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하청 노동자 3년 전 51일 파업 당시
명태균 왜곡된 보고서 대통령에 전달 정황
특검 전 국회 청문회 등 목소리에 힘 실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때 일" 선 그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51일간 파업’에 민간인 명태균 씨가 개입한 정황이 다시 확인되면서 ‘명태균 특검 전 청문회·국정조사’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명 씨 개입이 사실로 확인되면 ‘한화오션 470억 원 손배소’ 명분도 약해 질 수밖에 없다.

◇“거짓으로 가득 찬 보고서” =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하청지회)는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절규하며 2022년 6~7월 51일간 파업을 벌였다. 파업이 계속되자 명 씨가 당시 거제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을 찾았고 윤석열에게 상황을 보고했다는 의혹이 지난해 11월 언론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12월 더불어민주당이 명 씨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명 씨가 당시 사측 관계자로부터 받은 ‘대우조선 하청지회 불법파업 경과보고’ 문건이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됐다. A4용지 2장짜리 문건은 2022년 7월 13일 작성됐다. 이 보고서는 이영호 당시 대우조선해양 부사장-명태균 씨를 거쳐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하청지회는 21일 “보고서가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선 파업으로 말미암은 피해액을 부풀렸다. 보고서는 1일 평균 피해액이 316억 원이고, 작성 시점 누계 4994억 원이라고 제시했다. 파업을 끝낸 7월 22일까지 계산하면 피해액은 8000억 원이 넘는다. 파업 이후 한화오션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470억 원이고,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다.

조선하청지회는 “(보고서) 피해액 15분의 1도 안 되는 470억 원도 아무런 근거자료 없이 단순 계산에 따른 한화오션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조선하청지회가) 요구사항 일괄 수용이 전제되지 않는 교섭은 불가 입장 표명’이라고 밝힌 내용도 사실과 달랐다. 그리고 사측이 ‘정부 차원의 중재·조치’를 요청한 것은 사실상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강제진압해 달라는 것이라고 노조는 보고 있다.

조선하청지회는 “교섭 대표 하청업체는 요구안의 모든 조항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반면, 조선하청지회가 주요 시기마다 수정안과 양보안을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단체교섭 요구를 철저히 거부한 채 구사대를 동원해 파업 노동자들에게 조직적 폭력을 행사하고, 윤석열 정부에 파업 강제 진압을 요구하려고 동분서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51일 파업’ 원인이자 핵심 요구를 왜곡했다. 보고서는 ‘과도한 인건비 인상은 조선업 산업 기반 와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파업 정당성을 깎아내렸다. 그러나 파업 쟁점은 불황기에 삭감된 임금 회복과 하청노동자 저임금 문제 해결이었다.

2022년 6월 51일간 파업하는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관계자 등이 지난 19일 경남 통영시 창원지법 통영지청에서 열린 1심 선고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6월 51일간 파업하는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관계자 등이 지난 19일 경남 통영시 창원지법 통영지청에서 열린 1심 선고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인 끌어들이고, 거액 손배소까지 = ‘명태균 보고서’가 전달된 이후 그해 7월 18·19일 잇달아 윤석열 정부는 강경 대응을 시사했고, 국민의힘도 ‘불법 엄정 대처’를 주문했다. 이어 명 씨가 20일 파업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적법 절차를 밟은 파업이 정부 압박에 영향을 받아 종료됐고 ‘불법 파업’으로 내몰려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비선 개입’ 정황이 드러난 만큼 특검 등 추가 조사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조선하청지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명태균 특검법 하청 노동자 파업 불법개입 문제 포함 △국회 청문회·국정조사 불법개입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거짓으로 가득찬 명태균 보고서에 그야말로 놀아났다”며 “어떻게 자본의 노조 혐오와 일방적 거짓말에, 불법적인 민간인 비선라인 보고에, 정부 전체가 움직이고 대통령 정책이 좌우된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명태균 특검법에 하청노동자 파업 불법 개입 문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고, 특검법 통과 이전이라도 국회가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열어 진실을 밝히려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명 씨 개입 정도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동자를 상대로 제기한 470억 원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 향배도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관계자는 “명 씨가 얼마나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라며 “당장은 간접증거로 법적 대응까지는 어렵겠지만 추가 조사 과정에서 진상이 드러나면 사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도 “국정 운영이 명 씨에게 놀아난 것”이라며 “진실이 밝혀져야 하고 형사 재판이나 손해배상 소송 모두 연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판과 별개로 명 씨 개입 의혹이 노동쟁의 대상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관계자는 “명 씨가 얽힌 상황은 대우조선해양 때 발생한 만큼 한화오션은 따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하청 노동자 형사 재판 1심 유죄 결과에 대해서는 “재판부 판단을 존중한다”며 “51일 점거 불법성과 업무방해 혐의 사실관계가 인정됐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받아들였다.

/정봉화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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