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보다 질책, 대화보다 매질 앞섰지만
내란세력 대하는 사법부 보며 공감한다

전자오락실에서 목덜미를 잡힌 아들은 사망을 예감했다. 성난 걸음으로 앞장서는 어머니를 따라 집으로 가는 내내 후회했다. 다시는 가지 않겠다던 약속을 어긴 부끄러움도 약간은 있었겠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더 멀더라도 어머니가 찾을 수 없는 오락실을 갔어야 했어!’

어머니는 몽둥이부터 들었지만 평소와 달리 바로 휘두르지 않았다.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아들에게 단호하게 얘기했다.

“너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다음에 오락실 가서 잡히면 야구방망이로 백 대다. 약속해.”

한 대도 맞지 않고 이 상황을 넘길 수 있는 선택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거듭 약속하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이토록 운 좋은 날을 잊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15분 정도 지났을까. 쏟아지는 미사일 사이를 절묘하게 피해 낸 비행기 움직임이 어른거렸다. 갑자기 목덜미를 잡히지만 않았어도 최고기록을 가뿐하게 넘어설 수 있는 기세였다. 옆에서 감탄하던 또래들, 잡혀가는 순간 다급하게 조종간을 넘겨잡은 행운아도 떠올랐다.

야구방망이 백 대, 야구방망이 백 대…. 아들은 이 가혹한 대가에서 비롯한 공포를 과감한 발상 전환으로 극복해냈다.

‘방금 그 살벌한 상황에서 한 무서운 약속을 깨고 바로 오락실로 갈 것이라고는 아무리 어머니라도 상상조차 못할 거야. 더군다나 같은 오락실을 갈 것이라고는.’

완벽하게 허를 찔렀다고 생각했다. 등잔밑이 어둡다, 폭탄은 같은 자리에 두 번 떨어지지 않는다 같은 말로 스스로 용기를 북돋웠던 것 같다. 아들은 아까 그 오락실 같은 게임에 동전을 올려놓고 순서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동전은 결국 쓰지 못했다.

다시 목덜미를 잡히는 순간 아들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끌려가면 ‘진짜 사망’이라는 것을 예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명분도 완력도 초등학생 아들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어머니는 길바닥에 누워서 버티는 아이 멱살을 움켜쥐고 집까지 질질 끌고 갔다.

아들은 숫자를 하나하나 세며 백 대를 맞고 뻗었다. 기어이 그만큼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어머니도 몸살을 앓았고 며칠 동안 팔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어머니는 그날 밤 끙끙거리면서 아들 허벅지와 엉덩이에 안티푸라민을 발라주기는 했다.

아내는 40년 전 초등학생 시절 남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학을 뗐다. 어떻게 애가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느냐며 되물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을 보니 감탄은 아니었다. 끝내 야구방망이를 백 번 휘두른 시어머니에게도 경의를 표했다. 남편은 뻔뻔하게 이 모든 것을 ‘야만의 시절’로 규정했다.

일흔을 넘긴 어머니는 이제 고등학생 딸을 키우는 아들 부부를 보며 자기 훈육 방식을 후회하곤 한다. 배를 타는 아버지가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 거의 홀로 자녀를 키웠다. 철부지 자식들이 ‘애비 없어 그런다’는 말을 들을까 봐 애정보다 질책을 앞세우곤 했다. 잘못은 눈에 띄는 즉시 바로잡는 게 급했고 방법이라고는 매질밖에 몰랐다. 어디서 못돼 먹었다 소리 듣지 않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지금 너희들 같은 부모가 너를 키웠으면 네가 훨씬 낫지 않았을까? 엄마가 너무 못 배워서….”

당연히 그럴 리 없다. 특히 아들보다 훨씬 파렴치한 내란세력을 대하는 사법부를 보면 40년 전 어머니 방식도 맞다. 오히려 그립다.

/이승환 자치행정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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