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복구에 구슬땀 흘리는 자원봉사자
합천군 가회면에 아침부터 분주한 움직임

폭염주의보 속에 비지땀 흘리며 궂은 일
"작은 정성 모여 빠른 일상 회복 도움되길"

합천군 여성민방위 대원들이 22일 오전 합천 가회중학교에서 강당을 덮친 토사를 삽으로 퍼내고 침수돼 못쓰는 교구들을 치우고 있었다. /유은상 기자
합천군 여성민방위 대원들이 22일 오전 합천 가회중학교에서 강당을 덮친 토사를 삽으로 퍼내고 침수돼 못쓰는 교구들을 치우고 있었다. /유은상 기자

"쿵쾅∼ 쿵쾅∼." 아침 일찍부터 복구작업에 동참된 굴착기 등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다. 한쪽에서는 "차∼악, 차∼악" 흙더미를 긁어내는 삽의 날카로운 금속음이 이어진다.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동안 607㎜ 폭우가 내린 합천군 가회면 일원. 이곳은 면사무소와 가회치안센터는 물론 주택과 가게 80여 곳이 침수됐다. 22일 찾은 이곳은 아침부터 복구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도로에 남은 흙을 긁어내던 정수용(68) 씨는 사흘째 이곳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 오전 9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사흘 전인 복구작업 첫날 봤을 때와 달리 얼굴은 짙은 구릿빛으로 변해 있었다. 인근 마을에 사는 그는 이웃 아픔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어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농촌 마을은 아침이 일찍 시작된다. 주로 아침 일찍 나와 한창 더워지기 전에 복구를 돕고 있다"며 "피해 주민이 다 이웃들이고 친구들이다. 오후에는 피해를 보지 않은 지인에게 봉사 동참을 요청하는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했다.

면 소재지 대부분이 침수됐지만 다행히 가회중학교는 하천변 강당을 제외하고는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합천군 여성민방위 대원 30여 명이 강당을 덮친 토사를 삽으로 퍼내고 침수돼 못쓰는 교구들을 치우고 있었다.

합천군 여성민방위 대원들이 22일 오전 합천 가회중학교에서 강당을 덮친 토사를 삽으로 퍼내고 침수돼 못쓰는 교구들을 치우고 있었다. /유은상 기자
합천군 여성민방위 대원들이 22일 오전 합천 가회중학교에서 강당을 덮친 토사를 삽으로 퍼내고 침수돼 못쓰는 교구들을 치우고 있었다. /유은상 기자

장성란(67) 씨는 "합천군 내에 여력이 있는 대원들이 모여서 사흘째 복구를 돕고 있다. 무더위에 힘이 부친다. 오늘 아침에는 목이 쉬고 감기 기운이 있어 말이 잘 안 나왔다"면서도 "학생들이 하루빨리 이곳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특기 활동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힘을 내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오전 9시 30분께에는 면 소재지 큰 도로로 관광버스 5대가 줄지어 들어왔다. 버스 앞 전광판에는 'LH 수해 복구 봉사단'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날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와 경남지역본부, 대구경북지역본부 직원 120명이 이곳을 찾아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은 가회면 곳곳에 배치돼 침수 주택의 토사를 걷어내고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치우는 일에 힘을 보탰다.

LH 대구지사에서 온 최대혁(50) 씨는 "내심 도움이 될까?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땀을 흘리고 나니 괜찮다"라며 "덥고 힘이 들긴하지만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어 뿌듯하다. 수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많은 동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가회면 체육공원에는 대한적십자사 봉사단이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먹을 점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또 수자원공사와 한전에서 이동세탁·샤워차를 보내 주민들의 빨래를 도왔고, 면사무소 앞에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부스를 설치하고 가전제품 수리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특히 부산진구청 직원들과 부산진구 자원봉사센터 봉사대원 40여 명이 장대마을 침수 주택 복구에 힘을 쏟았다. 이들은 오전 6시 30분에 집결해 오전 8시 30분께 이곳에 도착해서 곧장 일손을 도왔다. 오전 10시 20분께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안전 안내 문자가 왔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힘을 보탰다.

신화남(70) 씨는 "원래 교도소 봉사가 잡혀 있는 날인데, 이곳이 폭우 피해가 심하다는 뉴스를 보고 달려왔다. 너무 더워 비 오듯 땀이 흐리고 힘이 든다"면서도 "그래도 수해를 당하신 분에 비하면 말할 게 못 된다. 얼마나 힘이 드시겠느냐? 빨리 일상을 회복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합천군 공무원과 사회단체 회원, 대기업 봉사단 등 가회면 침수지역 복구를 돕고자 온 자원봉사자는 모두 300명가량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흘린 구슬땀 덕분에 가회면 침수지역은 활력을 되찾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유은상 기자 

관련기사

관련기사

키워드
#경남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