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민주주의 역사 고비 때마다 광장 중심에 있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광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이어진 시민대회에 애지중지하는 응원봉을 들고 나와 축제와 같은 집회를 즐기며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기자회견과 시국선언도 주저하지 않았다.
탄핵 소추안 의결 전날인 13일 저녁 거창고등학교 학생들은 거창군청 앞 민주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즉각 퇴진과 계엄 관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수많은 민주주의 발자취 아래 세워졌다"며 "우리는 아직도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4월 19일의 외침 소리를, 5월 광주의 탄식 소리를, 8년 전 광화문 앞에서의 간절한 바람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학생 여러분,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기로 약속한 세대다. 그런 명령과 외침에는 당당히 불복종해야 함을 경험한 세대"라며 "다가올 봄에는, 아니 다음 세대에는, 아니 그것을 넘어서서 이제 다시는 대한민국에는, 윤석열 같은 지도자를 둘 순 없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헌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통령을,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승희 창원YMCA 청소년 대표 등 창원지역 고교생 15명도 12일 성명을 내고 "계엄령 논의와 관련한 모든 진상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고, 이를 계획하거나 논의한 관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부는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반민주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민주주의는 쉽게 얻어지지 않았으며, 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려 한다면, 우리 청소년들과 모든 국민은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들도 6일 경남교육청 본청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기까지 있었던 민주항쟁을 배우고 기억하는, 그 노력 덕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갈 수 있는 우리 청소년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비상계엄령 선포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청소년의 시국선언 동참을 호소했다.
촛불 시민대회에 청소년 참여가 활발해지자 경남교육청은 각 시군 집회 현장에 학생안전보호센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직후 페이스북에 "민주주의 역사의 소중한 경험이 학교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민주시민을 기르는 데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그동안의 혼란과 불안을 일단락 짓고, 질서를 회복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이는 우리 민주주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저를 비롯한 모든 교직원은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과 교육활동에 어떤 외부적 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학생 교육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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