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자신을 '사기꾼'으로 몰아간 대통령실과 여권을 향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정부·여당에 자신을 건드리지 말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아직 폭로하지 않은 녹취 등이 많이 있다며 "나를 두들겨잡으면 가만히 있겠느냐"고 압박했다. 여권에서는 명 씨 관련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명 씨는 22일 오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저를 사기꾼이고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발표했다"고 말했다.

명 씨는 22일 오후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저를 사기꾼이고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발표했다"면서 "그런 사람을 대통령에게 소개한 사람이 박완수(경남도지사)라면 박완수 지사가 대통령을 망친 것으로 (프레임을) 짜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프레임으로 박 지사를 공격하는 것은 그 자리에 가고 싶은 사람이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앞서 윤석열 정부 '비선 실세'를 자처하며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내는 명 씨를 '사기꾼'으로 규정하고, 별도 '사실 관계 확인'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부분 정치인이 다 '사기꾼'이라고 하는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명 씨는 "국정감사에서 녹취를 틀고 하는 것을 방치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이라면서 "이제는 나를 두들겨 잡는데 그럼 내가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이 문제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정리해 이 사건에 대해 말했으면 좋겠고, 그다음에 검찰 수사를 빨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 씨는 앞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도 "검찰 수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추가 폭로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와 '공적 대화' 공개를 언급하기도 했다.

명 씨는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도 녹취나 휴대전화 대화방 등 자료를 토대로 추가 폭로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통화 기록이든 뭐든 여러 가지 있다"며 "너무 많지 않겠느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명 씨가 추가 폭로 운운하며 대통령실을 압박하자 여권에서는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명 씨를 두둔하는 모습도 보인다. 대통령실은 명 씨가 김 여사와 나눈 휴대전화 대화 속 '철없는 오빠' 논란이 불거지자 '김 여사 친오빠"라는 해명을 내놓은 이후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강명구(국민의힘·경북 구미 을) 의원은 23일 <KBS1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명 씨 논란을 두고 "명태균-강혜경 씨 주장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두 사람이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얘기한다"며 "어떤 말을 믿어야 하고 어떤 주장을 진실로 받아들여야 할지 저조차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좀 더 냉정하고 차분해질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형두(국민의힘·창원 마산합포)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경남에 자체에서 하는 여론조사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 현실에 (명 씨가 운영했다는 여론조사 기관은) 각종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이 경남 여론 판세를 보려면 조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곳"이라면서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또 우리 당은 우리 당대로 경남이 굉장히 중요한 핵심 지역이기 때문에 전국적 힘이 커진 것 같다"고 명 씨 행위를 평가했다.

이렇듯 명 씨를 향한 여권 인사들 칼날이 무뎌지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여권을 비판하고 있다. 백혜련(민주당·경기 수원 을) 의원은 최 의원과 같은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명 씨가 김건희 여사와 카카오톡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국민의힘에서 공격이 확 줄었다"면서 "명 씨 눈치를 보는 게 확연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셔 "명 씨를 향한 수사부터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카톡이라든지 통화가 기존에 압수된 전화기에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이를 확보해야 할 텐데 그 의지와 수사 능력이 검찰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