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산사태 23건 중 22건 7월 발생
군의회서 올해 산사태 대비 언급은 '0'
침수 방지 조례, 권고로 형식적 제정
산불 피해지 중심 복구 집중 지적도
정밀 지질조사·예방시설 확충 시급
극한호우로 피해가 큰 산청군은 관련 조례를 갖추고 예산을 늘리고 있었음에도 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군의회에서도 기후위기에 따른 폭우와 산사태 우려가 제기됐었다. 앞으로 산청군과 경남도가 좀 더 자세한 지질 조사와 예방시설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산청군의회 회의록을 보면 올해는 '산사태'가 한 차례도 언급된 적이 없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산청군에서는 피해 규모 1㏊ 안팎으로 산사태 23건이 있었다. 이 중 22건이 올해처럼 그해 7월에 발생했다. 특히 집중호우로 2020년 7월 산청 단성면 운리에서 5.2㏊로 가장 피해 규모가 컸고, 같은 달 모두 18건이 있었다. 피해 장소는 산청군 전 읍면 11곳 중 산청읍과 단성·생초·시천·생비량·삼장·차황·신안면 8곳이었다.
이처럼 산사태를 경험한 데다 산지에 마을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산청군이 그동안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5월 '산청군 침수 방지시설 설치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는데, 이 조례 심사 과정에서 기후위기에 따른 산사태와 침수 우려가 있었다.
같은 해 4월 산청군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 조균환(국민의힘·다 선거구) 군의원은 "산청은 특히 산이 좋고 물이 좋고 해서 외지인이 많이 와 있다 보니 침수를 떠나 산사태 대비도 해야겠다"면서 "기후변화가 아주 심각하기 때문에 집중호우와 산사태에 대비하고 농작물 침수 등에도 중점을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천원(무소속·라 선거구) 군의원은 "(신안면) 원지에 ○○아파트 지하실이 엉망이라 진짜 폭우가 오면 난리가 난다. 나중에 사람이 다칠지도 모르고 생명을 잃을지도 모른다"면서 "시설하우스에 가면 저지대가 많다. 원산마을에 가면 항상 비가 오면 양수기를 가지고 퍼내야 하고, 진짜 폭우가 오면 양수기로 퍼내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수박이나 하우스 멜론이나 다 날아가버린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조례는 산청군이 나서서 제정한 것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경남도가 극한호우에 대비해 제정을 권고한 사항이었다. 조례 자체가 형식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산청군수는 침수 피해가 발생했거나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주택 출입구에 침수 방지시설을 설치하거나 그 비용 일부를 설치비 50% 안에서 단독주택 200만 원, 공동주택 500만 원 이하로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소유자·점유자·관리주체가 신청하는 경우'에 한해서다.
이에 당시 이영국(국민의힘·다 선거구) 군의원은 "하우스, 집수정, 농로 배수로, 수로관 안전 등 이런 조례가 우리한테 필요한 것 같다"며 "실제 이것은 도시에 필요한 조례"라고 지적했다.
산사태 대비가 올 3월 산불 피해지에 국한됐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산림청과 경남도는 5월 말 계획을 세워 산청·하동 산불피해 산사태 복구 대상지 90곳을 확정해 29곳 응급복구를 했고, 올해 안에 49곳 항구복구를 완료할 방침이다. 산불피해지 내 인명피해우려지역 30곳은 경남도가 자체적으로 '산불피해 산사태특별관리구역'으로 정하고, 인근 주민 677가구 1157명 비상연락망도 구축했다.
산청군은 올 6월까지 산불피해지 내 산사태 우려지역 27곳 응급복구를 마쳤고, 37곳에서는 산지사방·사방댐 등 산사태 예방공사 등을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산청 시천면 상지마을 일원 등에서는 산사태 재난에 대응해 주민들이 사전 대피 훈련도 했다.
조균환 군의원은 "애초 산불이 난 땅은 힘이 없어 시천면 수해 등을 우려했는데, 시천·삼장면 등은 비가 더 많이 왔음에도 암반으로 형성돼 물이 빠져나갔고, 신안면과 산청읍 쪽은 황토로 돼 있어 물을 많이 흡수하고 있다가 토사가 한꺼번에 밀려온 듯하다는 진단이 있다"며 "전문가들이 이른 시일 안에 지질 등을 조사하고 사방사업을 포함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19일 산청군 읍면별 강수량을 보면 시천면 798㎜, 산청읍 717㎜, 차황면 686㎜, 오부면 679㎜, 단성면 658㎜, 생비량면 619.5㎜, 신등면 600.5㎜, 삼장면 600.5㎜, 신안면 577㎜, 생초면 506.5㎜, 금서면 424㎜를 기록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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