사)를 보러 갔습니다.

마을배곳 바람종이(마을학교 바람종이)를 낸 사람들을 모아 놓고 앞생각(계획)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마침 그곳이 셈갈겪배움터(수학체험센터)였는데 차려 놓은 놀배움감들을 보며 토박이말 놀배움감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하나하나 보면서 머지않아 토박이말 놀배움터를 만들고 싶은 제 꿈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도 했습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힘이 있거나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을 만나면 이짐을 써서라도 토박이말 살리기부터 하자고 말씀드릴 것입니다.

늘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나를 꼲는다 생각하면 절로 떨리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종이 위에 다 쓰지 못한 것들을 말로 풀이를 해 드리고 왔으니 좋은 열매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녁에는 아는 언니가 자리를 옮기게 되어 함께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 갔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다들 반가웠습니다.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때새(시간)가 흐르는 줄도 몰랐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자리로 갔으니 높은 뜻을 품고 반드시 그 뜻을 이루기를 빌어주었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마름빛(이사) 님인 만큼 토박이말 살리는 일에도 남달리 마음을 써 줄 거라 믿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잘 아는 ‘고집’과 비슷한말입니다. 말모이(사전)에는 ‘이퉁’만 ‘고집’과 비슷한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지만 뜻풀이를 보면 ‘이짐’도 비슷한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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