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수해 마을 곳곳 복구 난항
귀가한 주민들 정리 엄두 못 내
돌무더기·무더위도 작업 방해
실종 2명 시신 수습…2명 남아

산청군 신등면 율현리에서 22일 수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산청군 신등면 율현리에서 22일 수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하늘이 원망스러워요. 무너지고, 부서지고. 온통 흙탕물 범벅이 된 집을 언제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산청군 수해 복구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토사와 바위가 덮친 피해 지역에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리자 주민들은 언제쯤 일상을 되찾을지 기약이 없어 한숨만 늘고 있다.

22일 실종자 2명 시신을 수습해 이번 집중호우로 산청군에서 숨진 사망자는 12명으로 늘었다. 남은 실종자 2명을 찾는 수색 작업은 이어지고 있다. 폭우와 산사태로 인명 피해만큼이나 물적 피해도 크고 복구해야 할 지역도 광범위하다.  

산청에는 산사태 109건을 비롯해 도로 294건, 하천 90건, 상하수도 34건, 수리시설 24건, 소규모공공시설 78건 등 총 798건 시설 피해가 났다. 특히 주택 571채가 침수됐는데 84채가 완전히 무너지고, 19채가 부분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농경지 4277㏊가 물에 잠겼으며, 가축 피해도 26만 5011마리에 이른다.

한 주민이 22일 산청군 생비량면 도전리 장란교 인근 밭에서 물에 잠겨 누런 황토흙이 붙어 있는 채소를 살리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한 주민이 22일 산청군 생비량면 도전리 장란교 인근 밭에서 물에 잠겨 누런 황토흙이 붙어 있는 채소를 살리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복구 작업 사흘째지만 속도는 더디다. 22일 오후 3시 기준 102가구에 끊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신안면 일부 지역 등 700여 가구에는 수돗물 공급도 중단됐다. 정전 지역은 산청읍을 비롯해 차황면·삼장면·단성면·신안면·생비량면·신등면에 걸쳐 넓다. 진입도로가 파손된 산청읍 송경·임촌·내수마을에는 차량 진입을 못해 주민들은 애가 탄다. 산청군은 생비량면 상능 지역에 23일 도로 공사를 마치고 전기를 복구할 계획이다.

수도가 끊긴 곳도 신안면 일부를 비롯해 신등면·생비량면 등 700여 가구나 된다. 산사태 등으로 상수도관이 파손됐거나, 피해 복구로 수돗물 사용량이 폭증하며 물 공급도 달릴 정도다. 군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는 소방 급수차 12대를 비롯해 한국수자원공사 4대, 민간 7대, 함양군 1대의 급수차를 긴급 투입했다.

전기와 물이 끊긴 지역 주민들은 복구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안면 한 주민은 "토사를 치우고 가재도구를 정리하려면 수돗물이 필요한데 아직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치우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등면에 사는 한 주민도 "도로가 끊겨 사흘 만에 집에 왔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난감한 처지"라고 했다.

구조대원들이 돌더미 사이를 헤집고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김구연 기자
구조대원들이 돌더미 사이를 헤집고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김구연 기자

군은 산지 마을을 비롯한 일부 외곽지역을 제외하면 23∼24일쯤 전기가 대부분 복구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수돗물 공급이다. 상수도관이 파손된 지역에는 당장 손을 쓰기 어려워 복구 시기를 가늠할 수가 없다.

실종자 수색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색 반경이 넓은 데다, 산사태로 쏟아져 내린 돌무더기를 중장비로 치우면서 수색활동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탓에 추가 붕괴 등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색 나흘째인 22일 경남소방본부는 구조대원 등 507명을 투입해 실종자 2명를 찾고 있다. 대원들은 굴착기 20대 등 중장비를 비롯해 드론 5대, 구조견 4마리, 열화상 카메라 등 장비를 총동원해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을 구역별로 나눠 살폈다.

극한 환경에서도 이날 오후 모고리 70대 남성과 방목리 60대 여성 시신을 수습했다. 소방당국은 남은 실종자 2명을 찾고자 신등면과 신안면 등 2곳에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찜통더위도 복구 작업과 실종자 수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산청군에는 이날 오전 10시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강한 햇살에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와 습도까지 높아 그냥 서 있기도 힘든 상태다. 특히, 토사가 흘러내린 현장은 뻘이라 활동도 쉽지 않다. 가끔 내리는 비도 문제다. 지난 21일 굵은 비가 내리며 산사태 등 우려로 일부 지역에서는 작업에 차질을 빚었고 22일에도 소나기가 내린 지역에서 복구 작업과 수색을 더디게 했다. 군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는 복구·수색 인력이 폭염 피해를 보지 않도록 활동 시간을 관리할 계획이다.

경남도와 산청군은 이날 하루 동안 인력 5645명과 굴착기 956대 등 장비 1514대를 동원해 응급복구 작업을 벌였다. 22일 오전 11시 기준 공공시설 피해 397건(49%)은 응급복구했다.

  /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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