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경기악화 대책 촉구 결의안
국민의힘 주도 부결...'책임정치 실종'
이재명 재판 촉구 결의안은 채택 대조
국힘 중앙당 '계엄 모르쇠 태도' 닮은꼴
당리당략에 얽매인 창원시의회 결의안 채택이 지방의회 역할에 물음표를 남긴다. 결의안은 지방의회 의사를 결집해 안팎으로 표명하는 의결 행위다. 법적 강제력은 없으나 지방의회가 여야를 넘어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인 점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실제 이런 정치행위가 이후 정치·행정적 대응을 이어가는 명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12.3 내란 사태 이후 창원시의회발 결의안은 그런 취지와 멀어 보인다. 특히 다수당인 국민의힘 반응이 예민하다.
◇아픈 데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아? = 창원시의회는 20일 본회의에서 '12.3 비상계엄에 따른 경기 악화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부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10명이 발의한 결의안을 국민의힘이 반대했다.
김상현(더불어민주당, 충무·여좌·태백동) 시의원은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많은 시민이 공포에 떨었고 이후 진행된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안이 지속됐다"며 "단순히 사회적 혼란에만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에도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안을 해소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정부와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정부와 경남도, 창원시에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긴급자금 지원, 세금 감면 등 회복대책 시행을 촉구했다.
'경기 악화 대책 마련' 명분을 내세웠지만 '12.3 비상계엄' 언급이 국민의힘 시의원들을 자극했다. 결의안 찬성은 비상계엄 선포가 부당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 토론에 나선 구점득(국민의힘, 팔룡·의창동) 시의원은 "경기 악화에 대한 대책 촉구는 필요하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건 상대의 아픈 곳을 찌를 게 아니라 지역의 국책사업을 정상 추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예산을 원상복구시키는 일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44명 중 민주당 18명 전원은 찬성표를, 국민의힘 26명 중 25명 반대,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이어 국민의힘은 야당을 정치적으로 건드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정하고 신속한 판결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은 재석 의원 44명 중 국민의힘 26명이 찬성을, 민주당 18명이 반대해 가결됐다. 결과적으로 비상계엄이 들어간 경기 악화 대책 요구는 안 되고, 민주당 대표 재판이 더 시급한 창원시의회 목소리가 됐다.
◇중앙당 분위기 그대로 지방의회로 = 창원시의회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이미 12.3 내란을 규탄하자는 민주당 제안을 거부한 적이 있다.
10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이 공동발의한 '비상계엄령 선포 규탄 결의안'은 재석 의원 42명 중 민주당 시의원 16명 찬성, 국민의힘 시의원 26명 반대로 부결됐다.
당시 반대토론에 나섰던 박승엽(국민의힘, 양덕·합성2·구암·봉암동) 시의원은 비상계엄 사태 발생 원인을 여야 정치 갈등에서 찾으며 "창원시의회부터 과도한 정치행위보다 창원시민만 바라보고 시민 안정과 미래를 위해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정치갈등을 겨냥한 '민생 예산 삭감 반대 및 국회 정상화 촉구 건의안'을 재석 의원 41명 중 국민의힘 25명 찬성, 민주당 16명 반대로 가결했다. 결국, 이 같은 기조가 20일 본회의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는 12.3 내란 이후 공개적으로 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이나 부당성을 언급한 적 없는 국민의힘 중앙당 분위기와 상통한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민의힘 움직임은 찬성 국회의원 색출, 탄핵심판 절차 지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회가 나서서 12.3 내란 부당성을 인정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희화화된 지방의회 결의안 = 여야 모두 공감하는 의제를 한목소리로 공표할 때 그나마 상징적 의미라도 생기는 결의안만 우스워졌다. 결과적으로 창원시의회는 국민의힘 의원들만 인정하고 찬성하는 주장만 '창원시의회 결의안' 이름으로 공표됐다. 가결 과정을 보면 시의원들끼리 자존심 싸움만 벌인 모양새다.
20일 이재명 대표 판결 촉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한은정(민주당, 상남·사파동) 시의원은 "국회가 침탈되고 지방의원 활동을 못하게 하는 불법 계엄에는 한마디 못하더니 지방의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야당 대표 신상에 관한 것에는 이리 신속하게 결의안을 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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