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엿보기] 전 경남지사 둘 다른 선택

김두관, 파면 확신…지도자성 부각 집중
김경수, 파면 불확실성…당원·시민 연대
역사적 순간 찰나의 선택…미래는 과연?

윤석열 대통령 파면 시 생길 조기 대선에 더불어민주당 잠룡으로 거명되는 김경수·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탄핵 정국에 전혀 다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 선택이 향후 정치 행보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끈다.

◇윤석열 파면은 당연… 당 내부 겨냥 김두관 = 김두관 전 지사는 윤 대통령 파면을 기정사실로 본다. 그는 누리소통망(SNS)에 “100% 파면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의 시선은 이미 ‘대선’과 ‘그 이후’에 맞춰져 있다. 방식으로는 ‘범민주세력 후보 단일화’를 내세운다. 차기 정부 형태는 내란 세력 척결에 뜻을 같이하는 제 세력이 참여하는 ‘연합정부’를 강조한다.

 

김경수-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윤석열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김경수 전 지사 단식 농성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뒤 헤어지고 있다. /김두천 기자
김경수-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윤석열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김경수 전 지사 단식 농성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뒤 헤어지고 있다. /김두천 기자

최근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에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공동 기자회견을 촉구했다. 사실상 ‘내전 상태’로 치닫는 국민 갈등을 치유할 통합을 강조한 셈이다. 이 같은 메시지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분열된 국민 마음을 치유하고, 통합으로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 지도자로서 자신을 각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울러 이 주장 이면에는 ‘이재명 일극 체제’ 민주당 주류를 향한 경고도 담겼다. 매일 당 주도 장외 집회로 당원·군중을 동원해 헌재를 압박하고, 기각 또는 각하 결정에 불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실제 내전으로 향하려는 전 단계 아니냐는 암시다. 극단적 이 대표 체제가 극우 폭력 집단과 민주당을 동일시할 수 있다는 우려이기도 하다. 비명계와 통합 행보를 하면서도 ‘체포동의안 통과는 비명계와 검찰 간 내통의 결과’라고 언급한 이 대표에게 “진정성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 측 만남 제안에 “발언에 사과 없이는 안 된다”며 선을 긋고, 이런 자신을 향한 이재명계 중심 당내 최대 조직 ‘더민주혁신회의’에는 “헌재 결정에 불복하려는 태도는 선동 정치이자 공화주의 질서 파괴 행위”라며 대립했다. 그가 주장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개헌’은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도 윤석열과 비슷한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의심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대한민국 체제 수호를 명분으로 ‘이재명 대항마’로서 당내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며 당 내부와 중도층을 아우르는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24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 열린'국민주도상생개헌행동' 창립대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김두관 전 지사 누리소통망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24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 열린'국민주도상생개헌행동' 창립대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김두관 전 지사 누리소통망

◇윤석열 파면에 집중…당원·시민과 호흡 김경수 = 김경수 전 지사는 17일로 광화문 앞 단식 9일째를 맞았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국회 탄핵소추안을 인용해 윤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단식 이전만 해도 그의 행보는 김두관 전 지사와 큰 틀에서 다르지 않았다. 이재명 민주당에 실망해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당을 떠난 이들을 끌어안으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시는 대통령이 계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이 주장한 ‘통합형 국민참여경선제’ 수용 검토도 요청했다. 윤 대통령 파면보다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과 행보였다.

하지만, 내란 수괴 혐의로 재판을 받던 윤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나고, 검찰이 ‘즉시 항고’를 포기하자 김 전 지사는 생각을 바꿨다. 당장 필요한 것은 ‘내란 종식’이고 윤 대통령 파면은 그 첫 단추였다. 김 전 지사는 “내란 우두머리를 법원과 검찰이 석연찮은 이유로 풀어주는 상황은 탄핵 심판에서 정상적인 파면 결정이 나올 것이라 믿고 있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경수(왼쪽) 전 경남도지사가 서울 광화문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단식 농성 2일째인 10일 오전 인근 노숙 농성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경수 전 지사 누리소통망
김경수(왼쪽) 전 경남도지사가 서울 광화문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단식 농성 2일째인 10일 오전 인근 노숙 농성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경수 전 지사 누리소통망

윤 대통령 파면 관철 없이 조기 대선은 없다는 판단이다. 그는 단식을 하며 광장에서 시민 목소리를 경청했다. “윤석열 석방 이후 너무 불안하다”, “탄핵이 혹시 기각될까 이제는 공포스럽기까지 하다”는 목소리를 듣고 공감한 내용을 SNS에 쓰며 널리 확산하고 있다. ‘대선’, ‘통합’, ‘친명’, ‘반명’, ‘개헌’ 같은 정치공학적 언어를 앞세우던 그가 광장에서 시민 말에 더 귀 기울이자 그동안 반감을 보이던 당원들이 다시 호감을 보이고 있다.

김명섭 대변인은 “단식 초기만 해도 설날 SNS에 쓴 메시지에 항의하는 시민이 여럿 있었지만 12일 이재명 대표와 회동 이후 김 전 지사를 비난, 비판하는 사람이 현격히 줄었다”면서 “지금은 김 전 지사를 비판하는 당원에게 되레 시민이 나서 ‘지금은 함께 힘을 모을 때’라며 비난을 만류하고 자제시키는 일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5일에는 김 전 지사를 비판했던 한 당원이 농성장을 다시 찾아 "오해해서 미안하다"하고 사과하고 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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