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5월 늦어도 7월 치러질 가능성 커
범야, 이재명 독주 속 군소 후보 백가쟁명
여당, 유력 후보군 없고 한동훈 복귀 촉각
경남 출신 김경수·김태호·감두관 등 '물망'
이재명 재판, 명태균 게이트, 단일화 '변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내란 수괴 혐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여야 유력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한 정계 개편이 필연적이다.
◇탄핵 심판 결정 시기 변수 = 2024년 12월 14일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함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사건 접수 후 180일 안에 선고해야 한다. 탄핵 기각 시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지만 파면 결정을 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리는 63일, 박근혜 씨는 92일 소요됐다. 정치권에서는 헌재 탄핵심판 심리 상황과 일정을 고려할 때 2월 말이나 3월 초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아무리 늦어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4월 18일 전에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 보고 있다. 이르면 4월 말, 늦어도 7월 중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윤 대통령이 직접 변론에 나서는 건 변수다. 21일 3차에 이어 23일 4차 변론에도 직접 탄핵 심판정에 선 윤 대통령은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로 탄핵 심판을 길게 끌겠다는 심산이다. 윤 대통령은 3차 변론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사령관 등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이 각종 지시를 했다고 진술한 이들을 증인으로 마구 신청하는 등 방어 전략을 펼치면 헌재로서는 충분한 다툼의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야 할 여지가 생긴다. 단심인 탄핵 심판에는 구제 절차가 없기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얼마나 버틸지, 헌재가 어느 선까지 버티기를 허용할지가 대선 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듯하다.
◇국민의힘 잠룡은 누구? = 조기 대선 가시화로 정치권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선 긋기가 시작되면서 대선 주자들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탄핵 정국으로 혼란한 당내 분위기 속 그나마 유력했던 한동훈 전 대표 사퇴 이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전통 보수층 지지와 정치·행정 경력을 쌓아올린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판이 거론된다. 탄핵과 윤 대통령 수사 과정에 극우 세력이 득세하면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급부상하는 상황은 이채롭다. 그러나 탄핵이 인용되고 윤 대통령 수사와 기소, 재판이 이어지면 사그라질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게 일반론이다.
중도층에 소구할 합리적 보수로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도 몸을 풀고 있다. 경남에서는 김태호 의원에게 눈길이 간다. 지난 대선에서 당내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 선언 후 중도 포기했다. 김 의원은 탄핵 정국에서 윤 대통령과 결별을 주장하며 탄핵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4월 재보궐 선거에 당 귀책사유로 사퇴한 양산시의원 후보 무공천을 주장했다. 젊은 층이 많고 야세가 강한 지역구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모습이 중도층에게는 꽤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자신을 볼 수 있도록 한 측면이 있다.
◇범야권 잠룡은 누구? =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독보적이다. 여러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30~40%대의 지지율로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0.73%p라는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그는 2024년 총선을 대승으로 이끌며 이례적인 당 대표 재선을 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인터넷 생중계로 국민에게 상황을 알려 국회에 시민들을 모았고 계엄 해제 결의까지 이끌었다.
야권에서는 이 대표 대항마조차도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럼에도 선거법 위반 재판 등 사법리스크와 감정적 호불호가 겹쳐 탄핵 이후 지지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당 대표 경선과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사당화 논란, 당내 다양성 실종 등이 대통령이 된 후 국정 운영에도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낳는다.
이에 범야권에서는 이른바 ‘신 3김’으로 언급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김동연 경기지사·김부겸 전 총리가 비이재명계 구심이 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 김두관 전 국회의원을 더해 ‘4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독일에 머물던 김경수 전 지사는 비상계엄 이후 조기 귀국해 누리소통망(SNS)으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정무라인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키며 반이재명 정서 규합에 힘쓰는 모습이다.
김부겸 전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한남동 요새에서 스스로 걸어나와야 한다”며 탄핵 정국에 의견을 실으면서도, 민주당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추진에는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소신을 드러내며 국가를 안정시키는데 자신의 쓸모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김두관 전 의원은 ‘분권개헌론’을 주장하며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내달 14일에는 ‘넥스트코리아포럼’을 창립해 정책 개발 등 활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빠른 실행력과 리더십으로 국민 신뢰를 얻은 우원식 국회의장도 야권 내 주자 중 한 사람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선 불출마를 시사하기도 했으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원내 야당 중 유일한 보수 계열 정당인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3월 31일부로 만 40세가 돼 대선 피선거권을 갖게 되는 그는 스스로 차기 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진보당에서도 지난 대선에 출마한 김재연 상임대표 등이 출마를 고려할 수 있다.
◇대선 과정에 몇 가지 변수 = 국민의힘으로서는 잠행 중인 한동훈 전 대표가 언제 다시 물 위로 떠오를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 당내 친윤석열계와 갈등으로 당장은 숨을 죽이고 있지만 정치를 완전히 그만두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에는 중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열성적 지지층이 있다. 친한계인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동훈 전 대표는 당 대표에서 쫓겨난 것”이라며 “잠시 뒤로 물러나 있을 뿐 정치를 그만둔 것이 아니고, 어떤 식으로든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수사 과정에 정치인 불법 구금·사살 등 지시사항 등이 밝혀지면 조기 대선 과정에 그를 향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명태균 게이트’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홍준표·오세훈·이준석·안철수 등 현재 보수 정당계 잠룡들 대부분 명 씨와 연관돼 있다. 검찰 수사와 구속 기소된 명 씨 재판 과정에 여론조작 등 불법 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누군가는 대선 후보가 되고도 중도사퇴를 각오해야 할 처지다. 이에 일각에서는 명태균 리스크와 관련이 없는 권성동 원내대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간 범보수 단일화 여부도 변수 중 하나다. 선거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 3자 구도로 흘러가면 보수 단일화 주장이 자연스레 나올 수 있다. 이준석 의원이 개혁신당 후보로 나왔을 때 과연 당 대표인 자신을 끌어내린 국민의힘과 손을 잡겠느냐는 건 또 다른 변수다. 이 의원이 선거 패배 이후 와해될 국민의힘 장악에 더 뜻이 있다면 굳이 대선 과정에 손을 잡을 이유는 없다는 해석도 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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