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정재섭, 압도적 1위
내년 아시안 게임서 금 목표
김지윤 두 번째 전국장체전 나서
“어렸을 때 못 한 운동 실컷 해”

4일 부산시 금정구 스포원파크 경륜장에서 열린 제45회 장애인체육대회 사이클 개인추발 4㎞ 경기(CYC5)에서 경남 정재섭이 역주하 있다. /김구연 기자
4일 부산시 금정구 스포원파크 경륜장에서 열린 제45회 장애인체육대회 사이클 개인추발 4㎞ 경기(CYC5)에서 경남 정재섭이 역주하 있다. /김구연 기자

4일 오후 2시 부산 금정구 스포원파크 경륜장. 정재섭(48)이 사이클 위에 올라탔다. 이날 경기는 그가 한국 신기록을 넘어설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었다. 4㎞ 개인추발 C4~5(선수부) 결승전에 나선 정재섭은 5분 5초 883으로 통과했다. 2년 전 자신이 세운 한국 신기록 4분 52초 522에 크게 못 미친 기록이었다. 기록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상대 선수를 일찌감치 따라잡으며 1위를 확정 지었다.

“기록상 1위는 무난하게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것보다는 제가 세운 한국 신기록을 다시 한번 넘어서 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안됐네요.”

경기 종료 후 만난 정재섭은 머쓱한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가 세운 기록이 말해주듯 정재섭은 국내에서 더는 경쟁자가 없다. 그가 처음부터 자전거에 소질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정재섭은 18년 전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를 당해 왼팔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꾸준히 자전거를 탔고 동호인 자격으로 대회도 나갔다.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왼팔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타려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처음 3년 정도는 하루에 2번 정도는 넘어졌어요. 다리나 허리나 성할 날이 없었지요.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완주를 했을 때 쾌감이 아픈 것보다 훨씬 더 컸어요.”

동호인 자격에서 전문 장애인 체육 선수로 넘어온 지는 이제 3년 차다. 하지만 그는 빠르게 적응을 마쳤고 국가대표에도 선발됐다.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자전거는 제 인생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상처받고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저를 구원해 준 게 자전거였습니다. 저는 아마 죽을 때까지 달릴 것 같아요.”

경남 장애인 사이클을 이끌고 있는 정재섭과 김지윤이 4일 경기를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신 기자
경남 장애인 사이클을 이끌고 있는 정재섭과 김지윤이 4일 경기를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신 기자

정재섭과 동갑내기 친구로 경남 사이클 한 축을 맡은 김지윤(48)도 선수 경력에 비해 빠르게 기량을 끌어올렸다. 그는 두 번째로 출전한 이번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 하나씩을 따냈다.

그는 4살 때 당한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었다. 의족을 차고 경기에 나서고 있지만 그에게 큰 걸림돌은 아니다.

“원래도 자전거를 꾸준히 탔었습니다. 주변에서 제가 의족 차고도 잘 타니까 선수로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시작하게 됐어요. 정말 원 없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어렸을 때 운동을 못 했던 한을 지금 다 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장애인 선수로 뛰고 있지만 본업은 삼성창원병원 신경과 교수다. 그는 환자들에게도 사이클을 적극 권한다.

“제 과 특성상 환자들의 마지막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주로 뇌경색이나 당뇨, 고혈압 환자가 많아요. 그 환자들에게 사이클이나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합니다. 제가 해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박신 기자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