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농아인 11명, 윤 대통령 탄핵 촉구
탄핵안 가결 되던 날 창원광장 속으로
소리 들을 수 없어도 끝까지 자리 지켜
"장애인 예산 늘려야...우리에게 관심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시민 열망이 들끓던 지난 14일 오후. 창원광장에는 비장애인만 있지 않았다. 소리 없이 자리를 지킨 농아인(청각·언어 장애인)들도 있었다. 이날 모인 농아인은 모두 11명. 이들은 귀로 소리를 듣거나 말로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다. 당일 “윤석열을 탄핵하라”라는 시민 8000여 명의 함성을 듣진 못했다. 그래도 국회 탄핵안 가결 발표가 나올 때까지 광장의 열기를 온 몸으로 느꼈다.

◇독재적 국정운영에 반감 = 경남농아인협회 창원시창원지회장 배미정(59) 씨도 같은 날 광장에 나와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기뻐한 이들 중 한 명이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여느 시민처럼 온몸으로 기쁨을 드러냈다. 함께한 이들과 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외쳤다. 이들이 불법 계엄령 선포·해제 후 연일 광장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가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지난 16일 오전 9시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경남농아인협회 창원시창원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배 씨는 정부 행태에 문제의식이 커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은 자리에 동석한 김정한 수화 통역사가 통역해 들려줬다.

“평소 대통령이 정치를 엉뚱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그래서 농아인들, 수화 통역사와 같이 광장에 나왔어요. 이 제안은 농아인 단체 후원회장(정병윤 회장)이 처음에 먼저 말씀하셨는데 다들 정부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컸어요. 계엄 발표도 그렇고 그동안 국정운영이 독재적이라고 느꼈어요. 그날 현장에 가보니 사회가 어떤 상태인지, 다른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느끼는지 공감할 수 있었어요.”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진행된 지난 14일 오후 창원광장에서 한 수화 통역사가 농아인 앞에 앉아 통역하고 있다. 이날 광장에는 창원지역 농아인 11명이 찾았다. /최석환 기자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진행된 지난 14일 오후 창원광장에서 한 수화 통역사가 농아인 앞에 앉아 통역하고 있다. 이날 광장에는 창원지역 농아인 11명이 찾았다. /최석환 기자

배 씨 등 농아인들은 동행한 수화 통역사에게서 오후 내내 불법 비상계엄 전후 상황을 전달받았다. 통역사는 이들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쉴 새 없이 양손을 휘저으며 설명했다. 광장에 임의 설치된 대형 스크린 속 뉴스 내용과 시민 반응도 소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탄핵한 가결 발표도 이야기했다. 농아인들은 체감상 탄핵안 국회 통과 사실만큼은 수화로 전달받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양옆 앞뒤로 빽빽하게 늘어선 시민들이 온몸으로 탄핵 가결에 기뻐하는 모습이 생생하다.

“계엄이 선포된 당일은 세계장애인의 날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국민을 위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을 충동적으로 내렸어요. 그것도 본인 이익 때문에요. 특히 정적을 제거하려고 계엄을 선포했다고 생각해요. 모든 당을 두루 이끌 대통령이 나와야 해요.”

◇턱없이 부족한 예산 지원 = 배 씨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기 힘든 이들을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를 바라지만, 이번 정부 들어 지원 예산이 크게 줄어 도내 농아인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한다.

실제 경남지역 농아인협회원 기준 회원 수는 500명, 비가입자까지 포함하면 도내 농아인은 2만 명 정도다. 그중 80%가량은 바깥에서의 소통 어려움으로 집에서 생활한다. 이번 창원광장 집회에 온 이들도 바깥 생활을 거의 하지 못하고 온종일 집에 머무는 이들이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다.

배미정 경남농아인협회 창원시창원지회 지회장이 16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농아인협회 창원지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배미정 경남농아인협회 창원시창원지회 지회장이 16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농아인협회 창원지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더불어 필요한 시설로 농아인 전용 쉼터를 꼽는다. 지속해서 일할 수 있는 장애인 일자리 확충도 있어야 삶이 더 나아질 거라는 점도 지적한다. “농아인들은 여름철이나 겨울철 덥거나 추워도 경로당에 가면 안 받아주거나, 가더라도 따돌림당하기도 해요. 그래서 집에 머무는 사람이 많아요. 그들을 지원하는 쉼터가 필요해요. 지역에 일자리도 많지 않고, 있더라도 허드렛일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것마저도 손님들은 우리가 대답을 못 하니까 싫어하는 분도 있어요. 창원지역 일부 대기업은 청각 장애인을 따로 뽑는 곳도 있듯이 다양한 일자리가 있어야 해요.”

모든 지원이 현실에 반영되려면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다. “여러모로 너무 힘든 상황이에요. 우리에게 지원되는 복지예산이 이번 정부 들어 크게 줄어든 데다가, 심사도 더욱 까다로워졌어요. 지자체 지원도 마찬가지예요. 농아인협회가 예산 지원을 연간 2000만~3000만 원 받는데 수어센터 인건비로도 부족해요. 돈이 없어 시도조차 할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워요.”

/최석환 기자

 

창원지역 농아인 후원

후원계좌 : 경남은행 646-35-0001295

예금주 : 경남농아인협회 창원시창원지회)

문의 : 055-275-7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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