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대통령제, 대통령에 과도한 권한 부여해
권력분립이지만 비생대권, 입법 거부권 등 가져
'윤핵관', '윤심'은 무소불위 권력 행사에 눈 감아
의회, 야당 무시 태도도 제왕적 대통령 강한 징후

12.3 내란 사태 계기 현행 헌법 체제 개선 목소리
"권력 분산 고민해야, 촛불 이후 민주주의 달라져야"

12.3 내란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권한을 집중한 현행 헌법 체제를 손봐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선 45년 만에 오밤중에 벌어진 비상계엄을 대통령 통치행위라고 강변하는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습니다. 무례한 내란 행위는 시민이 국회를 지키고 이끌면서 가까스로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집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앞둔 지금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고 권력을 분산하는 체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분권 개헌을 이뤄야 다시 불행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통치행위'를 주장한다. 그의 변호인단은 "소란 정도에 광기 어린 수사가 진행된다"며 윽박지르고 나섰다. '탄핵 반대 정당' 국민의힘에서는 '윤심'을 대변하는 이들이 많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윤핵관'·'윤심' 같은 단어를 등장시켰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 전횡을 부추겼고, 무소불위 권력 행사에 눈 감게 했다.

◇윤 대통령 '제왕적 대통령' 징후 보여 =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씨 탄핵 인용 이후 8년 만에 대통령 탄핵심판을 시작한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헌법 개정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한국은 대통령이 행정부 최고 책임자로서 독립적으로 행정권을 행사하는 정부 형태다.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대통령제를 채택했다. 대통령제 기본 원칙은 의회와 정부가 권력을 나눠 갖는 권력분립이다. 헌법은 개정 과정을 거치면서 예외 없이 권력분립 원칙을 수용했지만 집행부 우위 권력분립제가 두드러졌다.

대통령은 국가수반·행정수반 뿐만 아니라 비상대권(선전포고권·계엄선포권·긴급재정·경제명령권·긴급명령권), 헌법 개정 발의권, 국민투표 부의권, 입법 거부권, 법률안 제출권을 가진다. 여기에다 광범위한 인사권으로 공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서울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연합뉴스
서울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제왕적 대통령' 모습을 취했다. 지난 21대 국회 임기 중이었던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작으로 총 25차례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 입법권에 맞섰다. 또 '제왕적 대통령'의 가장 두드러진 징후는 의회와 야당에 대한 무시였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 처리를 무력화하는데 집중했고, 지난 3일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종북 세력', '반국가세력'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야당을 겨냥했다. 여기에다 '윤심'은 제왕적 대통령을 부추기고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촛불 이후 민주주의 달라져야" = 배진석 경상국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은 법률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제왕적'이라고 부를 만한 근거를 발견하기 어렵지만 국정지지율이 높을 때에는 헌법에 정해진 대통령 권한이 절제되지 않고 의회 역시 여론을 의식

해 견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제왕적' 대통령제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낮을 때에는 헌법적 권한 이상의 '무리수'를 두다가 곤란을 겪게 된다며 "대통령과 의회의 임기를 보장하는 대통령제 특유의 경직성으로 말미암아 국정 효율성은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3월 4일 오후 창원시청광장에서 3.8 여성의날 행사와 제18차 경남시국대회가 열렸다. 이날 시국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2017년 3월 4일 오후 창원시청광장에서 3.8 여성의날 행사와 제18차 경남시국대회가 열렸다. 이날 시국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12.3 내란 사태 이후 정치권에서는 현행 대통령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앞서 국회에서 개헌으로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분권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달 19일 우원식 국회의장 직속 '국민 미래 개헌 자문위원회'가 발족했다. 우 의장은 "37년 전 '민주화'라는 전국민적 열망을 담아 새로운 길을 만든 이후 개헌을 하지 못한 채 저출생·고령화, 양극화, 디지털·인공지능(AI) 발전, 기후위기 등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며 "새로운 헌법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우리 사회가 다음 단계로 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가 개헌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기본적으로는 분권형 국가를 지향해야 하는데, 대통령 임기 4년 1차 중임으로 하고 국회에 지역 대표형 상원제를 둬 대통령 권한을 국회와 지역에 분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대한민국헌정회 주최로 열린 '정치 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누리소통망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대한민국헌정회 주최로 열린 '정치 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누리소통망

국회의원 소환제도 수면 위로 올랐다. 민의를 거스르고 국민 신뢰를 잃은 국회의원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구갑) 의원은 최근 국회의원을 임기 만료 전에 국민소환으로 해임할 수 있는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대의민주주의를 부분적으로나마 보완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1대 국회에서도 발의한 바 있다.

박상훈 정치학자는 "2016~2017년 촛불 광장 이후 민주주의는 시민은 더 자유로워져야 하고 정당과 의회는 책임 정치를 실천해야 하며, 대통령은 여론을 앞세우기보다 공약을 실천하며 책임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미지 기자

*참고문헌
참여연대 <한국의 대통령은 왜 늘 실패하는가>, 박상훈 <청와대 정부>, 국회미래연구원 <국가의 민주적 질 제고를 위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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