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달려가 계엄 햬제 뒷받침
광장 거리서 윤석열 탄핵 외쳐

1차 탄핵 무산에 더 큰 물결로
국민의힘 의원들에 경고·압박

2차 탄핵소추안 가결되자 환호
"국민 용기헌·신, 결정 이끌어"

"국민 여러분께서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함, 용기와 헌신이 이 결정을 이끌었습니다."

지난 14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권자에게 한 찬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확인한 우 의장은 신중하게 고른 단어를 천천히 이어갔습니다. 주권자를 멸시한 무례한 권력에 시민은 차갑고 뜨겁게 맞섰습니다. 불법 비상계엄 해제부터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민주주의 체계가 작동하도록 국회와 광장을 지켰습니다. 12.3 내란 사태를 종결한 주체는 시민입니다.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윤석열은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오후 11시 박안수 계엄사령관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발령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포고령 1번 지시 사항이다. 

발 빠른 국회의원들이 서둘러 국회로 향했다. 국회 앞을 가로막은 경찰, 항의하는 시민, 담을 넘는 국회의원…. 긴박한 상황은 뉴스와 다양한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군인·경찰 앞에 선 시민 = 시민이 움직였다. 4일 0시 국회 주변 시민 수는 몇백 명에서 점점 늘었다. 국회 출입을 막는 경찰 앞에 서며 이들에게 항의하는 국회의원과 당직자·보좌진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국회 정문 앞 도로에 모인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윤석열 체포를 외치고 있다. /정영현 금속노조 경남지부 문체복지법규국장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국회 정문 앞 도로에 모인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윤석열 체포를 외치고 있다. /정영현 금속노조 경남지부 문체복지법규국장

그날 현장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간부들도 있었다. 김일식 지부장과 김정철 수석부지부장, 정영현 문체복지법규국장은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인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를 방문하고 나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이들은 안부를 확인하는 지인 전화 덕에 사태를 파악했다.

"비상계엄을 해제하려면 국회의원들이 의결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국회 안으로 못 들어가고 있었어요. 그때 우리가 가야 되겠구나 싶었지요."

이미 군인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진입했다는 뉴스까지 본 상황이었다. 연행·구금을 각오하고 국회로 향했다. 이들을 태운 택시 기사는 요금을 받지 않았다. 그들과 마음이 같은 시민이 국회 앞에 모이고 또 모였다.

이날 오전 1시께 여야 국회의원 190명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계엄군은 철수했다. 국회 앞 시민은 오전 3시가 넘도록 현장을 지켰다. 경찰은 4000명 넘는 시민이 모였다고 어림잡았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일인 2024년 12월 14일'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내란공법 국민의 힘 해체!'를 위한 경남도민대회가 창원시청 앞 창원광장에서 열렸다.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일인 2024년 12월 14일'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내란공법 국민의 힘 해체!'를 위한 경남도민대회가 창원시청 앞 창원광장에서 열렸다.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광장으로 나온 시민 = 12.3 내란 사태는 즉시 대통령 탄핵 요구로 이어졌다. 이미 스스로 자격 없음을 생중계한 윤 대통령을 탄핵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국회는 7일 탄핵소추안 처리를 예고했다.

광장으로 나온 시민은 차질 없는 탄핵안 의결을 요구했다. 감히 불법 같은 트집이 끼어들 작은 틈 하나 용납하지 않는 정돈된 집회가 이어졌다. 결연한 요구는 유쾌한 구호와 노래, 율동이 돼 서로 북돋웠다. 낯설지만 기발하고 당연한 '주권 선언'은 나라 밖에서 더 화제가 됐다.

광장을 채운 시민은 국회 앞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경남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12.3 내란 사태에 바로 반응했다. 매일 밤 촛불 집회가 열린 창원광장에는 1000~2000명이 모였다. 탄핵안을 가결한 14일 모인 시민은 8000명이 넘었다. 창녕·함양·합천·남해 등 군 지역에서도 촛불 집회가 이어졌다. 비상계엄 선포에서 탄핵안 가결까지 11일 동안 도내 17개 시군에서 한 차례 이상 촛불 집회가 열렸다.

젊은 세대는 광장에 동력을 불어넣었다. 산청 간디고 시국선언을 제안했던 1학년 이주연 학생은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환희(16·창원시 성산구 신월동) 학생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창원광장으로 향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느라 학원도 며칠 빠졌다.

윤소영(29·창원시 의창구) 씨는 "계엄 당시 시민이 국회로 달려가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대한민국은 살아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경남 원로 44인도 시국 선언에 나서 '지역 어른' 역할을 하며 뒷받침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표결 불참으로 화답했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은 성원 미달로 표결 성립조차 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국회 표결일인 14일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내란공법 국민의 힘 해체!'를 위한 경남도민대회가 창원시청 앞 창원광장에서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되자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국회 표결일인 14일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내란공법 국민의 힘 해체!'를 위한 경남도민대회가 창원시청 앞 창원광장에서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되자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탄핵을 강제한 시민 = 투표 불참으로 12.3 내란에 동조한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시민은 내버려두지 않았다. 광장에서 구호만으로 부족하다고 여긴 시민은 주저 없이 실력행사에 나섰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지역사무소 앞으로 모여 거듭 주권자 뜻을 알렸다.

경남도민은 탄핵안 처리에 유보적인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내란 동조' 같은 스티커를 도배했다. 끊임없는 항의 전화·문자에 통화·업무 마비를 호소하는 의원들이 늘었다. 반성은커녕 반전을 도모하는 권력과 동조자를 향한 경고는 더욱 거세졌다.

창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시민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그렇게 해도 다음에 또 당선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겠지만, 시민은 똑똑히 기억해 선거 때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2차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가 적힌 쪽지를 받았다.

"총 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써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계엄을 막고 탄핵을 이끈 시민은 이 나라 주인이 누구인지 다시 민주주의 역사에 깊고 굵게 각인했다.

/자치행정부·시민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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